나는 내가 여태까지 엄청난 지식을 쌓아왔고, 그것을 활용하여 인생에서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다.

아니 믿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문득 치킨을 먹다가, 골반뼈 뒤에 붙어있는 이 검은 조식은 대체 닭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나는 여태껏 내가 쌓아온 생물학적(생물학과 학생 아니지만 생물학과 일반생물학 수업 1등함), 물리학(물리학과임)적 지식을 총 동원 하여

검은 조직의 정체를 추론하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때는 그 질감이 흡사 쥐를 해부할 때 만져보았던, 혹은 돼지의 허파를 먹을 때 느꼈던 그것과 비슷하여 허파가 아닌가 생각해봤지만,

잠시 후, 이 조직이 붙어있는 부위가 골반뼈, 즉 닭의 하체라는 것을 인식하고 허파는 일단 후보에서 제외했다.

그 다음 든 생각은, 그럼 지라일까? 라는 생각이었다.

지라는 가장 큰 림프기관으로, 혈구세포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쥐를 해부했을 때, 지라는 위와 대장 사이, 검붉은 피에 촉촉히 젖은

매끄러운 조직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치킨의 조직은 매끄럽다기 보다는 푸석푸석하고 표면에 뇌와 같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형태였다.

포유류와 조류라는 차이에서 나오는 지라의 형태학적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을까..? 아니면 튀겨지면서 고온에 의해 피가 날라가 버려

내가 모르는 지라의 원래 형태로, 이렇게 변한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치킨의 그 조직을 지라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그 조직이 콩팥이라는 해답을 찾았을 때, 나는 절망하고 말았다. 

콩팥.. 생각도 못한 답이었다. 그 메끄럽고 탄력적이고 둥글둥글한 콩팥이.. 조류에서는 이렇게 흡사 부정형의 아메바를 연상시키는 허술한 조직일 수

있었구나..

그동안 내가 쌓아온 지식은 결국 이러한 일상생활의 간단한 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슬픈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