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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명인의 수준이 오로왕별, 연구생 3~4조 수준이라는 것에 대한 반박

octopus(221.163) 2013.02.05 19:02:10
조회 1746 추천 42 댓글 4

우선, 이전의 글들에 제가 좀 당황하여 상대방을 비웃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한 점은 있습니다.
그 부분은 사과드리겠습니다. 가끔 디씨에서 이야기하다보면 어그로와 혼란될때가 많아서 저도 존대말/반말, 존중/무시를 섞어가며 합니다.

우선, 현대 바둑에 대한 수준을 말하려면 바둑의 패러다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 바둑의 패러다임(도사쿠 이전), 도사쿠 이후의 구조주의 패러다임, 덤의 탄생과 중앙, 스피드를 중시하게 된 오청원/기타니의 신포석 패러다임.

오청원9단이 중세 명인들의 바둑을 평하길 현대로 데려와 석달 정도의 훈련기간만 준다면 현대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것이란 말은 대단히 유명하지요.
또한, 프로들이 중세 기사들의 바둑에 대하여 평하길 우선 현대 기사들과 수읽기 능력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현대 바둑에서 사활과 맥 부분은 여전히 중세 시대의 책들(현현기경, 발양론, 기경중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수근대사전과 수근사전에서도 상당부분은 고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목진석 9단도 프로기사들이 평소에 항상 발양론 같은 어려운 책을 보진 않는다고 했죠. 비교적 쉬운 사활을 반복적으로 본다며 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유추해봤을때, 중세 기사들의 수읽기 능력이 현대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현대와 차이가 나는 것은 포석과 발전된 정석에 대한 부분입니다. 특히 포석이 이토록 발전하게된 계기는 덤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오청원의 신포석 혁명 때문입니다. 백에게 덤을 주게된 흑으로서는 슈사쿠처럼 1,3,5로 두고 입구자로 지키는 식의 포석은 발이 느리다는 평이 있어서 좀더 빠르고 전투적인 바둑을 지향하게 되었죠. 이어서 중앙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졌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대의 바둑으로 굳혀졌고요. 반박하시는 분들께서 말하는 현대 연구생들은 그들의 연구를 받아들이고 있는 입장입니다. 예컨대 이러저러한 수는 중앙이 막혀서 두지 않는다. 이러저러한 수는 발이 느려서 두지 않는다. 등. 이러한 정석과 포석들은 현대에 개발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중세부터 꾸준히 연구/개선되어오던 것들입니다. 따라서 중세 프로들의 바둑토양이 현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라고 볼 수는 없는 겁니다.

또한, 시간에 대한 부분도 이야기해보죠. 중세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들 한수한수의 결과는 단순히 오랫동안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요?
현대의 프로들도 수백가지 수를 하나하나 검토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하수의 눈에 당연히 악수로 보이는 것은 걸러지고 몇개의 후보군을 놓고 변화를 따져보는 것이지요. 제가 첫 글에서 예로 들었던 사카다의 묘 문제. 이창호 9단이 풀었던 답과 사카다의 답은 변화까지 거의 동일했다고 합니다. 전성기 그들 사이의 격차는 대략 40년. 서로의 환경(대국장소, 수읽기 시간 등)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답이 나온 다는 것은 프로들이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답들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중세 기사들에게는 그 비슷한 후보군중 최선인 것을 선택하기 위한 시간이 좀더 주어졌을 뿐 입니다. 

또한, 중세시대의 예리한 감각이 단순히 수읽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수법의 발견" 의 저자인 문용직 사범 또한 현역 때는 타이틀 도전기를 치를 정도의 유능한 프로였습니다. 수법의 발견은 상당 부분 중세 명인들의 수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거기서 문사범은 중세 명인의 뛰어난 수들을 발췌해놓고 본인이 생각할만한 평범한 수들에 비하여 무엇이 뛰어난지를 말해줍니다. 범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후보군의 수가 단순히 수읽기를 오래한다고해서 들어올까요? 이것은 여러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네요. 여하튼.

바둑을 업으로 둔 사람들이 두는 수는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심각한 태도가 반영됩니다. 설령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그들이 반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겠습니까? 중세 바둑이 오로왕별, 아마7단 수준이라는 이야기는 사실은 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논박하고 있을 이유도 없을만큼 명백한 허위입니다.(오로왕별이 프로랑 같다라는 뜻으로 쓴 것 같지는 않아서...) 저나 반박하시는 분들처럼 비전문가가 아닌 프로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막연하게 중세바둑을 찬양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또한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았구요. 올라오는 글들이 너무나도 황당하여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댓글을 달았던 것인데, 의외로 열띤 토론이 되는군요. 굳이 제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밑의 기사와 같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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