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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게임에 절망했던 일본인, ‘전설’을 완성하다 (3/3)
- 관련게시물 : 미국 게임에 절망했던 일본인이 찾아낸 '완벽한 해답' (1/3)- 관련게시물 : 미국 게임에 절망했던 일본인, '드래곤볼'을 훔치다? (2/3)중붕아. 네가 80년대 일본의'좃소 게임회사 사장'이라고 가정해보자.맨날 점프하고 뛰는 게임만 만들다가갑자기 ‘드래곤 퀘스트’라는 생소한 장르가 튀어나와서대박을 쳤어. 그럼 무슨 생각이 들까?"야~!! 우리도 RPG인지 뭐시기인지 당장 만들어~!!”1. 대 똥겜의 시대드퀘1 출시 후,일본 게임계엔 비슷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당연히 ‘똥겜’들도 많았다.<별을 보는 사람 (星をみるひと)>일본 ‘쿠소게(똥겜)’ 역사를 논할 때절대 빠지지 않는 전설의 쓰레기.걷는 속도가 1초에 한 칸 수준, 전투는 운빨.시작하자마자 마을 밖으로 나가면적한테 한 대 맞고 사망. (힌트도 없음)<하이드라이드 3>"우린 리얼리티다!"라며 식사, 수면, 심지어 가방 무게까지 구현.결과는? 너무 복잡하고 귀찮아서 외면받음.훗날 AVGN이 리뷰하며 빡쳐하기도 했다. <게게게의 키타로 2: 요괴군단의 도전>"유명 만화 IP로 게임 만들면 잘 팔리겠지?"라며안일하게 만든 똥겜.복잡한 UI와 엉망인 밸런스로 욕을 먹었다.한편, 원조 맛집 에닉스는<드래곤 퀘스트 2>를 빠르게 출시하며 격차를 벌인다.2편에서는 JRPG의 주요 공식인 ‘3인 파티 체제’가 정립된다.물론 개발 기간이 너무 짧아(고작 8개월)후반부 밸런스가 박살 나고, 불친절함의 극치를 달렸지만,오히려 그 덕분에 “맵지만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2. 난세의 영웅(?)들그 와중에도, 자신들만의 무기를 들고 일어난 '진짜'들도 있었다.<파이널 판타지 1> (스퀘어)"드퀘 게섯거라. 파판이 나가신다!"지금은 아니지만 파판 초기작은 드퀘를 의식하며(?) 만든 게임이었다.전투, 마법, 인터페이스, 레벨업 방식까지 전부 드퀘와 조금 다르다일러스트 마저드퀘가 만화풍(토리야마 아키라)이니,이쪽은 극화풍(아마노 요시타카)을 선택.사이드뷰(Side-View)를 채택해, 싸우는 캐릭터들의 옆모습을 보여줬다.<판타시 스타> (세가, 마크III)"중세 판타지? 우린 'SF 우주'로 간다!"여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고,던전이 3D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기술력을 과시했다.(참고로 한국에서 삼성전자가 무려 한글화 정발을 해주었다..)<여신전생> (아틀라스)"우리는 현대의 도쿄로 간다!!"칼과 마법 대신 컴퓨터와 악마가 공존하는 198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오컬트 분위기의 음침하고 기괴함을 내세웠다.(↑시작부터 엄마가... 암튼 충격적 전개로 유명)특히 적 악마를 교섭하여 ‘동료’로 만드는참신한 시스템을 내세웠다.<이스 1> (팔콤)"명령어 선택 따윈 답답해! 빠르게 가!단순하고 상쾌한 '몸통 박치기' 액션전투에팔콤 특유의 좋은 음악을 깔았다.(이스 시리즈의 주인공 '아돌'은 이때부터 개근한 샘이다.)그 밖에도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게임도 있고,심지어 미국 본토의 <위저드리>까지일본에 출시되며 붐을 탔다.일본 게임계는 그야말로 RPG 전국시대가 열리는 듯했다.그러던 1987년 후반 즈음,게임 업계에는'그것'이 제작중인 것이 알려졌다.그게 뭐냐고?"....나여"3. "폭풍 전야"<드래곤 퀘스트 3>가 제작중인것이 알려졌고발매일이 확정되었다.1988년 2월 10일.업계는 난리가 났다.발매되는 순간 모든 게이머의 지갑과 시간이드퀘3로 빨려 들어갈 게 뻔했으니까.그래서 경쟁사들의 생존 전략은 하나였다."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12월)을 노린다.드퀘가 나오기 전에 승부를 본다!!"실제로 1988년 2월 발매 리스트를 보면,RPG 신작이 눈에 띄게 드물었다.모두가 숨죽이고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4. 1988년 2월 10일, "수요일"드퀘3 발매 전날, 저녁부터 도쿄 이케부쿠로 ‘빅 카메라’ 앞에는수천 명의 대기열이 생겼다.그리고 대망의 D-Day 아침,단일 매장 앞에만 1만 명이 모였다.(아니 구라 안치고 진짜로 1만이라고 한다...)줄이 수 킬로미터에 달해 인도가 마비되고,뉴스 헬기가 도쿄 상공을 돌며 이 ‘인간 띠’를 보도했다.등교 시간이 될 때 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줄줄이 적발됐다.이날 경찰은 학교를 째고 줄을 선 학생 약 300명을 귀가조치 했다.전국의 학부모와 학교에서 에닉스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이 사태 이후, 에닉스와 게임 업계는“대작 게임은 ‘주말’에 발매한다”는 암묵적인 룰을 만들게 된다.'드퀘 사냥’당시 드퀘 3 팩은 현금 1만 엔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실상 '환금성 물품'이었다.게임을 구매한 초등학생을 골목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게임 팩을 뺏는 강도 사건이 전국에서 속출했다.한때 우리나라의 용산 굴다리처럼"가게에서 사서 나오자마자 강탈당했다”는 사건이 보도되었다.소매점들의 '재고 끼워팔기'도 극성이었다."드퀘 3 사고 싶으면, 이 게임(똥겜)도 같이 사.싫으면 사지마. 안 팔꺼야."'딱' 드퀘3 가격의 용돈만 모아서 게임가게에 갔던 초딩들은,약 5천엔 정도를 더 지불해 똥겜을 강제로 같이 사거나,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5. '그리고, 전설로…'어쨌든 드퀘3는 발매 첫날 110만 장,첫 주에만 300만장을 팔아치운다.그 게임 내용 또한, '장인 정신'으로 만든 게임이었으니..ㄴ (드퀘3 리메이크 스샷)절묘한 밸런스,거대한 맵 스케일,반(半) 오픈월드 자유도,낮과 밤의 변화,반전 있는 스토리까지.그 모든것이 약 256KB의 용량안에 꽉꽉 채워져 있엇다.특이한 건, 파티를 직접 짤 수 있었다는 것이다.동료의 이름도 마음대로. 직업도 자유롭게 골랐다.(이는 아직까지 <위저드리> 같은 서양 CRPG의 문법이 남아 있었다는 얘기)유저들은 자기가 만든 동료에게학교 친구나,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의 이름을 붙였고마물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모험하며,‘로토의 전설’이라는 전형적인 JRPG식 서사를 경험했다.안타깝게도 이후 드퀘는 서구에선 진출이 늦어지거나 취소되기도 했고그 사이 <파이널 판타지>가 서구에서 점점 존재감을 키워가다가,파판 7편이 ‘전 세계급’ 초대박이 나며 JRPG의 얼굴이 됐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JRPG가 뭐야?""JRPG의 특징이 뭐야?"를 묻는다면우리는 결국 <드래곤 퀘스트>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서양의 시스템을 빌려왔으되,그것을 가슴 뛰는 모험과 감동적인 이야기로 그려내면서,JRPG라는 '장르의 문법'이 정립됐기 때문이다.시간이 흘러 JRPG와 서양 RPG의 경계가 희미해진 지금도, 많은 JRPG의 DNA 깊은 곳에는, ‘드래곤 퀘스트’가 새겨져 있다.드래곤 퀘스트는 그렇게, 전설이 되었다.- 끝 -감사합니다. [시리즈] 드퀘와 JRPG 이야기 · 미국 게임에 절망했던 일본인이 찾아낸 '완벽한 해답' (1/3) · 미국 게임에 절망했던 일본인, '드래곤볼'을 훔치다? (2/3) · 미국 게임에 절망했던 일본인, ‘전설’을 완성하다 (3/3)
작성자 : 중붕아빠고정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