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하차 고민도 많이 했고

중후반부는 좀 대충 보긴 했지만

어쨌든 끝까지 완주한 기념으로 써봄.

선요약을 해보면

정통 사극의 범주에는 들어가지만

기존 사극과 꽤 이질적인 점이 많아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드라마

라고 생각함.

우려했지만 잘 커버했던 점들

1. 주연 배우들 연기력 및 매칭

김영철옹이야 원래 믿을맨이었고

주상욱이나 박진희도 중반 이후 녹아들면서 캐리했던 것 같음.

태방원의 이방원, 민씨역에는 잘 어울렸다고 생각.

2. 32부작 비중 분배

비중 축소(2차 왕자의 난, 조사의 난 등), 중간 시간대 과감한 스킵으로

후반부에는 양녕 vs 충녕에 충분히 비중 줄 수 있을 정도로 관리를 잘한 것 같음.

3. 인상적이었던 조연 캐릭터들 (+꽤 잘 버무린 역사고증)

대충 나눠보면

주연(이성계, 이방원, 민씨, 신덕왕후)

주조연(정몽주, 정도전, 하륜, 민제, 양녕, 충녕)

조연(이지란, 이화상, 이방우, 이방과, 이방석, 이숙번, 조영무)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체로 조연 캐릭터들은 괜찮았고 주연, 주조연은 아쉬움이 남는 특이한 구성이었던 듯 ㅋㅋ

정몽주는 초반 가장 인상적이었고

이방우는 양쪽의 기록을 잘 버무려서 입체적인 캐릭으로 잘 표현해냈고

이방과는 대부분이 꼽듯 이 드라마 최고의 조연이라 할만했고

이숙번, 조영무는 캐릭터들이 확실히 표현됐던 것 같음.

양녕은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만하면 기존의 오류를 많이 잡은 편이고

충녕 역시 이방과와 더불어 가장 잘 살린 캐릭터.

양녕과 갈등, 권력욕도 좋았지만 마지막까지도 이방원을 부정하고 대립하는게 좋았음.

반대로 아쉬웠던 점들

1. 정작 못 살린 주조연 캐릭터

역대급 최악의 이성계로 시작해서 마지막 장면으로 겨우 조금 세탁하고 간 퐁성계,

초중반 지나친 디버프를 먹고 중후반에 만회는 했지만 결국 뭘하고 싶었던건지 알 수 없는 이방원,

최근 논란되는 큰일은 여자가 사상에 입각해서 만든 캐릭 아닌가 아슬아슬한 민씨와 신덕왕후,

그냥 단역신하1로 봐도 무난한 정도전,

민씨 버프에 따라 너프받고 그냥 민씨1인이 된 민제,

뜬금 비중을 받고 기껏 수명 연장까지 해서 살려뒀지만 별로 활용되지못한 이화상

등 매력적인 조연에 비해 오히려 주조연들은 표현이 아쉬운게 많았음.

2. 지나친 현대어, 대본의 질

조선의 왕을 죽여보거라

조선의 절반은 제 것입니다

등 충격적인 대사들도 그렇지만

명나라에 다녀온 소감은 어떠셨습니까

이게 사극? 같은 깨는 대사들도 많았음

듣기 편한 것도 좋기는 한데 

아무리 그래도 내시들, 아랫사람들이 저렇게 말해도 되나? 싶은 수준의 것들.

3. 결국 이방원은 뭘하고 싶었던건지

태방원의 이방원은 다른 드라마 이상으로

멸시와 배반을 당하고 고독한 삶을 살았고

마지막까지 주변의 인정이나 구원을 못 받은 케이스라

일관성과 캐릭터성은 잘 유지가 됐고

민씨와 세종의 표현에서 나오듯

이방원이 마지막까지 권력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못 버린다는 것은 잘 표현이 됐는데

결국 그렇게까지해서 뭘 하고 싶었던건지는 잘 드러나지가 않음.

기존에 나왔던 왕권주의 vs 신권주의라든가

일반 사극에서 나올법한 애민정신이나

만들고 싶은 이상적인 조선에 대한 표현도 전혀 없음.

사건을 겪을때마다 더욱 흑화하고 아무도 믿지 못해 그냥 권력 자체에 집착하는 묘사라도 있었으면 나았을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이 부족해서 별 이유없이 다 쳐죽이는 사람으로밖에 안 남는 것 같음.

정도전의 괴물이 과도한 이상 + 권력 조합이라면 여긴 그냥 광인 +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