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시대 선수들 수준이 낮았거나 나달이 완숙하기 전에 페더러가 커리어를 챙겼다며 빈집털이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웃기는 얘기다.

 먼저 페더러 시대 선수들 수준이 낮았다는 얘기를 보자. 페더러가 전성기(04-07)가 끝나고 바로 몰락했다면 정말 페더러가 운 좋게 커리어를 챙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페더러는 모노 바이러스 걸려서 빌빌대고 노쇠로 인해 기량이 계속 쇠퇴하는 와중에도 나달 시대의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다 늙은 만 30에 윔블던 우승하고 잠깐이지만 랭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으니 빈집털이할 때보다 못한 실력의 빈집털이범도 제대로 막지 못한 나달 시대의 선수들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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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나달이 완숙하기 전이었다는 얘기를 보자. 전 세대의 선수들보다 못한 실력의 선수가 잘 나가면 빈집털이란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후 세대의 선수를 끌어들여 빈집털이 운운하는 것은 황당할 다름이다. ( 페더러와 나달은 5살 차이인데 테니스의 특성상 전성기가 길기 힘들고 더불어 샘프라스-페더러-나달/조코비치로 이어지는 시기 자체가 테니스의 급변기였으므로 후 세대라 칭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본다. ) 페더러 이전 선수중에 전성기 나달을 이겨낼 선수가 없다면 그 이전 강자들도 다 거품이요 빈집털이란 말인가?

 자꾸 이런저런 가정들을 하는데 페더러가 5년 정도 먼저 태어났고 전성기 실력을 그대로 가졌다면 나달과 얽힐 일도 없이 진작 메이저 20회를 훌쩍 넘어 우승하고 테니스의 신으로 남았을 것이다. (물론 전성기 실력을 그대로 가졌을진 알 수 없다.)

 아니면 이미 투백이 대세가 된 시대, 페더러가 나달보다 5년 정도 늦게 태어났으면 투백으로 나달을 제압했을지 누가 아나? 나달이 페더러와 같이 태어나고 같이 급변기를 보냈다면 전성기 실력을 고스란히 발휘했다고 누가 장담하나? 클레이에서야 어차피 나달이 신이지만 지금보다 더 빨랐던 잔디와 하드에서 전성기 페더러를 압도할 수 있었다고 어떻게 장담하는가? 애시당초 레전드 둘의 전성기가 겹치지 않았다고 이전 레전드를 폄하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사족으로 약간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스타에서 이윤열이나 최연성 전성기 실력은 이영호 시대 평범한 선수들 실력에도 한참 못 미친다. 더불어 그들의 전성기 자체가 이후 기준으로 보면 테란맵과 함께 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커리어를 폄하하진 않는다. 다만 이영호가 그들을 뛰어넘는 성적을 냄으로써 스1의 최강자로 남은 것이다. 나달도 페더러를 뛰어넘어 메이저 18회 우승을 달성한다면 페더러와의 상대전적을 걸고넘어질 필요 없이 알아서 최강자로 남을 것이다.

 결론1 - 페퀴가 싫다고 이런저런 가정을 덧붙이며 모욕적인 말을 날리는 당신, 페퀴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물론 나오지도 않은 페더러를 찬양하며 나달을 까는 해설자들은 문제가 심각하다.

 결론2 – 개인적으로 페더러와 나달은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이라 생각하며 테니스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 이름은 계속 남을 것이다. 다만 앞으로 둘의 성적에 따라 페더러와 나달로 남느냐, 아니면  나달과 페더러로 남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