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력을 가다듬기 위해 그가 밤마다 하는 일이 있다. 인형을 세워 놓고 거기에 작은 고무공을 던진다. 원정 숙소에서도 같은 훈련을 한다. 경기가 끝난 뒤 손혁 투수 코치와 호텔 연회장에 내려간다. 손 코치가 포수 자세로 앉은 뒤 미트 대신 휴대전화기를 가져다 댄다. 그리고 김택형은 8~10m 거리에서 고무공을 던진다. 두 사람은 보름 전께부터 이 훈련을 시작했다.



손 코치는 "제구력을 잡기 위한 훈련"이라고 말했다. 왜 작은 고무공일까. 손 코치는 "프로 투수라도 가벼운 공을 던지면 대개 패대기를 친다. 손끝 감각을 조정하기 위해선 작고 가벼운 공이 좋다"고 말했다. 그럼 왜 인형이나 휴대전화같은 작은 과녁일까. 손 코치의 설명은 이렇다. "손가락 끝이 과녁이면 공은 그 주위로 벗어난다. 손바닥을 펴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과녁이 커도 공은 빗나가게 돼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작은 과녁을 만들면 그 주위로 공이 몰린다. 데이비드 베컴은 골포스트를 보고 공을 찼다고 한다. 그래서 골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방법을 그레그 매덕스에게 배웠다고 했다. 매덕스는 선발 등판이 없는 날 외야 펜스로 공 30~40개를 들고간 뒤 가볍게 여러 구종을 던졌다. 손 코치는 "랜디 존슨도 제구를 잡기 위해 집 차고에서 가벼운 테니스공으로 과녁에 던졌다"고 말했다.



무게와 크기가 다른 공을 던지면 '하드볼'을 던지는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손 코치는 "어차피 7일에 한 번 하는 훈련이다. '훈련'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훈련은 결국 지루하다. '장난치듯 논다'는 기분으로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효과는 선수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김택형의 제구가 좋아졌다면 스스로 집에서도 인형에 공을 맞추는 태도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