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양질의 1.5~2룸 다세대주택을 늘려야한다

ㅇㅇ(121.169) 2025.06.17 20:08:35
조회 91 추천 0 댓글 0

지난 6월 14일 그렌펠이라는 런던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입주자 79명이 사망했다. 참사였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 어쩌면 금세기 최고의 문명 도시 런던의 야만적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일지도 모른다. 이 아파트 옆 동네인 노팅힐은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의 제목으로도 유명한 곳이며, 주변은 수백억원대의 호화주택과 명품 상점이 즐비한 부유한 동네다. 슬럼 지역 재개발의 일환으로 1974년에 건설된 120세대의 이 임대아파트는 저소득층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다국적 이민자들까지 모여들어 부유한 지역사회 속에서 이질적 거주시설이 된다. 게다가 마약과 폭력 등 반사회성까지 증가하던 터였으니 부자 이웃들에게 이 집단은 늘 눈엣가시 같은 불편한 존재였을 게다.



한편으로 600명까지 기거하는 초고밀의 24층에 층마다 여섯 가구가 있는데도 비상계단은 하나뿐이었고 방재시설은 거의 전무여서 그 대책을 입주자들이 정부관리회사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한다. 낡고 오래된 이 아파트를 드디어 지난해 개수하게 되었으나 놀랍게도 외관을 바꾸는 데 그치고 만다. 주변에서 보는 외관이 볼품이 없어 샌드위치 패널로 뒤덮은 것인데, 아파트 거주민의 안전은 이웃 부자들에게 관심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값싼 샌드위치 패널이 화마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화재 발생 15분 만에 전체가 불길로 휩싸이고 말았다. 그러니 이 사건은 안전에 대한 불감, 대처능력의 결여가 원인이 아니라 계층의 불화가 그 범인이다. 서로를 적대시해 섞이지 못하는 사회에는 언제 어떤 형태로든 이런 비극이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영국의 매체는 이 사건을 한국의 세월호에 비견했다.



잘 아시겠지만 이게 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의 우리에게 더 깊고 넓게 실재하는, 심지어 제도로도 보장된 비극이다. 예컨대 분양아파트와 같이 지어야 하는 임대아파트, 이 둘은 한 동네지만 저소득층을 꺼리는 분양 측 주민들이 없던 담장도 새로이 세워 임대분을 격리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 등굣길도 막힌다는 것인데 이게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와 뭐가 다른가?



더 큰 문제가 있다. 로마 시대에도 있었을 정도로 아파트는 그 역사가 오래며 이제는 어디에서나 보는 세계 공통의 주거형식이지만, 우리의 아파트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형식을 갖는데, 그 세대 수가 얼마이든지 들어서기만 하면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주변과 관계를 단절하는 단지가 되는 것이다. 출입이 통제된 이 단지를 일반도로는 가로질러 통과할 수 없으니 도시 속에 떠 있는 섬이 되고 마는 이들은 주변과 부동산 가치를 놓고 늘 대립하는 적대적 공동체일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갈등을 정부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주택이 부족하고 정부도 돈이 없던 시절, 정부는 민간건설업체에 각종 특혜를 몰아주며 아파트를 짓게 했다. 아파트 속의 도로나 공공시설도 민간에 떠넘겨 짓게 해 도로교통법도 적용할 수 없도록 공공성을 포기한 곳이 아파트 단지였다. 소득도 오르고 정부예산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진 지금에도 이 공공의 책무를 유기한 방식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때마다 정치인은 몇만 채를 짓겠다고 공약하고 건설자본은 이를 뒷받침해 그 임기 내에 졸속으로 지어 댔으니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철저히 야합한 아파트에는 어디에도 우리들 공동체의 삶을 위한 담론이 없었고 건축의 시대적 정신도 없었다. 국민에게 부동산에 대한 욕망만 부추기며 거주의 본질을 왜곡시켰고 모여 살아야 할 공동주택은 붙어살 뿐이어서 오로지 배타적 부동산공동체의 사회를 형성하게 했다. 그러니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우리네 일상의 풍경이 된다.



기원전 3000년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우르라는 도시가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고향이기도 한 이 고대도시의 주거지역은 큰 집과 작은 집, 상가주택과 고관집들이 마치 퍼즐조각 맞물린 듯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었다. 이는 부자와 빈자,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 살았다는 것이며 현대사회가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추구하려 애쓰는 소셜믹스나 사회통합을 무려 5000년 전에 이미 이루었다는 건데,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이 그때보다 나은가?



새 정부에 바라기는, 지난 정권들과 확연히 다른 정부인 만큼 지난 시대의 부동산적 주거정책을 개념에서부터 완벽히 결별하면 좋겠다. 주거는 결코 경기진흥책의 도구가 아니다. 개인의 안녕과 가족의 단란, 그리고 공동체의 지속과 사회의 공존이 본질이며 무엇보다 행복이 중심적 가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부동산만 따지며 서로를 적대하고 떠도는 유목의 삶을 여전히 살게 되며, 그렇게 되면 정주하지 못하는 까닭에 존재하지 못한다고 했다. 제발, 단지를 해체하라.



그리고 고밀지역이 아닌, 산업단지나 대도시와 근접한 근교지방 중심으로 차선을 충분히 확보하고, 양질의 1.5~2룸 다세대주택을 늘려야 한다.





viewimage.php?id=2fb1d125eec231a865&no=24b0d769e1d32ca73fe883fa11d028313b52c5650cf177f0238700297d79c434e6e4db314b9ee4db5f4511c27cd8e4de1dbf8f564a9d3a84306cdd19bdd77f8ae50784e6




7bf3da36e2f206a26d81f6e14087726f2d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해외에서 겪는 불합리한 대우에 대응 잘 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11/03 - -
AD 저녁 뭐먹지? 오늘의 메뉴 추천! 운영자 25/10/31 - -
2867465 Dead cat strategy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74 0
2867461 김제동이 방송 재능은 확실히 타고 낫는데 [1] 야옹아저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96 0
2867459 세브란스에서 말하는 민윤기(슈가) 치료센터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9 0
2867457 라이터 6천개나 수집한 라이터 수집가 아저씨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74 0
2867456 공뭔으로 틀길 잘했다 [1] ㅇㅇ(14.55) 06.26 140 0
2867454 피궁해서 안되겠당.. 씻구 자야징.. ♥냥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71 0
2867450 다들 퇴근했지? ㅇㅅㅇ 헤르 미온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63 0
2867448 황흐프님과 하나님이 고생많으시다 이기 슈퍼막코더(126.158) 06.26 62 0
2867446 양병집 - 잃어버린 전설 (1974)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58 0
2867443 끙야가 끊기지 않는구낭 [1] ♥냥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7 0
2867441 ❤✨☀⭐나님 시작합니당⭐☀✨❤ [1] ♥냥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0 0
2867439 꿀통 문닫혀간다. [6] 개멍청한유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25 2
2867438 진지하게 한강 가야하나 고민 [3] ㅇㅇ(175.197) 06.26 143 0
2867436 3대국비 떡밥도 안돌고 개멍청한유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44 0
2867435 비전공 국비의 한계 [2] ㅇㅇ(211.234) 06.26 319 3
2867434 차단해서 안보인다 댓글달지마라 [1] ㅇㅇ(211.234) 06.26 102 4
2867432 뉴욕 시장 선거 때문에 난리난 이스라엘 언론들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28 0
2867430 웹싸개 새기들은 개발바 취급해주명 안됨 [4] 배과장(118.235) 06.26 124 0
2867429 와 근데 7개월 가까이 따라다니는 211.234 독하노 [1] ㅆㅇㅆ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07 0
2867427 프로그래밍 잘하는법 구합니다 [6] ㅆㅇㅆ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27 0
2867425 무엇을 위해 살아감? [6] 공기역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09 0
2867423 좀 이쁘게 코드짜고싶어도 시간이 너무 촉박해 [1] ㅆㅇㅆ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5 0
2867421 문다혜 이경규 이런새끼도 운전대잡는시대인데 뒷통수한방(1.213) 06.26 52 0
2867420 나같은 코드 몽키는 씨샵이 답이다..씨샵할땐 이렇게 피 안말려도됐는데 [4] ㅆㅇㅆ(124.216) 06.26 132 0
2867419 사랑❤+ ♥냥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63 0
2867418 안 짤라주는 이유가 뭐임? [2] ㅇㅇ(211.235) 06.26 78 0
2867417 매일매일 새로운거 하는거 진짜 피말린다 [1] ㅆㅇㅆ(124.216) 06.26 87 0
2867416 냉정하게 고등수학 2달안에 끝낼 수 있음?? [2] ㅇㅇ(223.38) 06.26 104 0
2867415 winrt/c++ 랑 win ui3 현업에서 자주 쓰려나? OeBoo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74 0
2867414 국비 수업듣는데 좃된거같음 [3] ㅇㅇ(118.235) 06.26 285 0
2867413 gc언어의 메모리 안전과 러스트의 안전의 엄청난 차이점 [4] 프갤러(27.168) 06.26 131 1
2867412 헛소리 그만하고 함수라도 제대로 만들어라 [6] 응게이(211.234) 06.26 120 0
2867410 왜 앱에서 디시 글이 안써지노 아스카영원히사랑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57 0
2867409 ㅈ소 주제에 코테 왜이리 많이 보냐? 프갤러(110.13) 06.26 293 0
2867408 개발자 앉아서 일하는 요리사 아닐까 [2] ㅇㅇ(14.51) 06.26 101 0
2867407 지금 코파일럿 나만 안댐? 프갤러(175.199) 06.26 72 0
2867405 델파이에는 포인터연산이 없나 발명도둑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0 0
2867404 시발 나보다 운전 좇같이하는새끼들 많은데 왜 나만안되냐고 [1] 뒷통수한방(1.213) 06.26 79 0
2867403 웹이 goat이네 프갤러(211.200) 06.26 93 0
2867402 오뎅 먹고싶다. [1] 배구공(119.202) 06.26 75 0
2867401 충격.. [3] ♥냥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7 0
2867400 싸워서 이긴놈만 진짜로 받아들이겠다. 서로 죽여라 [3] 개멍청한유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07 0
2867399 이곳의 장점이라면 [1] 배구공(119.202) 06.26 91 0
2867398 ❤✨☀⭐나님 시작합니당⭐☀✨❤ [3] ♥냥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87 0
2867397 ㅆㅇㅆ가 왜이리 많아 [7] 개멍청한유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20 0
2867396 streamlit 씨발련아 좀 exe에서도 되라고 제발 ㅠ [3] ㅆㅇㅆ(124.216) 06.26 115 0
2867395 java 의외로 잘 안쓰는 연산자 [1] ㅆㅇㅆ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01 0
2867393 나도 뭘좀 알아서 배구공(119.202) 06.26 67 0
2867392 커뮤에서 뭐 자세하게 알려주는거 노잼이지 않냐?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28 0
2867390 c언어 테크닉 - 비트 트릭 [5] ㅆㆁㅆ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6 11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