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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택 위주 나노 감상]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

.손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22 14:23:31
조회 1475 추천 2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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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와 14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반전'이다. 그리고 그 반전을 이루는 요소는 '방'으로 그려진다.

 

13회의 반전은 무성을 주축으로 한 아빠들의 반전이며 14회는 택, 선우, 정환, 동룡 등 소년들의 반전에 대해 다루고 있다. 두 회차는 긴밀한 유기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함께 얘기하는 게 좋지만 그럼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한 회씩 나누어 다뤄야 할 것 같다.

 

13회 택에 대한 이야기는 덕선의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식사를 하던 덕선의 가족은 택의 경기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나 오늘 방에서 공부할 거야. 도서관 가서 공부해.
도서관 오늘 공사야. 네가 택이 방 가서 공부해.
택이 바빠. 건들면 안돼.
맞다,맞다. 다음주가 후지스 배 결승이제? 아따 우리 택이가 후지스 배만 가져와불면 그랜드슬램 달성인데. 그러니까 너 방해 하지 말고, 귀찮게 하지 말고, 가지도 말어.

 

택을 배려하는 동일의 당부에 '내가 더 잘 알아.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는 덕선의 표정은 자신감에 차 있다. 택을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부터 덕선은 언제나 살뜰히 택을 보살펴 왔다. 그리고 최근 중국에서대국 일정을 함께 하며 덕선은 택의 또 다른 세계에 대해 직접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택이 가진 삶의 무게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세계를 알고 있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묘한 독점력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택의 또 다른 세계를 접한 덕선은 그래서 이따금 택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한 한편, 택을 지켜주고 보호해줘야겠다는 마음 역시 예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결국 택의 집에서 공부를 하게 된 덕선은 선영의 심부름으로 택의 집에 들른 선우와 만나게 된다.

 

너 뭐해, 여기서?
공부! 이 동네에서 이 집이 제일 조용해.

 

이 대사는 참 일상적인데 묘하게 마음을 아프게 한다. 동네에서 가장 조용한 집. 말수 적은 아버지와 아들이 사는 집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덕선이 가진 존재감은 매우 크게 느껴진다.

 

수연이 아침 안 먹었지?
아, 먹었는데요. 또 먹을 수 있어요.

 

덕선이 없었으면 홀로 밥을 먹었을 무성.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나눈다는 것과 같다. 방 안에 있는 택을 부르지도 못하고 조금은 쓸쓸히 밥을 먹어야 하는 무성에게도 덕선은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아침을 먹고 왔지만 무성에게 또 한 번 먹을 수 있다며 웃어보이던 덕선은 선우에게는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 야 너 택이 방 가지 마! 이번주 토요일까지 택이 방 출입금지야.
어, 알아. 후지쯔 결승. 나 간다.

 

선우가 집으로 돌아간 후 무성과 함께 식사하던 덕선은 택에 대해 묻는다.

아저씨, 택이 어제 저녁은 먹었어요?
아니, 오늘 아침도 안 먹는다. 네가 가서 데리고 와라.
아, 대회 때는 저도 잘 못 건드리겠어요. 건드리면 톡하고 죽을 것 같아가지구.

 

덕선은 무성에게 택이 갖는 바둑에 대한 무게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14회에서 택은 선우에게 덕선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바둑과 덕선. 택의 세계는 이처럼 절실하고, 깊다. 하지만 덕선은 택의 또 다른 세계인 바둑에 대한 깊이는 알고 있을 지언정 또 하나의 세계인 자신에 대한 존재는 인지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택은 이런 덕선을 보며 '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는 하나의 세계, 그리고 그 세계의 전부인 덕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고 원망스러워서.    

 

그리고 덕선 역시 대회 전 예민한 상태의 택에게 다가가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하자 조금은 실망한 듯한 무성. 그런 무성의 표정을 살피던 덕선은 결국 택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런 덕선의 마음 씀씀이에 무성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린다. 하지만 덕선이 택에게 가기 위해 일어섰을 때 택의 집으로 동룡이 들어오면서 집안을 맴도는 고요한 적막은 깨진다.

 

택아!
조용히 해! 이번주는 안돼. 딴 데 가서 놀아.
왜? 시합 있어?
어, 후찌즈!
후지쯔!
아...

 

비록 택이 참가하는 바둑대회 명칭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덕선이지만 동룡으로부터 택을 지키는 것만큼은 야무지게 잘 하는 덕선.

 

얼른 썩 꺼지시지?
수연아, 나 정말 조용히 부루마블만 할게. 정말 조용히 있을게. 그러니까 집에 학주도 있고, 여러가지 복잡하니까 제발 집에 가라는 말만 하지 말아줘.
안돼, 절대 안돼. 너는 믿어도 네 입은 못 믿어. 썩 꺼지시지!
간다, 간다 집에 가! 집에 갈거야, 집!

 

다시 한 번 택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동룡을 덕선이 막아서고, 결국 동룡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추후 14회에 나올 덕선-동룡 계단 씬과 연결지어 볼 수 있다. 지금의 덕선은 동룡의 입을 못 믿는다고 말하지만 덕선을 포함한 친구들이 고민이 생길 때 가장 편하게 그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직한 친구 역시 동룡이라는 점은 '동룡'이라는 캐릭터이 주는 반전과 그로 인한 매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동룡이 집으로 돌아간 후 덕선은 택의 방에 노크를 한다.

 

어, 들어와.

 

나지막한 택의 목소리에 덕선이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바둑에 집중하고 있는 택의 모습이다.

 

나인줄 어떻게 알았어?
아빠는 주로 부르시고 넌 노크.
아...

 

택은 아버지인 무성과 덕선을 구분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덕선에게 대답하면서도 두통 때문에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택이 두통을 앓는 모습은 이따끔 보였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적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바둑과 관련한 대상을 만났을 때, 예를 들면 택이 신인 바둑기사와의 경기에서 진 후 기원에서 바둑을 둘 때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은 머리를 누른다. 그 외에 무성이 택이 아파하는 모습을 본 적 있지만 그것은 문이 열린 방 안에서 홀라 아파하던 택을 지켜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택은 덕선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픔을 표현한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분명하게 말할 것을 조언하던 덕선의 말처럼 이제 택은 조금씩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나와! 아침 먹자.
괜찮아. 나 그냥 커피나 마실래.

극의 초반, 우유를 마시며 등장하던 택은 극이 진행 되면서 점차 우유 섞은 커피를, 그리고 이제는 온전한 커피를 찾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택에게 바둑은 어른의 세계이다. 그래서 택은 온전한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상징하는 커피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아침도 커피로 대신하고, 점심과 저녁 역시 먹지 않겠다고 하는 택을 보면서 덕선은 다시 한 번 택을 설득한다.

 
그럼 우리 택이 아침이라도 먹어야겠어, 안 먹어야겠어?

 

덕선의 어르는 듯한 말투에 결국 택은 또 한 번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지금 이 순간 덕선이 가장 원하는 대답을.


먹어야겠어.
그렇지, 아이구 착하다. 가자! 아침 먹으면 점심이랑 저녁은 안 건드릴게.
그래. 고맙다.

 

능숙하고 배려심 있게 자신을 대하는 덕선을 보고 웃으며, 덕선의 머리를 쓰다듬는 택.

 

그 시각 성균과 동일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동일이 텔레비전에 잠시 시선을 둔 사이에 성균은 바둑알의 자리를 옮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 시도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이내 울상이 되어 동일에게 부탁하는 성균.

 

딱 한 수만 물러주이소, 네?
아, 이 사람아. 바둑에 꼼수가 어디 있대. 택이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바둑은 자고로 정정당당한 것이여.

 

바둑 에티켓과 바둑 관련 사람들의 대화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덕선과 더불어 최 택이란 인물을 구성하는 가장 큰 또 하나의 세계가 바둑이기 때문이다.

'

한편 동네에 도둑이 들어 온 동네가 떠들썩할 때 덕선은 택의 집에서, 무성은 선영의 집에서 나온다.

아이들 사이에서 동룡이 중재자로 그려지는 것처럼 동룡의 아버지 역시 이 동네의 중재자로서 사람들의 안위를 확인하려고 한다.

 

아, 봉황당 부자 어디 갔노? 둘이 어디 갔노?
택이 바둑 둬요. 걔는 아마 신경도 안 쓸 걸요.
그래, 택이는 그렇다 치고 택이 아버지는?

 

그 때 선우의 집에서 나오는 무성.

 

선우 엄마, 이제 물 잘 나온다.
택이 아부지 지금 우리 동네에 도둑 들었다, 도둑!
어, 안다. 들었다.

 

도둑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일상적인 일을 해나가는 무성. 선영에게 고칠 것 있으면 말하라고, 또 고치러 오겠다는 다정한 말을 뒤로 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무성.
담담히 걸어가는 무성의 뒷모습을 보며 식겁해하는 동네 사람들.

 

그리고 선영의 집 수도를 고쳐준 무성을 보며 미란과 일하는 두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비추지만 선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얘기한다. 선우와 진주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어머니로서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영에게 미란이 말한다.

 

그런데 선영아, 네 인생은? 새끼도 좋지. 뭐, 내가 네 입장 아니라고 잘 몰라서 떠든다고 할 수도 있는데 네 인생도 한 번이야. 응? 그렇잖아. 너도 한 번은 그냥 행복하게도 살아봐야지. 안 그래? 네 나이가 너무 아까워서 그래. 너무 젊잖아. 새끼들한테 다 쏟아 붓기에는 네 나이가 너무 젊다. 네 청춘이 아깝고.

 

미란의 진심 어린 말에 선영은 결국 눈물을 보인다. 13회에서 선영에게 하는 미란의 조언과 14회에서 덕선에게 하는 동룡의 조언. 이들을 통해 선영과 덕선의 마음 속에도 어떠한 변화가 조금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 속 따뜻함,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한편, 무성과 택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택은 죽을 선뜻 먹지 못하고 숟가락만 만지작거리고 무성은 그런 택이 안쓰럽다.

 

그거 다 먹어.
네.
아참, 오늘 병원 가는 날 아니셨어요?
어. 갔다 왔어. 아무 이상 없대. 다 좋대. 걱정하지 마라.
저랑 같이 가시지...
다 나았는데 뭐. 약만 타 왔어, 그냥. 두 달에 한 번씩만 오란다. 아빠 괜찮으니까 택이 네 일만 신경 써.
죄송해요, 아빠. 아들이 되어가지고...
별 게 다 죄송타. 아빠 괜찮으니까 택아... 그거 반만이라도 좀 먹어. 얼른.
네.

 

무성은 늘 택에게 말한다. 아빠 괜찮으니까 네 일만 신경 써. 그런 아버지의 애정이 택은 고맙고, 죄송하게 느껴진다. 이 세상에서 서로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가족. 고요함 속에서도 조금씩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의 애틋한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아침, 덕선과 친구들을 포함한 여느 또래 학생들은 봄방학을 맞이했지만 택은 또 한 번의 큰 대회를 앞두고 있다.

 

택이 아직 출발 안 했제?
왔나?
이거 택이 먹여서 보내라꼬. 밥보다 먹기가 훨씬 수월타. 
좋네. 잘 먹을게.

 

선영이 택의 끼니를 챙기는 사이, 정환은 미란에게 독서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한다.

 

참, 내일 택이 일본 가지. 큰 대회인가 봐?
아, 후지쯔라고 택이가 준우승만 두 번 한 대회에요.

 

정환을 포함한 아이들은 모두 택에 대한 소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이들이 나누는 우정은 일상적이면서도 깊게 그려진다. 그리고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방 안에서 짐을 가지고 나오는 택.

 

이 부장님 벌써 오셨어. 밖에서 기다리신다.
네.
아, 택아. 이번에 호텔이 어디라고 그랬지? 아빠한테 호텔 전화번호 하나 주고 가라.
아, 잠시만요.

 

무성의 말에 자물쇠로 잠겨져 있던 서랍을 여는 택. 택의 방은 쌍문동 5인방의 아지트로 언제나 공개되어 있다. 이렇듯 오픈된 방 안에서 택이 유일하게 숨겨둔 서랍. 그 속에는 '바둑'이라는 글씨가 적힌 수첩과 많은 사진들이 있었다. 택이 일본에서 묵을 호텔의 주소를 옮겨 적은 무성은 택에게 다시 명함을 서랍에 넣어 놓으라고 말한다.

 

호텔 주소가 적힌 명함을 다시 서랍 안에 넣고 자물쇠로 잠근 택. 집을 나서고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택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어오던 덕선과 마주친다.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덕선을 본 택은 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덕선과 얘기를 나눈다.

 

너 잠은 잘 잤어?
응.
다행이다. 이제 가?
응.
너 안 추워?
안 추워. 근데 너 안 춥냐?
나? ...쪼금.
으이그 지퍼 좀 닫고 다녀, 인간아.

 

택은 평소에 추위를 거의 타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덕선에게 춥지 않은지 물어보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춥지 않냐고 되물어 보는 덕선의 말에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한다. 그리고 택의 옷 지퍼를 올려주는 덕선.

 

선물 사와라.
뭐 갖고 싶은데?
진짜 사오게?
응.
하이구 퍽이나. 됐네요. 잘도 기억하시겠다.
진짠데. 이번에는 선물 사올게.
됐고. 대회에서 받은 거 있으면 버리지 말고 아무거나 들고 와. 저번에 보니까 참가기념으로 열쇠고리, 수건 이런 것도 주더만.

덕선이 원하는 것은 아주 작고 소소한 것이었다. 택이 엄청난 상금을 받았을 때도 덕선과 아이들은 떡볶이를 외쳤었다. 이들의 이런 순수함과 소박함이 다른 세계 속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택에게는 일종의 위안이 되었을 것이며,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어른이 아닌 현재 자신의 나이로 돌려 놓는 마법과도 같은 의미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대회 참가 기념품을 말하는 덕선을 보며 택은 환하게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늦겠다, 너. 빨리 가.
알았어.

 

귀여운 동생 대하듯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제 가겠다고 말하는 택에게 덕선은 '이게 진짜.' 라고 말하면서 장난으로 주먹을 올려 보이고, 돌아서려던 택은 잠시 머뭇대다 덕선에게 말한다.

 

덕선아, 나...져도 되지?

 

져도 되냐는 택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덕선. 그런 덕선을 보며 택은 미소 짓는다. 준우승만 두 번한 대회.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이겨야 하는 대회. 택에게 이 대회는 바둑이 가진 것을 넘어서 대회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컸다. 그렇기에 대회 전 덕선을 만난 것은 택에게는 조금이나마 편히 숨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어서 고마울 뿐이다.

 

한편 부쩍 선영, 진주와 가까워진 무성. 선우는 그런 무성을 보며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리고 무성 역시 그런 선우의 눈치가 보인다. 그 때 선영이 얼마 전 얼음가게에 든 도둑 얘기를 꺼내고, 칼을 들고 있던 도둑에 의해 이웃이 다쳤다는 소식을 전하며 무성에게 무섭지 않은지 묻는다. 하지만 무성은 그저 담담하게 무섭다고 대답하며, 그 영혼 없는 목소리에 선우는 웃음이 터진다.

 

그때 뉴스 속보로 택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모두 멘붕 상태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택이 지낼 호텔 주소가 적혀 있는 종이는 물에 번져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택을 걱정하지만 택은 무사히 호텔에 도착해 쉬고 있다는 소식을 동룡의 아버지가 전한다. 그리고 무성은 이런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대처했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은 무성을 곰이라고 칭한다.

 

아빠 걱정하지 말고 오늘 일찍 자, 응?
두통약 조금만 먹고. 그래, 응.
그리고 아침에 우산 꼭 챙기고.
네. 안녕히 주무세요.

 

무성과의 전화 통화를 끝낸 택은 이 부장을 통해서 뉴스 속보를 접한다.

 

참, 아버지랑 통화 했어?
예. 좀전에요. 우리 아빠 아무렇지도 않으시던데요? 원래 웬만해서는 흥분 잘 안 하시는 분이라...
지금 장난해? 아버님 그렇게 흥분하신 모습 처음 봐. 나 고막 나가는 줄 알았어

 

이 부장으로부터 의외의 말을 전해들은 택은 곧 선우가 걸어온 전화를 받게 된다.

 

최택?
응.
목소리는 들어야 마음 놓일 것 같아서.
응, 난 괜찮아.
야! 넌 뭐 했길래 전화를 안 받냐?
언제? 언제 또 전화했어?
계속! 너 때문에 너희 아빠 계속 우시고... 야, 진짜 장난 아니었어.

택아, 나 오늘 너희 아빠 슈퍼맨인 줄 알았어.
무슨 소리야?
진짜 어디서 그런 괴력이...
무슨 말이냐니까.

 

택이 탑승했을 비행기의 사고 소식을 접한 무성은 택이 지낼 호텔 연락처를 적어놓은 수첩을 찾기 위해 택의 방으로 달려가지만 그 수첩이 있는 서랍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무성은 자신의 손에 생채기를 내면서 자물쇠를 부수고 서랍을 연다.

 

선우야, 나 손이 떨리가 전화 좀 걸어줘 내 아무것도 못하겠다.

 

선우가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호텔에 전화할 동안 택은 씻고 있었고 전화를 받지 못했다. 초조해 하던 무성은 결국 이성을 잃고, 택의 방에 온 이 부장이 대신 전화를 받자 이내 흥분한 무성의 목소리에 놀란다. 늘 담담한 모습의 부자를 오랜 시간 지켜봐 왔을 이 부장은 선우에게서 비행기 사고 관련 오보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무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 부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택은 또 한 번 무성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고, 택의 목소리를 들은 무성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담담한 모습으로 얘기한다.

 

여보세요.
아빠! ...무슨 일 있으세요?
거기 비 많이 온다며?
아, 예. 많이 와요. 날씨 안 좋아요.
그래. 컨디션 조절 잘 하고, 밥 잘 챙겨먹고.
예.
그리고 아침에 우산 꼭 챙기고...응, 그래. 끊는다.

 

택과의 전화 통화가 끝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던 무성은 자신을 보는 선우와 선영을 보고 머쓱해진다. 선우는 조금씩 무성의 반전에 대해 알아가고, 택에 대한 무성의 애정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게 되며 무성의 인간적인 모습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택아, 너 아빠한테 잘해라. 니네 아빠, 정말 네가 전부이신 것 같더라.
잘자라. 야! 져도 돼. 끊는다.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에 택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리고 택에게 무성에 대한 얘기를 하던 선우가 전화를 끊기 전 '져도 돼.'라고 말하는 그 격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경기에서 지면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두통약을 먹으면서도 바둑을 두던 택, 그리고 자신의 곁을 지키는 친구들에게조차 실수였다고 말하던 택에게 져도 괜찮다고 말하는 덕선과 선우.

 

그리고 택을 걱정하며 놀랐을 무성을 위해 동일과 성균은 무성과 함께 포장마차에 간다. 그곳에서 무성은 다시 담담한 평소의 모습을 한 채 일화의 건강검진과 관련한 동일의 눈물 얘기를 듣고 있었다. 한참을 동일의 눈물에 대해 얘기하던 성균이 물었다.

 

근데 택이 아빠는 원래 성격이 그렇습니까, 어릴 때 부터요?
물령망동 정중여산이라고 했습니다. 임진왜란 옥포해전을 앞두고 떨고 있는 병사에게 이순신 장군이 한 말입니다.

몸을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 자고로 남자란 침착하게 태산같이 무겁게 행동하라.

 

하지만 그때, 쥐 소리가 들리자 무성은 오두방정을 떨며 도망다닌다. 겨우 사태가 진정되자 변명을 늘어놓는 무성을 보며 동일과 정환의 아버지는 웃음이 터지고 포장마차 구석에 있던 선우, 보라는 그런 무성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결국 슈퍼맨일 것만 같았던 아버지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무섭고 약하고 울기도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회였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아침, 노을은 신문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택이 형 진짜 대단하다. 후지쯔 배도 우승했어. 상금이 칠천만원이래, 칠천만원.

 

신문을 보던 노을은 못 보던 도자기를 가리키며 덕선에게 묻는다.


근데 누나, 저건 뭐야?
몰라. 택이가 준거야.
어디서 난건데?
답답해 죽겠어, 진짜. 걔 바보 아니야?
아니, 대회에서 받은 거 아무거나 갖고 오라고 했더니 저거 갖고 왔어. 저거 들고 오기도 힘들겠다. 답답이. 바보, 멍충이!
수연아, 저 도자기 좀 빌려줘봐라. 파김치 좀 넣그로.

 

덕선은 택이 선물한 도자기를 일화에게 가져가려고 하지만 신문과 도자기를 번갈아 가며 보던 노을은 황급히 이를 막는다. 사실 택이 덕선에게 선물한 것은 후지쯔 대회 우승컵이었던 것이다.

 

대회에서 받은 것 중 아무거나 가져오라는 덕선의 소박한 부탁에 택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의미 있고 좋은 것을 덕선에게 선물했다. 준우승 2번에 걸쳐 우승한 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대회의 우승컵은 택에게는 남다른 의미였을 것이다. 그것을 온전히 덕선에게 준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 전부를 준다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덕선은 택의 마음을 받고도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김치를 담을 도자기로 쓰일 뻔한 우승컵은 노을에 의해 그 의미가 제대로 알려지게 된다.

 

택이 덕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 뿐. 택은 이미 자신의 속도대로 덕선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14회에서 그려지듯 덕선은 이따금 택의 낯선 모습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을 향한 택의 마음을 온전히 알고 있지는 않다. 그런 덕선에 대한 마음이 커질수록 택은 그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그려질 택의 모습이 가슴 아픈 이유다.  

 

 

 

 

 

밥버거 갤에 긴 글 미안. 써놓은 게 아까워서 일단 올린다. 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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