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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개인의 방황 이야기, '헤드윅'

메디먼트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6 2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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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먼트뉴스 김제호 인턴기자]


영화 헤드윅은 2001년 개봉한 유명한 뮤지컬인 '헤드윅'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 뮤지컬의 경우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이며, 국내에서는 조승우, 윤도현, 오만석, 변요한, 유연석, 조정석 같은 걸출한 배우들이 헤드윅 역할을 맡았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트렌스젠더, 헤드윅과 그의 밴드를 그린 영화 '헤드윅'은 원작의 훌륭한 음악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헤드윅 역할에 뮤지컬 '헤드윅'의 원작자이자 초대 헤드윅인 존 카메론 미첼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는 점도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DP2의 3화에서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드렉퀸 캐릭터가 헤드윅의 넘머 'Wig in a box'를 작중에서 불러 화제가 되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록커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타의로 그러한 결정들을 내리게 되었다. 본디 서독출신이었던 헤드윅은 어렸을 적,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전날 어머니를 따라 동독으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남성들에게 성적학대를 당했다. 미군이 주는 달콤한 젤리에 반한 헤드윅이 그와 결혼을 결심하였을 때, 어머니와 미군은 그가 필히 성전환 수술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성전환 수술은 실패했고 몸에는 1인치의 살덩이가 남게되었지만, 그는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헤드윅의 남편은 다른 미소년과 새롭게 사랑은 나누었고, 헤드윅은 다시 버림받았다. 그리고 헤드윅이 버림받은 그 날은 마침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날이었다.

그렇기에 헤드윅은 언제나 자신을 찾으려 노력했다. 당장 헤드윅이 자신의 밴드 이름을 'Angry inch (성난 1인치)'로 지은 이유도 자신의 성별에 대한 끊임없는 혼란일테다. 그의 성적 지향조차 영화는 확실히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가 남성을 좋아하는 게이인지, 혹은 여성의 삶을 지향하는지. 그는 심지어 자본주의 국가인 서독에서 태어나 공산국가인 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하였다. 

그렇기에 헤드윅은 성별도, 성적지향도, 인종도 심지어 이념에서도 정체성의 혼란을 끊임없이 느꼈다. 그렇기에 헤드윅은 끊임없이 본인의 반쪽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반쪽을 찾게 된다면 본인의 정체성이 규정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기도 하거니와, 지금껏 진정한 사랑을 받지 않고 살아온 헤드윅이 간절히 바랐던 것이기도 할 것이다. 플라톤의 '향연'을 기반으로 한 'The Origin of Love'의 경우 이 영화의 주제를 고스란히 녹여낸 넘버이다.

 퀴어 영화이지만, 퀴어 영화스럽지 않은

'헤드윅'은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명백한 LGBT인 퀴어 영화이지만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사회와 핍 박받는 소수자의 대립 구도'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헤드윅 개인의 재앙과도 같은 과거가 있을지언정, 그가 성소수자로서 겪는 핍박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나마 한 관객이 '호모새끼'라고 욕을 하는 정도.

그러한 구도가 나쁘다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그런 클리셰와 같은 대립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헤드윅 개인의 외로움과 혼란스러움이 잘드러나게 되었고, 이에 더 이입할 수 있다. 헤드윅이 과장된 드랙퀸 분장을 하는 것도 자신의 외로움과 혼란스러움을 가리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그의 드랙퀸 분장은 어쩌면 확실하지 않은 자신의 정체성의 결핍을 매꾸는 도구이자,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반쪽에게 '나는 여기서 살아있다'라는 호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타인으로 자신의 공허를 매꾸려하는, '반쪽'에 대한 헤드윅의 병적인 집착으로 나타난다.

이츠학과 토미, 그리고 헤드윅


이츠학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불법 이주민이며 헤드윅의 남편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통적 성관념에서 바라보았을 때 부인인 헤드윅이 이츠학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다. 부부로서는 모든 결정을 헤드윅이 내리고, 밴드에서도 주목도는 모두 헤드윅이 가져간다. 심지어 성관계를 할 때에도 헤드윅이 남편인 이츠학에게 삽입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그 어딘가에서 방황하며 정체성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헤드윅의 혼란에서 기반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츠학의 정체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도 기인한다.

원작 뮤지컬의 이츠학은 분명히 '남성'이지만 곡의 음역대 때문에 여성 배우가 늘 캐스팅된다. 그러나 영화 상에서는 이츠학의 성별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츠학의 성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도 한다. 사실 해당 영화가 그런 정체성을 통해 누군가를 규정짓기보다는 한 개인에 집중하기에, 헤드윅이 성별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 역시 의도적인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체성의 혼란을 갖고 있는 인물이 헤드윅으로 한정되지 않고, 헤드윅의 이야기가 혼란스러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츠학은 헤드윅의 과거의 일들로 인해 그를 동정하고 사랑하지만, 그러한 과거로 인해 파탄난 헤드윅의 성격까지 사랑하지않는다. 헤드윅은 끊임없이 이츠학을 비롯한 주변인들에게 폭언을 내뱉고 자신의 짜증을 그들에게 토해낸다. 견디디 못한 이츠학은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로운 '드렉퀸' 역할에 오디션을 봐 합격하고 헤드윅에게 이혼을 청구한다. 그러나 헤드윅은 불법 이주자인 이츠학의 약점을 이용, 그가 떠나지 못하게 여권을 찢으며 구속한다. 이는 마치 과거 헤드윅의 전남편이 헤드윅을 트레일러 집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모습과 겹친다. 자신이 과거에 받았던 학대를 헤드윅은 그대로 이츠학에게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츠학은 반강제로 헤드윅 곁에 남게된다. 그 역시 헤드윅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토미의 경우 헤드윅에게는 애증의 관계이다. 매춘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기, 헤드윅이 베이비시터 일을 했던 한 군인 가족의 아들이었던 토미는 헤드윅과 가까워지고 그와 음악을 통해 정서적으로 교류한다. 둘은 사랑을 나누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토미는 헤드윅의 '성난 1인치'를 만지더니 도망친다. 트렌스젠더인 헤드윅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토미는 헤드윅의 노래를 자신의 노래로 속이고 락스타로 대성공한다. 그리고 토미는 헤드윅과 재회를 하자고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를 낸 이후 토미는 헤드윅을 모른다고 대중에게 얘기한다. 트렌스젠더인 헤드윅이 자신에게는 치명적 결점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다시 버리게 된다. 그렇기에 헤드윅은 오히려 토미에게 집착한다. 자신이 가장 행복한 시기를 같이 보냈던 사람. 이츠학과의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헤드윅은 계속 토미에게 소송을 거는 듯 보란듯이 그의 앞에 나타난다. 헤드윅은 그토록 바랐던 반쪽이 아마 토미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 헤드윅 앞에 다시 토미가 나타난다. 그리고 토미는 그에게 사과의 노래를 건넨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어리석었다고. 그리고 사랑에 집착하지 말고 너의 삶을 살라고. 그리고 헤드윅은 나체로 길을 걸어간다.

만족하지 못하지만, 자신을 찾다


헤드윅의 성전환 수술은 실패했다. 헤드윅은 남근이 있다. 그러나 그 남근은 남성성을 상징하지 못할 정도로 짧다. 그럼에도 그는 '1인치'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헤드윅이 미국에서 다시 한 번 수술을 받지 않은 이유도, 1인치의 살덩이를 '숙제'라고 지칭한 이유도 반강제로 여성이 된 자신의 남성이던 과거를 애써 붙잡기 위함이다. 헤드윅은 가슴수술 역시 받지 않아 가슴에 토마토를 끼우고 살아간다. 재미있는 것은 가슴이 없기에 불필요한 브레지어를 빨았다고 화를 내고, 더욱 과장된 화장과 가발을 쓸 정도로 여성성에 대해서도 집착한다.

그런 그가 토미의 사과를 듣고 나체로 길을 걸어간 것은 그의 혼란과 결핍을 외적인 것으로 매꾸려했던 과거를 청산한 것은 아닐까. 거대한 가발, 과장된 여성성이 돋보이는 복장, 토마토를 넣어 매꿨던 가슴. 그런 것들을 모두 벗어던진 헤드윅은 드디어 타인의 사랑이 없이도 자신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헤드윅의 앞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뒷모습만 보이는 이유 역시 헤드윅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거리로 걸어나가는 모습은 마치, 소외되고 외롭고 혼란스러운 모두에게 건네는 씁쓸하지만 다정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나'를 찾기 힘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는 영화, '헤드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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