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내려온 아이들을 언제까지 믿었는가 하는 이야기는 실없는 잡담거리도 안 될 정도로 시시한 이야기지만,그래도 내가 언제까지 달에서 내려온 아이들같은 상상 속의 외계인을 믿었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처음부터 하나도 안 믿었다. 유치원의 재롱잔치 이벤트에 나타난 달에서 내려온 외계인 아이돌그룹은 가짜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주위에 있던 아이들도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것 같은 눈빛으로 가짜 외계인 고등학생 밴드를 바라보고있었던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고등학교에 들락날락하는 외계인을 본건 아니지만 어린 나이에 노래를 부르는 외계인의 존재를 이상하게 생각했던 매우 똑똑한 아이였던 내가, 어쩐 일인지 킹왕짱 천재밴드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상당히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아니, 사실은 깨닫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킹왕짱 천재가 내 눈앞에 나타나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드는 이 평범한 세계에 비교해 초딩소설속에 그려지는 세계는 얼마나 매력적이란 말인가.

나도 이런 천재들처럼 태어나고 싶었다!

어느  날 갑자기 수수께끼의 전학생이 우리 반에 왔는데, 그 녀석이 사실은 #$@#한 놈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초초초 잘나가는 그룹의 리더가 돼는것은 그 녀석이고 나는 보조. 오오, 멋지다. 똑똑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신비한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 거야. 모든 창법을 구사한다던지, 고음이 아주그냥 쫙쫙 뻗어나간다던지 하는것을 말이다. 사실은 나 외에도 이러한 능력을 가진 인간이 많이 있고, 또 그런 녀석들만 모여 있는 그룹도 당연히 존재하는 거다. 그래서 선한 쪽 조직에서 동료가 마중을 와서 나도 그 일원이 되어 가요계 정복을 꾀하는 나쁜 상업밴드들하고 싸운다 이거지.

하지만 현실이란 의외로 만만하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있던 반에 전학생이 온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밴드부 같은것도 본 적이 없으며, 노래를 심히 잘한다거나 악기를 무지하게 잘다루는 애들을 찾아가봤지만 해봤자 노래방에서 탬버린치고 소리나 꽥꽥 질러대는놈들 뿐이었고, 2달 동안 아무리 필사적으로 혼자서 작곡작사를 해보았지만 전혀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다.






... 할말이 없어. 집에 6권까지 있는데 덕후의 길을 끊고 그만 구입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