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년도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좀 지난 이야기인데...

예전에 신천에 있는 한 고깃집에서 엘지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저녁을 먹던 시절이 있었죠

친구랑 직관하고 신천에 들러서
저녁 먹으려고 그 근처를 지나고 있는데
마침 선수들이 하나 둘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더라구요.

그중 한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했는데
지금은 못해준다며 거절하고 가버렸어요.


평소에 사인 요청을 거의 안하는데
거절을 당해서 뭔가 좀 뻘쭘하기도하고 해서
잠깐동안 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그래봐야 한 1, 2분 정도였어요.

그런데 아까 그 선수가 부랴부랴 뛰어나오더니
누군가를 막 찾는 듯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저희를 보고는
아까는 짐이 많아서 사인을 해드릴 수가 없었다며
계속 죄송하다고 하면서 갖고 나온 공에 사인을 해주더군요.

사인을 마친 뒤에는
사진 찍자는 얘기도 안했는데
같이 사진찍자며...ㅋ

온갖 포즈를 다 취하면서 사진까지 찍어줬어요.

나중에는 찍은 사진까지 확인하고
마음에 안든다고 아예 폰까지 빼앗아들고 셀카도 찍어주고 ㅋㅋㅋ

참 유쾌한 사람 같더라구요.

경기 끝나고 피곤하기도 하고 시장하기도 했을 텐데
한참을 그렇게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들어갔어요.

처음엔 저랑 친구 둘 뿐이었는데
사람이 한명 두명씩 모여들어서 꽤 여러 명이었거든요.

그 선수가 들어가기 전에 그러더라구요.

아직 보잘 것 없는 자기를 응원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정말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꼭 열심히 해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요.

그 선수가 바로 김용의 선수예요.

그 후로 기대도 많이 하고 응원도 많이 했지만
생각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건 사실이네요.

그래서 어느 샌가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가고 있었는데...

오늘 안타치고 3루까지 뛰는 김용의 선수 모습을 보면서
그 때 일이 생각났어요.

그때의 일은 까맣게 잊고
기대에 못미칠 때마다 참 욕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부디 본인의 바람대로
더 좋은 선수가 되어서 (지금 나쁜 선수란 건 아니지만)
꽃 피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문득 옛날 일이 생각나서 끄적여봅니다.

김용의 선수 화이팅!!!
+

글 쓰고 나서 또 생각났는데
찍은 사진 확인하면서
자기 원래 잘생겼는데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다며
제가 사진을 잘못 찍어서 그런 거라고
폰 빼앗아서 셀카 찍어줬어요 ㅋㅋㅋ

또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