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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스토리in캠프] ML레전드 스카우트와 한국 선수의 36년 인연

ㅇㅇ(218.154) 2019.04.03 12:59:32
조회 157 추천 0 댓글 0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60여년을 일한 레이 포이트빈트 씨.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였을 때 한국 선수들과 다양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그의 서재에는 조진호, 이상훈, 김선우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사진=이영미)>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I-10 도로를 타고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캘리포니아주 남동쪽에 위치한 휴양 도시, 팜스프링스. 팜스프링스 내 한 골프장에 위치한 주택들을 따라 가다 주소를 확인하고 차를 세웠더니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연세가 지긋한 노인이 문을 열고선 ‘헬로우’하며 반갑게 기자를 맞이한다. 이미 전화로 인터뷰 약속을 잡고 방문한 터라 그는 기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악수를 건넸다.


레이 포이트빈트(Ray Poitevint). 2014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서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레전드 인 스카우트 어워드’에서 최고의 스카우트에게 주는 상을 수상한 그는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의 유망주들을 스카우트한 인물로 유명하다. 한국 전쟁 때 미군 병사로 참전했고,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며 일본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다가 지금의 일본인 아내, 타카코 씨와 결혼을 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아시아권 문화에 익숙했던 게 그의 스카우트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선수들 중에는 박철순의 밀워키행부터 조진호, 이상훈, 송승준, 김선우, 김병현 등과도 인연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에디 머레이를 비롯해 총 3명의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을 스카우트했고, 계약을 맺은 바 있다.


LA 에인절스, 밀워키 브루어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에서 60년 간 스카우트로 활약한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기자를 집으로 안내한 후 곧장 자신의 서재로 향해선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를 꺼내 들었다. 조진호, 이상훈, 김선우가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너리그팀에 있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올해 88세인 레이 포이트빈트 씨와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해 약 60년을 몸담았던 스카우트에서 은퇴를 선언했었다. 은퇴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올해가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 캠프에 나가지 않는 첫 해이다. 솔직히 그곳 현장이 굉장히 그립다. 은퇴는 했지만 이 ‘은퇴’란 단어가 야구와 관련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아직도 여러 팀들로부터 선수들에 대한 자문을 받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의 구단주, 단장들은 어렸을 때부터 나와 함께 일했거나 경쟁했던 동료들이라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내게 자문을 해오는 팀들 중에는 대부분 투수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만약 한 투수가 있다고 치자. 그 투수의 몸값이 100만 달러라고 했을 때 왜 그가 100만 달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필요하다. 그걸 내가 만들어주는 것이다. 구단에선 내가 전달해준 메시지와 그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들을 토대로 선수의 몸값을 최종 결정하고 영입 협상에 들어간다. 요즘 내가 즐겨 하는 일이 스카우트 자문 외에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것이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집이 골프장과 바로 붙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골프를 치지는 않는다(웃음).”


얼마 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니혼햄 파이터스의 오타니 쇼헤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혹시 그 선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나.


“정말 인터뷰를 했었나. 오타니 쇼헤이는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탐을 내고 있는 선수이다. 나도 당연히 그를 영입 리스트에 올려 놓고 오랫동안 관찰해왔었다. 그는 아주 좋은 공을 던진다. 만약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게 된다면 그를 영입하려는 팀들이 줄을 설 것이다. 한 4년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타니는 일본 아마추어 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볼을 던졌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졌고, 평균 구속이 96마일을 넘어섰다(오타니가 고등학교 3학년 이와테 대회(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이와테 대회) 준결승전에서 아마추어 야구 사상 최초로 최고 구속 160km/h를 기록한 바 있다). 빠른 볼 뿐만 아니라 그는 체격 조건이 굉장히 훌륭하다(이때 레이 포이트빈트 씨의 아내, 타카코 씨가 최근 다저스와 계약한 마에다 겐타와 관련된 얘기냐고 묻자, 남편은 마에다가 아닌 오타니이고, 오타니는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 오려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포스팅 시스템은 구단에게 지급돼야 하는 돈이 선수 연봉 외에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가치가 있는 선수에게 투자를 하지 않을 구단은 없다. 어떤 돈을 들여서라도 오타니는 영입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는 관점에선 오타니보다 훨씬 뛰어난 한국 선수가 있었다.”


오타니보다 뛰어난 한국 선수? 누굴 얘기하는 건가.


“한국 선수들 중 내가 가장 처음으로 계약을 맺었던 박철순이다. 박철순은 1980년 한국에서 밀워키 입단식을 갖고, 그 해 3월 밀워키 산하 마이너리그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했었다. 중간에 어깨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싱글A와 더블A를 오가며 선발 투수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조금만 기다리면 빅리그로의 콜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되면서 박철순은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뛰기를 소원했다. 당시 한국 쪽 스태프들(OB베어스를 의미)이 나를 직접 만나러 왔을 정도로 박철순을 영입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선수의 마음이 돌아선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국 한국 팀이 밀워키에 3만5000달러를 지불하고 박철순을 데려갔다. 그는 내가 만난 여러 한국 선수들 중 최고의 투수였다. 한국 프로무대에서도 멋진 성적을 거뒀을 정도로 말이다.”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1980년대 한국의 박철순이 오타니 쇼헤이보다 더 대단한 투수였다고 말한다. 밀워키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아시아권 선수들 중에선 최고의 성적을 올렸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문을 노크했던 박철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뛰는 류현진. 시간의 간극이 과거와 오늘을 만든다.>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 시절, 여러 명의 한국 선수들과 인연을 맺었다. 조진호가 그 첫 번째 선수였다.


“당시 원광대에 재학 중이었던 조진호는 대학리그에서의 순위가 5위였던 터라 한국 프로야구팀에서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만약 조진호가 1위로 꼽히는 투수였다면 모든 스카우트들이 달려들었을 텐데 5위 정도 되는 레벨이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된 케이스이다. 조진호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가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그 선수가 난방이 되지 않은 추운 실내훈련장에서 공을 던지는데 평균 구속이 95마일을 기록했었다. 그가 던진 10개의 공을 보고 단숨에 계약을 결정했다. 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웃음). 조진호는 스프링트레이닝 캠프 합류 후 45일 만에 빅리그로 승격했는데, 빅리그 진입이 너무 빨랐던 게 오히려 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조진호는 원광대 4학년 때인 1997년 말, 뉴욕 양키스의 비밀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양키스가 몸값을 싸게 책정하는 바람에 보스턴 레드삭스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행을 놓고 보스턴과 한국야구위원회, 조진호를 1차로 지명한 쌍방울 레이더스 사이에 마찰이 빚어졌는데 보스턴이 학교 지원금 10만 달러를 포함해 총 90만 달러를 제시하면서 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조진호는 보스턴 레드삭스 싱글A팀 사라소타 레드삭스에서 5경기에 등판해 3승1패, 방어율 3.09를 기록했고, 5월 말 더블A팀으로 승격된 후 3일 만에 전격적으로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4게임에 등판, 3패에 그친 뒤 마이너리그로 강등 당했고, 1999년 6월 텍사스레인저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리며 메이저리그의 한을 풀었다.)


이후 이상훈도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상훈은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들로 인해 한국에서 곧장 미국으로 올 수 없었고, 일본에서 활약하다가 그 다음 미국행에 성공했다. 이전부터 이상훈을 잘 알고 있었고, 그를 데려가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다시 그를 만났을 때는 29세 베테랑 투수가 돼 있었다. 이상훈이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을 때 당시 감독이 이상훈에게 체인지업이란 구종만 갖춘다면 당장 메이저리그에서도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체인지업만 장착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가이드를 제시한 것이다. 그래서 이상훈과 개인 미팅을 가지며 체인지업 연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데 대해 부정적이었다.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난 그가 체인지업으로 성공하길 원한 게 아니었다. 감독의 조언에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해보이길 바랐던 것이다.”


(국내 최초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추진한 이는 이상훈 LG 트윈스 투수 코치였다. 1994-1995년 다승왕 2연패, 1997년 세이브 신기록(37개)을 세우며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이상훈은 시즌 종료 뒤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2년 임대료로 250만 달러를 제시받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꾀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법률소위원회가 이상훈의 보스턴행을 ‘규정 위반’으로 지적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에게 이상훈을 영입할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지자 이상훈은 계획에 없던 공개 테스트에 나서게 된 것이다. 몸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개 테스트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가 단독 교섭권을 따냈고, 제시한 최고 응찰액이 250만 달러가 아닌 60만 달러였다. 예상보다 적은 포스팅 비용에 실망한 LG는 이 포스팅을 철회했고, 이상훈은 미국이 아닌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에 입단하게 된다. 1999년 12월, 주니치와의 계약을 마무리하고 한국행이 예상됐던 이상훈은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고, 2000년 꿈에 그리던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빅리그 마운드에는 9차례 올랐고, 성적은 11⅔이닝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이상훈은 세인트루이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고 2002년 LG로 돌아왔다.)


이상훈에게 처음에는 250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포스팅 비용으로 60만 달러만 적어 냈다. 그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250만 달러는 이상훈의 가치였다. 그러나 포스팅 시스템으로 방향이 전환되면서 우린 LG 팀에 또 다른 돈을 지급해야만 했다. 그렇게 까지 하기엔 재정적인 부담이 컸다. 그래서 포스팅 비용으로 60만 달러의 액수를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 가운데 언론에 말하지 못하는 얘기들이 많다. 1998년에 이상훈을 데려오려고 뛰어다녔던 나로선 포스팅마저 무산되면서 한동안 실의에 빠지기도 했었다.”


수십 년 동안의 스카우트 경력이 쌓이면서 수많은 선수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 한 명을 꼽아달라고 부탁한다면 너무 어려운 질문이 되겠나.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내가 당신보다 더 나이가 많기 때문에 당신이 알지 못하는 선수들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중에는 니카라과 출신의 첫 메이저리거인 데니스 마르티네스가 존재한다.”


‘대통령(el presidente)’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데니스 마르티네스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데니스 마르티네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245승을 거둔 에이스 중의 에이스였다. 그의 고향 니카라과에는 전설의 이름을 딴 ‘데니스 마르티네스’란 경기장이 지어졌다. 니카라과에서의 야구는 종교 그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인데 데니스는 니카라과 국민들에게 신적인 존재였다. 그 선수를 내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영입한 것이다.”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다수의 구단에서 스카우트 업무를 맡았다.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일할 때는 당시 구단주가 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셀릭이었다는 말도 전한다.)

<니카라과 야구 대통령, 데니스 마르티네스. 레이 포이트빈트 씨가 니카라과 최초의 메이저리거 탄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을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야기의 흐름이 다시 박철순으로 돌아왔다.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좀전에 박철순과 관련해 다 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박철순의 계약이 메이저리그의 한국 시장에 문을 여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선수 입장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미국으로 올 수 있는 문이 열린 셈이었다. 1980년 정도로 기억하는데 당시 언론들은 박철순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에 대해 다양한 기사를 써댔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그는 내가 계약한 어떤 선수들보다 더 대단한 선수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싶어 하는 박철순의 의지가 메이저리그와 오랜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그는 한국에도 굉장한 활약을 해냈고, 만약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었더라면 박찬호를 능가할 만한 기록을 올렸을 것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단장 겸 부사장인 댄 듀켓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오랜 파트너였고 스카우트의 마지막도 댄 듀켓이 있는 팀이었다. 


“내가 밀워키에서 스카우팅 디렉터로 일할 때 댄 듀켓을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나를 도울 어시스턴트를 찾고 있었는데, 단장 해리 달턴이 듀켓이 다니던 대학교의 어슬레틱 디렉터(대학교 팀 스포츠 부문 총괄자)를 잘 알고 있더라. 난 댄 듀켓에 대해 잘 몰랐지만 어슬레틱 디렉터를 통해 듀켓을 소개받았고, 듀켓이 보스턴에 거주 중이라 밀워키가 보스턴으로 원정 경기를 갔을 때 해리 달턴 단장과 듀켓,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듀켓은 야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정말 영리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밀워키에서 그 친구랑 7년을 함께 일했고, 난 국제시장을 담당할 부사장으로 승진한 반면 그는 몬트리올 엑스포스로 팀을 옮겨 그곳에서 스카우팅 디렉터를 맡다가 이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승진해 이적했다. 댄 듀켓이 보스턴 단장으로 취임한 이후 내게 보스턴의 국제 분야 부사장직을 제안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내가 보스턴에 많은 한국 선수를 소개하게 된 것이다.”


밀워키에선 레이 포이트빈트 씨가 댄 듀켓을 영입한 상황이었고, 보스턴에선 댄 듀켓의 영입을 받아들인 상황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다. 댄 듀켓과 난 아주 잘 맞았다. 난 아내의 도움으로 일본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물론 한국, 대만 선수들과 인연을 맺었고, 댄 듀켓은 그 도움을 받았다. 난 선수와 계약하기 전에 꼭 선수의 부모님을 만난다. 한 예로 김선우를 보스턴에 데려오면서 김선우 아버지와도 친분을 맺었다. 조진호, 안병학 등도 마찬가지이다.”


(안병학은 2001년 원광대 2학년에 재학 중일 때 보스턴과 95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사인했다. 이후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했지만 2004년 방출되었다.)


안병학은 보스턴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선수이다. 우리와는 짧게 인연을 맺었지만 매우 인상적인 선수였다.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성품이 훌륭했다. 안병학의 부모님은 매년 스프링트레이닝 때마다 아들을 통해 내게 꿀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 꿀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웃음). 안병학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코치를 맡고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내가 기억하는 성품을 갖고 있다면 지도자로서 좋은 선수들을 길러낼 것으로 믿는다. 안병학이 보스턴에 입단했을 때는 팀 상황이 복잡했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가 플로리다 쪽에 자본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매각되었는데 그들은 외국인 선수를 원치 않았다. 그중 한국, 대만, 일본 출신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었다. 플로리다 투자자들은 아시아권 선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의 성공 여부에는 다양한 환경 요인들이 작용한다. 안병학의 경우엔 시기적으로 불운했던 케이스였다.”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부분이 무엇인가.


“내가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Work Ethic(노동윤리)’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아시아 시장이 미국 시장에 비해서 훨씬 좋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50여 개의 고등학교에서 야구부를 운영한다고 치자. 미국에는 4,000개의 고등학교에서 야구 선수들이 성장한다. 숫자로만 봤을 때 4000개 팀에서 선수를 뽑는 게 50여 개의 팀에서 뽑는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선수를 만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현실과는 갭이 있다. 야구를 대하는 성향이나 태도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다보니 선수 개개인의 퀄리티가 높다. 오늘날, 많은 선수들이 큰돈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팀에서 책정한 금액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를 판단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이 선수의 가치가 100만 달러인데 1억 달러를 달라고 한다면 영입이 어려운 것 아닌가. A와 B, 두 선수를 예로 들어보겠다. 두 선수 모두 10승 무패를 기록했지만 A 선수는 삼진이 50개이고, B 선수는 삼진이 10개이다. 두 선수에게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난 그 두 선수의 차이를 ‘멘탈 터프니스(강한 정신력)’라고 생각한다. 야구 실력이 엇비슷하다면 그 다음은 정신력이다. 9회말 2아웃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차이가 바로 ‘멘탈 터프니스’인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선수, 그런 점은 동양 선수들이 훨씬 뛰어나다.”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레전드 스카우트 시상식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오너인 에디 아인혼이 자신에 대해 어떤 설명을 곁들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에디 아인혼 구단주는 레이를 가리켜 ‘만약 레이가 우리 팀의 2루수였던 이구치 타다히토를 영입하지 못했더라면 화이트삭스가 2005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일본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2루수로 손꼽혔던 이구치 타다히토는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첫 해부터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적으로 공헌한 이구치 타다히토에 대해 당시 아지 기옌 감독은 “이구치만큼 야구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선수는 없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화이트 삭스는 월드 시리즈를 제패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스카우트로 활약할 당시,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이만수 전 SK 감독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 전 감독이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로 있을 때 같이 만나 식사를 하며 하루는 한국 음식을, 다음날은 일본 음식을 번갈아 가며 먹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레이 포이트빈트 씨는 두 개의 반지를 갖고 있었다. 하나는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왼쪽), 또 하나는 2014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어워드에서 수상한 반지이다.(사진=이영미)>


* 2회 기사에는 레이 포이트빈트 씨와 김선우와의 인연, 그리고 윤석민에 대한 아쉬움, 김현수의 볼티모어행을 보는 시각 등에 대한 내용이 게재됩니다. 레이 포이트빈트 씨가 최고의 투수로 꼽는 박철순에 대한 영상 메시지도 함께 공개할 예정입니다.


<미국 팜스프링=이영미 기자, 통역 정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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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7039 시발 찬스인데 또 정주현이네 하필이면 쥐상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5 2 0
3807038 아예 못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매이닝 쳐나가니까 더열받네 ㅇㅇ(175.223) 19.06.25 7 0
3807037 추격한다 ㄹㅇ ㅇㅇ(59.17) 19.06.25 1 0
3807036 팩트))이재원한테 홈런맞은 3개 모두다 귀브 ㅇㅇ(211.195) 19.06.25 5 0
3807035 갤 비어주시면 안되나요? ㅇㅇ(203.251) 19.06.25 7 0
3807034 8안탄데1점 냈냐?ㅋㅋㅋㅋㅋㅋ ㅇㅇ(218.50) 19.06.25 2 0
3807033 솩)2위라도 하고싶으면 진작 용병 바꿔야할듯 ㅇㅇ(211.36) 19.06.25 5 0
3807032 솩) 안내려가냐?? 안내려가냐고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223.62) 19.06.25 24 0
3807031 긍정충)역전각 보인다 ㅇㅇ(61.78) 19.06.25 2 0
3807030 아 시발 이제 피클이네 ㅇㅇ(223.38) 19.06.25 1 0
3807029 기대 안 됨 wwwwww 김민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5 4 0
3807028 그냥 야구 볼줄 모르는 새끼들이 볼배합 투수리드 없다고 함 ㅇㅇ(61.78) 19.06.25 11 1
3807027 본혁이 왤케 섹시하냐 ㅇㅇ(58.142) 19.06.25 6 0
3807026 킹천웅 혼자 야구하노 ㅇㅇ(124.63) 19.06.25 2 0
3807025 허상충 새끼들 다 기어나오라고 ㅇㅇ(49.172) 19.06.25 5 0
3807024 대천웅 ㅅㅅㅅㅅㅅㅅㅅㅅ 황우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5 2 0
3807023 거지인거 다안다 슼충이새끼들아 그만쳐와 알았으니까 씨벌아 ㅇㅇ(124.199) 19.06.25 7 1
3807022 유강남 무조건 내려야 된다 저거.jpg ㅇㅇ(211.36) 19.06.25 19 0
3807021 확실히 윤진호 보다는 낫다 ㅇㅇ(49.1) 19.06.25 5 0
3807019 솩전 패패 이후 정락신 연패스토퍼 각 나왔다 ㅅㅅㅅㅅ ㅇㅇ(223.38) 19.06.25 4 0
3807018 솩)분탕무시하고 즐겜하자구 형제들 ㅇㅇ(39.7) 19.06.25 9 1
3807017 좆중일새끼 좆 선수빨새끼 ㅋㅋ 진짜 아가리터는거 역겨운새끼 115.4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5 8 0
3807016 올스타 동맹이여도 원래 갤 터냐? ㅇㅇ(211.36) 19.06.25 10 0
3807015 ???: 쟤는 전날 맞춰논 레파토리도 기억 못해요 장원영트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6.25 11 0
3807014 삐빅 좆밥입니다 좆밥판독기 김광현 (39.120) 19.06.25 8 0
3807012 윌슨이 병신이냐 유강남이 병신이냐 ㅇㅇ(223.38) 19.06.25 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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