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불펜진 재건을 향한 첫 단추를 맞춘다. 소위 긁히면 아무도 못 치는 공을 던지는 신정락(31)을 합류시켜 필승공식 정립을 바라본다. LG 류중일 감독은 지난 2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2군에서 몇몇 투수들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일단 신정락이 다음주에 올라오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나름 높게 쌓아올렸던 ‘불펜진’이란 탑에 균열이 가고 있다. 임정우가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고 지난해 홀드왕 진해수는 반등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4월까지 리그 최고 셋업맨이었던 김지용도 흔들리면서 LG의 5월 불펜진 방어율은 8.72로 리그 최하위다. 마무리투수 정찬헌이 그나마 제 몫을 하고 있을 뿐 불펜투수들이 실점 후 고개를 숙이는 경기가 부쩍 늘었다. 불펜투수 중 지난해보다 나은 활약을 하고 있는 이는 정찬헌과 최성훈 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의 최대고민도 불펜진이다. 우려했던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공백은 수비에선 양석환이, 공격에선 김현수와 이천웅이 메우고 있다. 3루수로 꾸준히 출장하고 있는 양석환은 안정적으로 핫코너를 지키며 김현수는 4번 타순에서도 변함없이 맹타를 휘두른다. 이천웅 또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르시아가 돌아오면 장타력과 수비력이 향상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걱정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급선무는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불펜진을 바로 잡는 일이다. 류 감독은 “현재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정찬헌, 이동현, 김지용, 진해수와 같은 투수들은 스스로 올라설 수 있게 계속 등판시키고 있다. 이들과 돌아오는 신정락이 잘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신정락은 강점과 약점이 분명하다. 최대강점은 구위다. LG 투수 중 무브먼트만 놓고 보면 최고다. 직구와 커브, 스플리터 모두 언터쳐블이다. 실제로 신정락은 2014시즌 선발투수로 등판해 KBO리그 최초 팀 노히트를 이끌었고 당해 포스트시즌서도 최고 화력을 뽐냈던 넥센 타선을 압도한 바 있다. 반면 기복이 심한 것은 약점이다. 한 시즌을 완주한 경험도 적다. 올시즌도 지난 3월 29일 고척 넥센전에서 많은 공을 던지며 밸런스를 회복하는 것 같았지만 이후 2경기서 흔들리며 2군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늘 지속성이 따라주지 못하는 게 약점으로 꼽히는 신정락이다.

그래도 신정락이 지난해 초반과 같은 활약이라도 펼치면 LG 불펜진은 한결 숨통이 트인다. 신정락은 집단마무리 체제였던 2017시즌 첫 번째 마무리투수로 낙점됐고 5월 중순까지 방어율 1.72 8세이브 3홀드를 올렸다. 선발투수 경험을 살려 때로는 1이닝 이상을 소화해 불펜진 체력비축에도 도움을 줬다. LG가 5할 승률을 회복하고 중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신정락의 합류가 불펜진 안정을 가져와야만 한다.

한편 류 감독은 배민관과 이우찬도 주목하고 있다. 둘 다 제구보다는 구위가 강점인 투수다. 류 감독은 “배민관은 퓨처스리그에서 140㎞ 중반대 공을 던진다. 이우찬은 1군 기회를 줬었는데 아쉽게 살리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구위가 있는 투수들이 올라와줘야 한다”고 언젠가는 배민관과 이우찬이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