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1군 복귀 삼성 박한이, 후배들 배팅볼 투수까지 자처
신인 때부터 4번이던 한화 김태균, 올 시즌 5·6번 안 가려 귀감 
스타지만 솔선… 팀 위기서 구해 주춤했던 개인 성적까지 반등 

뒷짐 지고 심부름이나 시키는 고참은 옛말이다. 한국프로야구(KBO) 리그의 베테랑 타자들이 솔선하는 자세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구단을 대표하는 스타면서도 타순을 신경 쓰지 않는 활약으로 팀을 우선시하는 것은 공통점이다. 주춤했던 개인 성적은 팀과 덩달아 반등하고 대기록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박한이(삼성 라이온즈)는 좌완 선발투수와 맞서는 날마다 팀의 배팅볼 투수를 자처한다. 가욋일로 땀을 쏟으면서도 후배들을 향해 성의 있게 공을 던져준다. 삼성 관계자는 “왼손 배팅볼 투수가 부족해 이승엽도 종종 했던 일”이라면서도 “베테랑의 파이팅에 후배 선수들이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11번째로 KBO 20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0경기 출장과 2000안타를 동시에 이룬 선수로 추리면 역대 6번째다. 2001년 삼성에 입단한 뒤 18시즌을 꾸준히 뛴 결과다.

세월 탓에 올 시즌엔 2차례나 2군에 내려갔다. 한때 리그 최다안타,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붙박이 1번이던 그는 이제 7번 타순에서 친다. 어색한 자리지만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히 여긴다. 지난 4일 1군 복귀 이후 주간 타율이 6할대였다. 지난 8일에는 3점 홈런을 쳤고 지난 9일에는 4타수 4안타 맹타에 고의사구까지 얻어냈다. 이때 삼성은 시즌 첫 3연승을 달렸다.

2군에서 절치부심한 베테랑 중엔 김태균(한화 이글스)도 있다. 김태균은 지난 8일 9회초 2사 상황에서 리그에서 공이 가장 빠른 조상우(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동점타를 쳤다. 욕심 내지 않고 우측으로 가볍게 밀어친 타구였다. 9일엔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때렸다. 한화는 넥센과의 주중 3연전을 쓸어 담았다.

신인 시절인 2001년부터 한화의 4번이었던 김태균이지만, 올 시즌엔 6번도 치고 5번도 친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4번 자리를 빼앗겨 서운하냐”고 물었을 때 김태균은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태균은 86경기 연속출루 대기록을 세웠을 때에도 ‘앞뒤 선수들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말했었다”며 “후배들이 자신의 4번 자리에 도전하고, 그렇게 팀이 강해지길 원해 왔다”고 말했다.

한화에는 김태균의 꾸준함을 닮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많다고 한다. 김태균은 현재 통산 0.428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장효조(0.427)를 제치고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KBO 타자 가운데 1위다.

손가락 부상을 치료한 뒤 지난달 말 1군 무대에 올라온 이범호(KIA 타이거즈)도 최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연속경기 홈런을 뽑아내며 부활했다. 지난 9일엔 19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시즌 초 팀이 꼴찌일 때 관중에게서 오물을 맞았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는 어느새 3할대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이다. 롯데는 탈꼴찌가 아니라 상위권 도약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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