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 넥센 타이어가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고착 상태다. 이대로라면 양측이 파행을 맞이하고 KBO리그 10구단 체제 유지에도 위기가 불어닥칠 수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넥센 타이어로부터 2개월째 메인스폰서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매월 10일 넥센 타이어로부터 지급분이 들어오는데 3월과 4월 지급분이 입금되지 않은 상태다. 넥센 타이어는 지난 2월 14일 이장석 히어로즈 구단 전 대표가 법정구속되자 이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히어로즈 구단에 경영개선안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넥센 타이어는 입장문을 통해 “히어로즈 야구단 경영진은 야구를 사랑하는 팬과 운동에만 전념해온 선수들, 그리고 많은 후원사의 믿음을 저버린 채 큰 실망을 안겼다”면서 “팬과 선수, 나아가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야구단의 경영과 구단 운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더욱 투명하고 건전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과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히어로즈 구단은 경영 정상화 보고서를 넥센 타이어에 제출했으나 넥센 타이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는 계약 조항상 히어로즈 구단이 지급분 미지급을 두고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 지극히 한정됐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 타이어는 네이밍스폰서 계약시 히어로즈 구단에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넥센 타이어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지급분을 유보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넥센 타이어가 이장석 전 대표의 법정구속을 두고 히어로즈 구단에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히어로즈 구단은 넥센 타이어 측이 경영 정상화에 대한 권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주기를 바라지만 넥센 타이어는 히어로즈 구단과 거리를 유지한 채 이장석 전 대표 법정공방에 대한 문의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 타이어가 사실상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스폰서비 지급을 유보한 채 계약기간을 넘긴다는 얘기다.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 타이어의 계약기간은 올시즌까지다. 오는 8월에는 넥센 타이어가 히어로즈 구단에 계약 연장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최근 넥센 타이어의 행보를 보면 양측이 연장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더불어 야구계에선 넥센 타이어가 히어로즈 구단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나는 관측도 나온다. 스폰서비 미지급으로 히어로즈 구단을 곤경에 빠뜨린 후 인수합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예상이다.

이대로라면 히어로즈 구단은 지급분 없이 올시즌을 치를 수밖에 없다. 유니폼에 ‘넥센’이란 두 글자가 뚜렷히 박혀있음에도 이장석 전 대표의 법정구속과 넥센 타이어의 애매모호한 경영 정상화 요구로 인해 양측은 넘을 수 없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까지 이 사태를 관망한 채 어떠한 중재 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KBO 관계자는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 타이어가 어떻게 입장차를 좁혀가는지 지켜보고 있다. KBO 규약상 히어로즈 구단이나 넥센 타이어 측에 어떠한 행동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올시즌까지는 넥센 타이어로부터 스폰서비를 지급받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야구는 올시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10구단 체제가 시작된지 4년도 지나지 않았다. 현대 구단 해체로 인해 8구단 체제 유지를 두고 머리를 쥐어짰던 게 불과 11년 전 일이다. 이제는 KBO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히어로즈 구단과 넥센 타이어를 두루 만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커미셔너(Commissioner)는 프로스포츠의 품위·질서 유지 권한이 위임된 최고 책임자를 뜻한다. 자신을 커미셔너로 불러달라는 정운찬 총재의 첫 번째 과제는 히어로즈 구단 문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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