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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늑대는검은신을증오한다2앱에서 작성

OoOo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02: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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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북부늑대는검은신을증오한다1
· 북부늑대는검은신을증오한다1

스프를 끓이던 늙은 늑대가 속에서부터 한숨을 끌어올려 내뱉었다.



"샬롯님, 옷을 그렇게 대하시면 다 상하신대도요."

"찢어먹진 않으니 걱정하지 말게."



커다랗고 흰 늑대가 덩이 식물을 엮어 만든 바구니를 이리저리 뒤져 옷을 꺼내왔다. 한쪽에 정갈히 보관된 갑옷과는 다르게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널브러진 옷가지들. 선택받지 못한 것들은 으레 그러듯 무신경하게 밟히고 쉽게 지저분해졌다.



"어울리는 게 아이 옷밖에는 없군. 입을 줄은 아는가?"

" ... "



샬롯에게 받은 것은 끈이 달린 두꺼운 천이었다. 옷감 사이로 어떤 동물의 깃털 같은 것들이 삐죽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면은 조금 거칠지만 충분히 푹신했다. 익숙한 형식의 옷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입었다. 어깨에 걸치고 구멍이 있는 곳에는 팔을 집어넣고, 적절해 보이는 곳에 매듭을 짓는다.



몇 번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입을 수 있었지만, 막상 입고 나니 늘 입어왔던 것 같이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다 입고 샬롯을 돌아봤을 때, 침대에 드러누워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젊은 늑대가 내 모습을 보곤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으학! 족장님. 애를 뭐로 만들어놓는 거고. 저렇게 감싸서 튀겨먹을라고?"

"난 손 하나 안댔다. 스스로 입은 거다."

"사람을 무슨 음식처럼 말아놨네. 정말 구이 해 먹을라고요? 아니면 찜?"

" ...ㅏ "



얼마간의 수치심이 품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입는 게 아니었던 건가.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가 다른 늑대에게도 들려버릴까 싶어 괜히 옷감을 끌어 감싸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얼굴에 불이 난 것 같이 뜨거웠다. 지금 보니 나의 발도 맨발이었다.



"으학학!!! 만두잖아 만두...!"

"닥쳐라 클로드..."



중앙의 모닥불과 함께 일렁이는 나의 작은 그림자를 더 거대한 그림자가 집어삼켰다. 털이 부숭한 머리 위에서 한 쌍의 세모난 귀가 쫑긋거리는 폭신한 실루엣의 그림자다. 샬롯은 내 뒤에서 발톱 달린 하얀 손을 살포시 얹고 내가 감싸고 있던 옷을 풀어헤쳤다.



"넌... 내가 입혀주겠다. 이 옷은 지방마다 입는 방식이 달라. 하지만 확실히... 네가 입은 그런 방식은 들어본 적도 없어... 튀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야."

" ... "



샬롯 당신마저...

흰 색 늑대의 입꼬리에는 작은 미소가 달려있었다.



"아닌 때에 아이를 키우는 것 같군."



* * *



쿵.

쿵.

쿵...



양배추 맛이 나는 스튜를 먹고 나서는 모닥불을 쬐며 쉬고 있었다. 샬롯이 입혀준 옷은 따뜻했지만, 겨울평원에서 너무 오래 맨몸으로 나뒹굴고 있었는지 뼛속까지 스며든 냉기는 금방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공동가옥에 들어와서 한 일이라곤 모닥불 앞에서 불쬐기, 이것밖에 없는 이유도 아직도 냉기 때문에 속이 아렸기 때문이다.



"야 샬롯. 쟤 스스로 구워지고 있어. 진짜 만두가 되려나 봐.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닌가?"

"클로드. 족장에게는 존댓말을."

"다른 애들 다 정찰 나가고 없는데. 우리끼리는 좀 편하게 있자. 우리가 그냥 친구냐? 너 족장 되고 요즘 스트레스 받는 거 나한테는 다 보여.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무리는 하지 말자고 친구야."

"...쓸데없는 참견이야."



두 늑대는 각자의 침대에 누워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계속 모닥불만 쬐고 있었고. 보다 못한 샬롯이 나에게로 다가와 내 몸을 품으로 감쌌다. 거대하고 복슬복슬한 따뜻한 흰 털로 건네는 순수한 호의였다.



"아직도 몸이 차갑군."



쿵.

쿵.

쿵...



이것은 심장의 울림인가, 땅의 울림인가. 덩치 큰 샬롯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옆에 앉았을 때부터 심장은 울림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었으니 지금 느껴지는 규칙적인 진동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땅을 딛고 있는 발바닥과 엉덩이에 언젠가부터 작은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누군가 천막의 입구를 드러내고 샬롯에게 보고했다. 밖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찼다.



"지축의 흔들림이 느껴지십니까. 샬롯. 검은 태양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군. 아직 이쪽을 돌 시기가 아닌데."

"곧 들이닥칩니다. 걸음은 느리지만 보폭이 크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판단을."



막 정찰을 끝내고 돌아온 다른 늑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어린 늑대들은 뛰어다니며 부모의 품에 안기고, 늙은 늑대들은 익숙한 듯 각종 집기들을 정리하고 곧장 이동할 수 있게 짐을 꾸렸다.



"휴식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 짐을 챙겨서 우선 자리를 뜬다."

"알겠습니다."



정찰병 늑대의 뒤쪽으로는, 아주 멀리서. 검고 거대한 무언가가 천천히 이쪽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그것의 일부만이 시야에 들어왔음에도 두려움과 압도감에 사로잡혀 이성이 아찔해진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 무언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의 모든 걸음이 발꿈치로도 느껴진다.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발걸음이. 그 검은 거인은 세상의 종말같이 찾아왔다.



"우리도 준비를 해야겠구나. 그... 넌 이름이."

"만두라고 부르자 샬롯."

"어떻게 사람 이름을 만두라고 짓나..."

"잘 어울리는데? 만두."



클로드와 샬롯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목소리가 나왔다면 항의라도 했으련만. 몸짓 발짓으로 나에게 당장 더 좋은 이름을 내어놓으라고 말할 수도 없는 법이었다. 사실 딱히 나도 내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그들이 그렇게 부르겠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샬롯도 그렇게 생각했나보다.



"...곧 모닥불을 끌 테니 그때까지 많이 쬐어두어라. 만두야."



* * *



달리는 늑대들은 갑옷을 입고 롱소드를 품에 찼다. 떠오르는 검은 태양과 겨울평원을 등에 진 채로 횃불을 들고 달렸다. 북극성을 등불 삼아 늑대들은 어둠 속을 달렸다. 목적이 있는 여행인지, 피난인지 모를 늑대들의 행렬은 검은 태양이 보이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걸음을 쉬었다.



"모두 지쳤습니다. 샬롯."

"예정에 없던 일이었으니. 낙오자는 없는가."

"없습니다. 다만 일부 식량이..."



샬롯은 다른 늑대에게 중간점검 겸 이런저런 보고를 받고 있었다.

겨울의 숲은 평원과 다를 바 없이 차가웠다. 족장인 샬롯과 무리의 선두에 서 있었기에 더 그럴지도 몰랐다.



나는 발치에 굴러다니던 나무 막대기를 하나 주웠다. 이거라면 뭔가 써서 보여줄 수 있으려나 싶어 눈과 흙이 덮인 바닥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나 그래도 완전히 멍청이는 아니구나. 가물가물하지만 글씨를 쓰면서 이것저것 떠오르는 게 다행이다 싶었다.



[안 녕하 세요 샬 롯]

겨울평원에서 기억 없이 뒹굴던 것 치고는 꽤 괜찮은 글씨를 써냈다. 샬롯이 이 글씨를 알아봐 줄까? 괜히 신난 마음으로 늑대에게 다가가 팔을 쥐고 흔들었다. 반응이 없어서 조금 더 세게 흔들었다.



"...뭐야?"



나는 내가 바닥에 쓴 글씨를 가리켰고, 곧 늑대는 뒤돌아봤다.

약간의 짜증이 서린 서늘한 회색 눈이 나를 지긋이 훑는다.



" ...ㅓ "



샬롯이 아니었다. 클로드라고 불린 회색 늑대였다.

죄송, 죄송해요. 나는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샬롯의 만두? 날 부른 거야? 안녕? 말을 하지 못하니 불편하네."



만두라니...



클로드라고 불린 늑대는 왼쪽 다리 부근을 자주 긁었는데, 그곳에는 크고 검은 흉터가 있었다. 날카로운 무언가가 강하게 긁고 찢어나간 듯한 모양이다. 만약 저게 저주로 새겨진 문양이 아니었다면 꽤 많이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력적인 생김새였다.



"신성어? 이런 재능도 있니? 미안한데 나는 이런 건 못 읽어. 이런 건 제사장이나 읽을 수 있지."

" ㅔ...? "



신성어라니. 내가 쓴 건 평범한 한국어였다.



"샬롯도 읽을 수 있으려나. 마지막 제사장이 죽은 지 꽤 오래돼서 샬롯도 많이는 못 배웠거든. 하지만 대단하긴 하네. 이런걸 쓴다는 건 읽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니야? 샬롯이 좋아하겠어."



샬롯도 못 읽을지도 모른다고.



드디어 의사소통의 수단이 생기나 했는데 허탈함이 밀려왔다. 클로드는 무리로 돌아갔고, 나는 가지고 있던 막대기로 지면을 툭툭 치다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막대기가 바닥에 닿는 동시에 쏜살같이 사라졌다.



" ..? "



옆에 있는 막대기를 또 주워 한 번 더 던졌다.

바닥에 닿자마자 막대기가 또 사라졌다.



뭔가 기묘해서 클로드를 다시 불렀다.



"만두야. 나 바빠. 이래 봬도 무리에서 세 번째로 강한 늑대라 할 일이 많거든?"



할 일이 많기는 무슨. 그냥 주변에만 어슬렁거리고 있었으면서.

정말로 할 일이 많아 보이는 것은 샬롯이었다.



"그래서 뭔데?"



나는 내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보여줬다.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바닥에 내던진다.

그러면 나뭇가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주 빠르게.



몇 번 해보니 꽤 재미있는 느낌이 나서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더 주웠는데, 클로드가 내 손을 정말 갑자기 억세게 붙잡았다. 우악스럽게 쥐어진 손이 너무 아팠다.



" ...! "



그러나 클로드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고 고개를 단호하게 휘저었다.

이 회색 늑대가 말하는 바는 매우 명확했다.



'하지 마.'



클로드는 내 손을 붙잡고 아주 조심스럽고, 아주 조용하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샬롯이 머물고 있는 무리 근처까지 와서야 클로드는 우렁차게 외쳤다.



"척후대 전투 준비!!!!!!!!!!!"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이 큰 소리였다.



"아브락사스가 매복했다!!!!!!!!!!!!!!!"



클로드가 횃불을 숲으로 던지면 무리를 둘러싼 검은 괴물들이 보인다.

뒤틀린 나무로 사람을 빚어낸다면 저런 느낌일까.

괴물들의 따가운 시선이 피부 위를 걸어 다녔다.



"망자들이 온다."



어느샌가 샬롯은 내 곁으로 와있었다.

샬롯이 깊은 숨을 후- 내쉬면 입김이 어디론가 날아간다. 겨울이었다.



"전투 개시."



샬롯이 위로 들었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지크 록샤르!!!"



선봉에 선 늑대들은 들개처럼 그림자들에게 튀어나가 달려들었다. 눈을 까뒤집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검은 것들을 물어뜯고 미친 듯이 베어낸다. 롱소드를 떨어뜨렸다면 발톱으로. 발톱이 부러졌다면 이빨으로. 검은 것들의 속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헤집어놓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물들을 찢어놓기 시작했다.



그건 샬롯도 클로드도 마찬가지였다.

_______________

6

소설은쓴다는건뻔뻔할준비가되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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