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AFP= News1
제네바 리포트, 2012년 이후 도입국 실익 분석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딜레마에 더욱 깊이 빠져 들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년 반 동안의 정책을 총괄검증하는 이달 회의를 2주 앞두고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로다 총재의 발언에 '일말의 회한'이 가미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8일 정책회의를 앞둔 ECB 역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뱅커들의 불만을 단번에 해소하기 힘든 모양새다. 하지만 부진한 경제 회복세를 끌어 올리기 위해 다수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금리를 더 낮출 것을 제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마이너스 금리가 언젠가 성공하는 이유' 제하의 기사를 통해 더 깊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 경제학자들의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통화뱅킹국제연구센터와 경제정책연구센터가 지난주 공개한 공동 보고서는 '금리가 제로(0) 밑으로 더 떨어지고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도 확충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네바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보고서를 작성한 4명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은 "부작용은 관리 가능할뿐만 아니라 소심함을 정당화할 만한 강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개별 경제의 특성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는 엇갈린다. 은행의 자금조달 구조, 개인 연금의 보급정도, 통화의 체력, 현금 대안의 사용 정도 등 변수들이 특히 중요하다.

이러한 변수를 고려해 보고서는 덴마크, 유로존, 스위스, 스웨덴, 불가리아, 일본, 헝가리 등 지난 2012년 이후 마이너스 금리 정책실험을 진행중인 7개 경제의 차이와 함께 긍정적 여파를 설명했다.

우선 덴마크의 경우 일부 주택소유자들은 매달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받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로 자국 통화 크로나가 약세를 보였지만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는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통화 약세를 일으켜 수입 물가와 수출 수요를 높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반대 효과를 냈다. 엔화가 계속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면서 마이너스 금리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외국인들이 엔화를 찾았다.

보고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큰 요인으로 현찰을 꼽았다. 현금 접근성이 유지된다면 사람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회피할 수 있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범위를 제한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상대적으로 성공적으로 정착된 경제로 평가된 스웨덴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금 없는 사회에 가장 근접해 있다.

보고서는 '경제가 진화할 수록 마이너스 금리의 제약들도 점차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은 보고서에서 "언젠가 현금없는 경제권에서 살 지도 모른다"며 "현금이 존재하지 않으면 중앙은행들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회복을 촉발할 마이너스 금리를 필요한 만큼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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