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조용한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금융기관을 속이고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52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사기·횡령 등)로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자금담당 임원 박모씨(53)를 구속한 데 이어 검찰 소환에 불응한 청안건설 대표 이영복씨(66)를 지명수배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는 2006년부터 올 초까지 엘시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축설계 등을 했다며 금융기관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320억원을 대출받고, 직원 급여 명목으로 회사자금 2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이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씨는 1990년대 ‘부산판 수서사건’으로 불리는 ‘다대·만덕지구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다. 당시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청안건설이 사기 대출과 횡령으로 만든 비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과 엘시티 건설 인허가권을 가진 부산시 등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역에서는 로비 대상으로 유력 정치인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고, 부산시의 몇몇 고위간부들도 오르내리고 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특혜성 행정도 수사 대상이다. 이 사업 부지는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이었다. 부산시는 2006년 ‘해운대 4계절 집객 관광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2007년 민간사업자로 트리플스퀘어(현 엘시티)를 선정했다. 이후 부산시는 엘시티 측에 싼값으로 부지를 매각하고 경관규제를 풀었다. 부산시는 교통영향평가 부실 논란이 일자 진입도로 등 기반시설을 대신 해주기로 했다. 2009년엔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변경안이 30분 만에 처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