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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의 눈물과 열망모바일에서 작성

명일동오디터(1.232) 2016.07.25 05:49:22
조회 743 추천 5 댓글 1



발굴 망해라 갈아엎자 갈아엎자 갈아엎자..
열망하나 바랄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마음 속 깊숙히로부터 치밀어 오르는구나


“아마 세계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발굴 현장일 겁니다.”

1~5세기 한성(서울) 도읍 시기 초기 백제의 유일한 왕릉급 고분군으로 요즘 재발굴조사가 한창인 서울 석촌동 고분군(사적 243호)을 국내 고고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지하철 석촌역 서쪽으로 200여m 떨어진 석촌동 61-6번지 고분 공원 발굴 현장을 가보면 이 말을 실감하게 된다. 북쪽에선 555m 높이 롯데월드타워가 현장을 내려다보고, 주위는 다세대주택, 아파트들로 꽉 차 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이인숙)이 시작한 조사에서는 무덤 돌무더기(적석), 기와들과 더불어 막대한 생활쓰레기들까지 뒤섞여 쏟아진다. 빌딩·가옥들 밀집한 대도시 도심의 국가 사적에서 쓰레기·유물층을 함께 뒤져가며 고대무덤 실체를 찾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낮 매미 소리 가득한 석촌동 고분 공원 한가운데에 펜스를 치고 작업중인 발굴 현장을 찾았다. 챙 넓은 모자를 쓴 조사원들은 부슬부슬한 쓰레기층과 유물층을 구획 짓고, 쓰레기 조각들을 조심스레 걷으면서 유물 윤곽을 드러내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책임조사원 정치영 학예사와 강다혜 연구원은 조사구역 북쪽 작은 토광묘 근처에서 두께 30여㎝로 쌓인 상부 생활쓰레기들을 뒤적거렸다. 그 아래 벌건 빛의 백제유적 토층이 보인다. 강 연구원이 꽃삽으로 80년대 건빵 봉지를 집어 올렸다.

“별의별 것들이 다 있네요. ‘천재장사’ 과자 봉지, 88올림픽 공식기념 라면, 우산 손잡이, 페트병…. 마을이 있을 때 쓰레기 모았던 데를 그대로 매립한 것 같아요.”(강다혜)

“아래 백제 토층은 다행히 교란(파헤쳐 뒤섞인 상태)되진 않았군. 쓰레기들은 잘 걷어내 봉지에 담고 아래 어떤 무덤 구조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자고.”(정치영)

이 구역뿐 아니었다. 조사장 곳곳의 발굴갱들(트렌치)에는 철근들이 삐죽 튀어나온 건축폐기물층이나 폐비닐이 너덜거리는 생활쓰레기층이 얕게는 20~30㎝, 최대 2m 정도의 두께로 백제무덤 돌무지, 유물층 위를 덮은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87년 올림픽을 앞두고 복원정비 사업으로 유적층 위의 가옥들을 철거할 때 주변 쓰레기들을 그냥 현장에 묻고 외부 흙을 가져다 덮은 뒤 잔디를 심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 3월 발굴에 재착수한 조사원들은 6월까지 엄청난 분량의 쓰레기들을 걷어내 치우느라 고역을 치렀다. 걷어낸 폐기물 양만 15톤 트럭 45대분인 800여톤에 이른다.

재조사는 ‘싱크홀’ 사건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봄 공원관리소가 1호분과 4호분 사이의 땅이 푹 꺼지는 싱크홀 현상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이다. 5~6월 긴급조사한 서울시 산하 한성백제박물관 쪽은 싱크홀 구멍이 80년대 철거 가옥의 목곽저장고 공간이며 그 아래에 백제무덤의 돌무지 기단, 기와들이 깔린 것을 확인했다. 이리저리 뻗은 돌 기단 속에서 무늬기와, 금속장신구도 발견되자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학술조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조사원들은 기대와 달리 온통 쓰레기 더미에 짓눌린 국가 사적의 참상이 드러나자 망연자실했다.

고분군이 쓰레기밭이 된 건 1910년대 일본인들의 첫 조사 뒤로 전면조사 없이 진행된 도시화의 후과다. 특히 74년 잠실 주거개발로 유적을 깔아뭉개고 건물들이 마구 들어서면서 일부 고분들만 섬처럼 남게 됐다. 남은 유적도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전두환 정권이 공원으로 정비한다며 부근 가옥들을 철거한 뒤 쓰레기들을 그대로 묻는 바람에 땅속에서 쓰레기에 눌리고 뒤섞이는 처지가 됐다. 당시 서울대·숭실대·경희대 박물관이 석달여 약식조사를 했지만, 건물 터 잔해와 구덩이, 쓰레기 더미들을 피해 시굴갱을 파는 정도에 그쳤다. 그 갱 안에 쓰레기들을 퍼넣고 묻은 졸속정비가 유적들을 할퀴고 지나간 셈이다. 이런 파행이 기록도 없이 묻혔다가 30년 만에 학술 발굴로 드러난 것도 기구하다. 정치영 학예사는 한탄했다. “유적 위 사방에 연탄재, 찢긴 브래지어, 신발짝, 똥통까지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죠. 교과서에 나오는 백제 대표 유적인데…. 처음 보는 참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어쨌든, 제대로 쓰레기를 걷고 한성백제의 비밀을 간직한 적석총 고분의 실체를 드러내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올해 발굴조사의 성패는 쓰레기 처리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달 5일 문화재청 주관으로 현장에서 열린 전문가 검토회의에서는 “발굴범위를 현장 서쪽으로 넓히고 쓰레기는 관계 당국이 협의해 반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관할 송파구청과 문화재청, 서울시 쪽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는 눈치다. 구청과 문화재청 쪽은 시가 발굴중이니 이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 반출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 쪽은 국가 사적에서 과거 정비복원 파행으로 생긴 부산물인 만큼 국가예산으로 처리하자는 견해여서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학계에서는 매립 쓰레기층이 공원 안의 다른 1~5호분 주위까지 뒤덮은 것으로 추정돼 국가 차원에서 전면 재발굴의 단안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촌동 고분군은 3~5세기의 기단식 적석총(돌무지무덤)과 토광묘, 옹관묘 등 초기 백제 지배자들의 여러 무덤양식들과 매장법들을 짐작할 수 있는 타임캡슐이다. 백제 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 릉이 있을 것이란 추정도 나왔지만, 구체적인 무덤 얼개와 세부 연대 등은 안개에 싸여 있다. 후대의 훼손과 부실한 조사 탓에 20세기 초 100여기로 조사됐던 고분군 숫자도 현재 10기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87년 조사에 참여한 김무중 중원문화재연구원장은 “서울시는 2020년까지 석촌동 고분을 풍납·몽촌토성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시킨다는 계획을 추진중이지만, 장기간 전면발굴로 쓰레기층을 걷고 유적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는 한 공허한 울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석촌동 고분 공원의 전체 면적 1만5000여평 가운데 조사단이 허가받은 발굴 면적은 극히 일부인 930여평. 지금까지 발굴한 면적은 그 절반인 450여평에 불과하다. 석촌동 고분이 쓰레기 더미의 굴레를 벗어나 온전한 옛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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