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영혼 하나가 나를 집에까지 따라왔다.

녀석은 머리에서 나온 피를 하얀 한복의 상의와 하의에까지 적신 채로

나에게 쇳소리같은 고대국어를 밷었다.

"......"

인간은 세상에 꼭 존재하여야하는 존재가 아니다.

태양은 꼭 존재하여야하고 밤낮도 꼭 존재하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러한 존재는 아니다.

나는 내가 꼭 세상에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었다. 

나는 녀석에게 압도되지 않으리라...

알아내고 싶은 사실이 있어...

게다가 나의 곁에는

노가다하다가 만난 20년 출가 및 파계를 거치며 음양오행과 단전을 수행한

반도사급 형님이 계시지 않은가?

이 형님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

언제나 서늘하면서 깨끗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형님이다.

'그래, 괜찮아, 나도 보도연맹원 작은 할아버지를 두었어...' 나는 귀신의 마음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잡귀에 불과한 녀석은 이야기가 많다는듯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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