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개포동·목동·한남동, 경기 분당의 정자동 등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의 '텃밭' 역할을 하던 동네들도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대형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많은 '부자(富者) 동네'로, 여권(與圈)이 '집토끼'로 분류하는 지역이다. 중앙선관위가 15일 발표한 '4·13 총선 투표구별 개표 상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에 대한 이 같은 대대적인 민심 이반(離反)이 확인됐다.

서울 강남을 선거구 가운데서도 평당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개포동은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에 몰표를 줬다. 19대 때는 야당에서 대선후보 출신의 정동영 후보가 나섰지만, 개포동은 정 후보보다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5000여표를 더 줬다. 18대 대선 때도 박근혜 대통령은 개포동에서 5000여표를 더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더민주 전현희 당선자가 1만4743표를 얻고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가 1만4318표를 얻어 근소한 표 차(425표)이지만 전 당선자가 개포동에서 앞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당선자는 보금자리주택이 있는 세곡동에서 4000여표를 더 얻고 일원동에서도 1400여표를 앞서 총 투표수를 기준으로 6600여표 차로 승리했다. 개포동은 투표율도 57.7%로 강남을 전체 투표율(62.4%)에 크게 못 미쳤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개포동의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이번에 투표장에 잘 안 나가는 현상이 관찰됐다"며 "여당에 우호적인 유권자들의 일부는 투표를 안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중심의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도 새누리당은 더민주보다 적은 표를 얻었다. 목동 가운데서도 신흥 고급 아파트인 '하이페리온' '트라팰리스' 등이 들어선 목1동에서 이기재 새누리당 후보는 5982표로, 7560표를 얻은 황희 더민주 당선자에 뒤졌다. 목동 1~6단지와 이대목동병원, 양정중·고등학교 등이 있는 목5동에서도 이 후보는 황 당선자에 비해 1100여표를 덜 얻었다. 이들 지역은 과거 선거에서 거의 새누리당 후보가 져본 적이 없는 지역이다. 고급 주택가가 많은 서울 한남동도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이번에는 더민주가 우위를 보였다. 한남동 득표 수는 더민주 진영 당선자가 3412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3353표였다.

'경기의 강남' 이라는 분당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새누리당은 경기 성남 분당갑·을 모두 더민주에 내줬다. 이 중 '분당을' 지역구에 속하는 정자동과 수내동은 공원과 고급 카페거리 등을 끼고 있고, 중·대형 아파트가 많아 그동안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자동은 더민주 김병욱 당선자에게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에 비해 2800여표를 더 줬고, 수내동도 김 당선자에게 1800여표를 더 줬다.

단독주택이 많은 서울 강북의 전통적인 부촌(富村)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에 속하는 평창동은 부유한 중·장년층이나 사업가 등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다. 평창동은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새누리당 후보에게 60%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평창동은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에게 4619표, 정세균 더민주 당선자에게 4571표를 던졌다. 오 후보가 불과 48표 앞선 것이다.

종로구는 선거 지형상 여당 후보가 부유층이 많은 평창·사직·삼청동에서 압승하지 못하면 당선이 어렵다. 그중에서도 평창동은 유권자가 1만5000명으로 여권 후보에게는 가장 노른자위 지역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후보급을 내놔도 결과가 이랬다면 새누리당에 대한 심각한 민심 이반이 있었던 걸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여권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에 선거 결과가 야당에 유리했던 지역들의 표심(票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벌어진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이라는 간판 자체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예를 들어 종로의 경우 '정치 1번지'라는 자부심을 가진 우리 당의 전통 지지층이 투표장에는 어느 정도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민주나 국민의당에 표를 던졌다"며 "그만큼 전통 지지층 사이에서도 '새누리당은 혼 좀 나야 한다'는 정서가 퍼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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