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 김모(32)씨는 종종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불러 퇴근한다. 하지만 "택시가 출발지 건너편 반대 차선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때마다 택시기사에게 '유턴해서 와달라'고 말하는 등 불편한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김씨 스마트폰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김씨의 출발지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할 때도 불편이 이어졌다. 김씨는 "대로에서 우회전해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하는데 택시기사가 골목길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의 실제 위치보다 내비게이션에 표출되는 차량의 위치가 훨씬 뒤쪽으로 표시돼 택시기사가 우회전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 img option modified under300 right 20150828 --> <!-- img links has --> <!-- img links none --> 8일 청주 충북테크노파크에서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가‘차세대 도로교통용 초정밀 GPS 기술’을 적용한 내비게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차 1m 이내 수준의 동적 위치 측정이 가능한 차세대 도로교통용 초정밀 GPS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신현종 기자

하지만 현행 GPS보다 위치 정확도가 수십 배 높은 초정밀 GPS가 개발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내년부터, 나머지 전국은 2018년부터 이 같은 불편함이 해소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오차 범위 1m 이내에서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초정밀 GPS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현행 GPS의 위치 오차 범위는 15~30m 수준이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위치를 내비게이션이 실시간으로 정확히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골목길 등을 찾아들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초정밀 GPS를 내비게이션에 장착하면 차량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해 골목길·이면도로 등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img option modified under300 right 20150828 --> 이미지 크게보기

차량이 고가도로 위를 지나는지 혹은 그 아래 도로를 지나는지 등도 파악이 가능하고,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와 차선 이탈, 전방에 사고 발생 여부 등도 확인해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초정밀 GPS는 차량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골프 스마트캐디 단말기나 스마트폰 앱 등에 초정밀 GPS 기술이 적용되면 골프를 할 때 홀컵 등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를 오차 범위 1m 이내에서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서 "시각장애인용 보행 내비게이션의 경우 골목길 등 좁은 도로나 횡단보도의 위치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안전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img option modified under300 right 20150828 --> <!-- img links has --> <!-- img links none -->

각종 신기술에도 응용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초정밀 GPS를 장착한 택배용 드론 등 상업용 드론이 개발될 경우 빌딩 사이를 통과해 아파트의 택배 보관소 등으로 물건을 정확히 내리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기 위해서도 차로까지 인식할 수 있는 초정밀 GPS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개발된 초정밀 GPS 기술이 전국적으로 상용화된 후 이를 사용하려면 초정밀 GPS 전용 수신칩이 내장된 내비게이션 단말기 등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

항공우주연 관계자는 "국민이 널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만큼 초정밀 GPS 전용 수신칩의 가격(1만원 수준)이 기존의 GPS 수신칩 가격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판매되는 스마트폰 등에는 초정밀 GPS 전용 수신칩이 좀 더 소형화돼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날 충북 청주에서 초정밀 GPS를 차량에 장착해 운행하는 등 검증 사업을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도로교통용·보급형 초정밀 GPS의 경우 아직 세계 기준이 없어 우리나라가 세계 기준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초정밀 GPS의 개발로 약 1조5000억여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