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광역시·송도신도시… ‘국제도시 인천’ 기틀 세우다

상도동계 몸담은 인연 바탕으로 최기선 전 시장 지원 팔걷어

최 전 시장 재임 당시 총괄기획실장을 맡았던 강원구(51)인천도시공사 이사(비상임)가 전하는 김 전 대통령과 인천의 인연은 아주 각별했다. 김 전 대통령과 최 전 시장과의 ‘특수관계’ 때문이었다.

사실 김 전 대통령과 최 전 시장의 인연은 최 전 시장의 부인인 최영숙 씨에게서 출발했다.

1994년 작고한 최영숙 씨는 김 전 대통령의 개인 사무실인 ‘한국문제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오랫동안 비서 역할을 했다. 최 전 시장은 부인 최영숙 씨의 권유로 김 전 대통령에게 인사를 가게 됐다. 그 이전만 해도 최 전 시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인사차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난 최 전 시장은 ‘상도동계’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상도동계에 입문한 최 전 시장은 외신담당 공보비서를 맡아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투쟁 소식을 외신에 전했다. 이어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입지를 굳혔다.

최 전 시장은 1988년 13대 국회의 금배지를 달았고, 1993년 3월 4일 관선 인천시장에 임명됐다. 김 전 대통령의 후광이었다. 김 전 대통령과 인천의 특별한 인연은 여기서 시작됐다.

# 선인재단 시립화

1993년 6월 10일 최 전 시장은 전대미문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선인재단의 시립화였다.

선인재단은 설립자의 파행적인 학원 운영으로 표류했다. 설립자 백인엽 씨가 1981년 3월 비리로 구속되자 국민에게 속죄하는 뜻으로 학원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단 이사회도 국가 헌납을 의결하고, 헌납 절차를 마쳤다.

선인학원은 초·중·고·대 등 16개 교육기관에 4만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었다. 옹진군 임야 81만㎡와 제주도 밀감 밭, 서울 충무로 상가건물 등 수익용 토지가 118만2천여㎡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사학재단이었다.

재단 측은 학교시설 투자에 손을 놓았고, 교육환경은 망가졌다. 학부모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초·중·고 자녀를 서울의 학교로 전학시키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 전 시장은 선인학원 공식 반납 절차를 거쳐 1994년 3월 1일 시립화를 마무리했다. 사학의 시립화는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없는 혁명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역시 김영삼 정부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인천공항 건설 조기 확정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18일 영종도 신공항(인천국제공항) 조기 확정 착수를 선언했다. 금융실명제 시행으로 우려되는 경기 침체의 타개책이었다. 영종도 신공항 사업에 2천억~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신공항을 축으로 한 영종도 확대 개발은 중앙부처의 논란거리로 번지기도 했다. 1995년 1월 5일 건설교통부는 신공항 건설계획을 전면 수정해 영종도를 홍콩에 버금가는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정경제원은 기존 정부 합의사항 위반이라며 총리실 중재를 요청했다.

영종도 신공항의 이름이 ‘인천국제공항’으로 확정된 때도 김영삼 정부의 시절이다. 당시 명칭을 놓고 ‘인천’ 대신 ‘세종’이나 ‘서울’ 등으로 붙이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인천이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성장한 배경도 김영삼 정부가 있었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게리맨더링’이라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1994년 9월 20일 경기도는 옹진·강화·김포군 등 2개 군, 1개 면 인천시 편입에 따른 주민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2%의 주민들이 인천시 편입을 찬성했다. 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던 그 다음 해 1월 1일 인천은 광역시로 발돋움했다.

# 송도국제도시 산파역

1994년 9월 10일 오전 김 전 대통령은 "인천의 개항에는 숱한 외세의 작용이 있었지만 이제 신도시 개발로 자주적인 도약을 하게 됐다"며 "인천은 통일시대를 여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금의 국제도시인 송도해상 새 도시건설공사 기공식에서였다.

송도신도시 건설사업은 당초 1990년 11월 건설부의 매립승인을 받아 그 다음 해인 1991년 착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앙부처의 이견으로 3년 동안 미뤄졌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송

1990년대 송도신도시 조감도.

당시 남구 동춘동 송도 앞바다 17.7㎢를 매립하는 신도시 건설사업은 영종 국제공항과 항만을 이용한 입체 교통요충지에 산업·정보· 통신 등 연계한 복합도시 조성이었다. 사업비 1조7천424억 원(매립공사비 7천396억 원·시가지 조성비 1조28억 원)을 들여 2001년까지 매립한 뒤 2006년까지 시가지 조성을 끝낼 계획이었다.

송도신도시 건설사업은 53.4㎢에 21조5천여억 원을 투입하는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건설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 인천 민방 탄생

김 전 대통령은 차남 현철 씨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지역 민방을 설립하기도 했다. 1996년 ‘iTV(지금의 OBS)’를 인천지역 민방으로 선정한 것이다. 당시 이 공은 공보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힘을 모아 지역 민방을 유치한 최 전 시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현철 씨는 지역 민방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