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겠지

나는 노말하다

나는 정상이다

나는 문제없다

나는 인정받는다

나는 철저하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커리를 밟아왔다

나는.. 모범이다

즉 

사회 그 자체를 상징함

즉 사회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고

우수한 성적 등을 바탕으로

사회에 자리잡은 자

근데 그렇기에

짝을 만날 수 없음

성은 곧 동물성, 자기를 더럽히는 것, 쾌락, 자신을 벗어난 무언가에 자신을 맡기는 것, 위험을 상징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정숙과 순자는 양 극단에 있기도 함

순자는 한번도

자신의 의식 너머에 다다라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음

뭐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에 가장 어울리겠지

그 다음 어울리는 직업은 성직자겠고

순자가 나솔에 나온 이유는

자신이 변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그림에 '걸맞는' 남자를 만나고 싶기 때문임

그리고 정상적인 방식 정상적인 연애 정상적인 결혼을 거쳐 정상적인 자녀 낳기

정상적인 늙어감과 정상적인 죽음 으로 향해가겠지

어쩌면 선보기에 가장 최적화된 것일 수도

본인 또한 선이나 결혼중개업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동시에 순자는 그걸 꺠기 위해 나솔에 나왔을 수도 있음

플러팅을 하거나 자기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동시에 자기 안에 있는 욕망을 끄집어내는 것

그럼으로써

이때까지 살아왔던 자신의 삶에 반기를 드는 것

그건 아주 오랫동안 억눌러 왔던,

자신으로서의 삶으로 향해가는 것일 수도

정숙이 마음껏 누려왔던 삶인...

반대로 정숙 또한

한편으로는 이 지긋지긋한 회전목마에서 내려서

질서와 규율, 한계와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 즉 상징계에 적응하고 싶으나

자기안에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일 수도

초반에

영호가 순자를 택한 이유는

어떤 경우에서도 중간 이상은 가는 선택이며

순자가 기뻐하는 이유는

영호를 좋아하거나 호감있기 보다는

그 집단에서 영호가 가장 인정받는 '남성'이기 때문임

만약 광수가 인정받는 사회에 있었다면 광수였겠지

플레이보이, 여자 후린 남자가 결혼은 의사, 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과 함으로써

자녀에게 똑똑한 머리를 물려받고 

결코 어떠한 손해를 보지 않는 '나름'의 계산을 하듯

영호의 선택은

정교한 손익 계산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음

그러면 비슷하게 철저한 커리를 밟아온 영식과 순자는 어울리냐 하면

영식은 사회에 인정받는 게 목표가 아닌

사회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이고

이는 처절한 투쟁과 멈출 수 없는 돌진에 가깝지

순자는 궁극적으로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변화없는 지점

즉 중심에 머물러 있는 게 목표이므로

둘은 아예 다른 차원에 있다고 보면 되겠지

서로가 서로를 보면 이해를 못할 거

영호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 가능성이 없거나 한계가 명확한 교사라는 직업에 의아함을 가질 거고

본인이 만약 교사를 한다면 교사 커리를 바탕으로 교수를 하려고 하겠지

반대로 순자가 은행원을 한다면 그 이유는 안정적이고 결혼하기 좋은 직업이기 때문이겠지

*

라캉이 늘 언급하듯...

상징계에는 늘 구멍이 있고

우리의 무의식은 늘 반란을 일으킴

그 반란이 순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니면 그 반란을 진압하고

사회에 철저히 복종하는 관료주의자가 될지는 지켜보아야할듯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관료쥬의자로 진화할 가능성 88퍼이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