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애에 있어 철칙이 있음.

절대 내 패를 읽히면 안됨. 읽히는 순간 '을'임. 

너에게 내가 관심이 있다는 걸 은근히 흘리면서도 동시에 상대방이 '아 재는 나 확실히 좋아한다'라는 생각이 안들게끔 아리송한 영역이 있어야한다는 말.

이게 남녀 연애 게임의 기본적인 전략임. 

간혹 대가리 나쁘고 매력도 좆도 없는 애들이 '나는 밀땅 싫어, 나는 무조건 직진이야'라고 얘기하는데 뭐 그러니까 맨날 그꼴로 사는거야.

연애는 일종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고 내가 관심있는 사람을 나에게 빠지게끔 만든 놀이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케미가 발생하고 서로에게 몰입하게 된다는거. 

상대를 사랑하는 과정은 동시에 내가 나의 감정에 취해가는 과정이기도 함.

2. 영수는 옥순과 현숙이 여출중에 그나마 낫다 정도의 상황판단을 하고 있음. 그리고 14기의 메인 주인공임. 

이미 다 눈치들 챘겠지만 나솔 매 기수는 1부리그, 2부리그, 그외 병풍 출연자들로 구성된다. 가장 매력있는 남녀들이 1부리그에게 짝짓기 경쟁에 들어가고 1부리그에 끼긴 경쟁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2부리그에서 패자부활전 게임을 진행함. 그리고 나머지 구성은 형동생누나언니오빠 놀이하다가 집에가는거.

어쨌든 영수는 14기 1부리그에서 두 여성과 연애게임에 진입한 상황이다. 강렬한 끌림같은건 없어. 남자들은 여자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끼면 이성적인 판단이나 신중한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 영수는 나이가 어린 옥순과 먼저 접선을 했고 옥순은 첫 데이트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함. 말을 나오는대로 뱉은거. 곧바로 옥순은 영수의 감정을 읽었고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1:1 차를 마실때부터 너에게 관심있다는걸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한다.

이 게임에 또 다른 참가자 현숙은 영수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좀 위축되어있는 상황이다. 한발 늦게 게임에 참여한 후발주자의 느낌.

옥순과 현숙은 지금 서로 강하게 상대방을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있다.

그리고 참 재밌는게 경쟁상대의 존재는 그 남자를 꼭 내 남자로 만들고싶다는 감정을 더욱 강화시킨다. 상대방의 존재로 인해 이 사랑게임에 더 몰입하게 된다는거.

3. 옥순의 전략은 계속 영수 주위에 붙어 있고 티를 내며 상대방과 나는 이미 이런 사이다라는 것을 주위에 보여주는 전략. 하지하책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이런식으로 노골적인 접근을 하면 남자의 마음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멀어진다. 이건 남자도 여자를 이미 강하게 좋아할때나 효과가 있는 방법이지. 이런식의 접근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강한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게한다. 

그에 비해 현숙의 전략은 호감이 있다는걸 살짝 찔러주되, 접근하지 않고 주위에서 맴도는 전략이다.

이미 상대방은 나란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거나 적극적으로 접근하진 않는다. 상대방과 시선을 간간히 교환하되, 옥순이처럼 눈알 똥글똥글하게 빤히 상대방을 쳐다보진 않는다. 여자는 이런식으로 남자를 끌어당겨야한다는거. 꽃이 나비를 향기와 꿀냄새로 유인해야지, 꽃이 뿌리를 뽑고 나비에게 들이대면 나비는 날아가버림.

4. 현재 나의 행동은 과거 나의 행동의 연장임. 사람 안바뀐다. 옥순이는 어렸을때부터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눈알을 정면으로 마주치고 빤히 웃으며 쳐다보면서 '이래도 나 안좋아해줄거야'라는 전략을 주로 써왔을거다. 대부분은 넘어가겠지. 근데 이제 나이가 38살임. 거기다 옥순이가 좋아할만한 남자는 다른 여자들도 좋아할 확률이 높은 남자일거다. 한살이 급한 여자들은 영수에게 성급하게 우리 무슨사이냐를 시전하고 닥달을 했었겠지. 그게 영수한텐 트라우마고.

현숙이는 어렸을때부터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가 알아서 제발로 나한테 넘어오게끔 유도하는 스킬을 구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미스코리아 나왔을정도이니 수 많은 성공경험을 통해 플러팅의 노하우가 축적됐을테지. 아이러니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사람이 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너무 멀어져가면 더 갖고싶어지는 그 감정. 그래서 현숙이는 그 중간지점을 아슬아슬하게 곡예하는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