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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레슨 100명 가까이 해본 입장에서 랩 레슨이 좃도 의미 없는 이유

손심바 아님(119.66) 2024.05.24 10:35:57
조회 315 추천 19 댓글 4

필자는 수년 동안 100명 가까이의 래퍼 지망생과 일반인에게 랩을 가르쳤던 사람이다.

최근에 레슨을 그만두면서 랩 레슨이 의미 없다고 느낀 이유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처음 랩 레슨을 하게 된 동기는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는 당연히 돈 때문이었다.

수년 동안 해온 지긋지긋한 알바를 그만두고 싶었고 쉽게 돈 벌고 싶었다.


두 번째는 오만함.

내가 가진 이론과 지식에 대한 오만함이 컸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내가 잘 가르치기만 하면 학생이 지금 가진 재능과 상관없이 잘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랩으로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인 실력(기술적인 부분 예를 들면 발성 박자 발음 등)까지는

일부 수능 강사들이 말하듯이 노력만 하면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오만했던 이유는 다른 랩 강사들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레슨을 하는 대부분의 래퍼들은 음악적인 이론은 고사하고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재즈 화성학과 악기를 공부했다.

(그래봤자 대학교 입시생 수준이었지만 이 점도 다른 랩 강사들보다는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레슨을 통해 음악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같은 흑인 음악 장르인 힙합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손심바가 하는 가짜 레이백이 아닌 진짜 레이백과 그루브의 원리 등등)

그래서 그동안 내가 받았던 전통적인 음악 교육과 교육 방법을 랩 레슨에 접목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동기로 시작했던 레슨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랩 레슨을 시작했던 동기와 이어진다.

현재 다른 일을 통해 돈을 충분히 벌고 있고 랩 레슨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랩을 취미로 하기 위해 레슨을 받으시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내 수업을 통해 엄청난 실력 향상을 얻은 분들이 많다.

내가 생각했을 때 레슨이 큰 의미가 없는 사람들은 래퍼 지망생들이다.


레슨을 받으러 오는 래퍼 지망생들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중고등학생이다.

이 친구들 음악을 창작하는 것에 대해 큰 고민 없이 그냥 멋있어 보여서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랩한다고 하면 하기 싫은 공부를 안 해도 될 것 같고 부모님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 공부를 못하고(대부분자신은 중위권이라고 믿고있지만)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다(수능공부나 내신공부 뿐만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그래서 랩을 빨리 잘 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반복 과정, 듣기 싫은 음악을 듣는 과정, 음악을 분석하는 과정을 인내하지 못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시간이 없어서 숙제를 못했다고 하면서 '음악은 많이 들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음악을 듣는 것을 대단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며 뿌듯해하는 것 같다.

물론 음악을 듣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만, 도움이 될만한 접해보지 않은 음악을 듣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늘 듣던 음악을 들을뿐더러 게임이나 인스타 하면서 귀에 꼽아만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들어서 실력이 늘었다면 여기 있는 힙갤러들도 다 래퍼가 됐을 텐데..)


이런 친구들을 수업하면서 이런 친구들은 당장 랩을 배운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노력의 고통을 감내하고 지연된 보상을 얻는 훈련이 먼저 되어야 이 친구들이 바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이 들면서 '랩을 가르치는 게 의미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중고등학생 친구는 딱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레슨의 효과를 크게 보고 꽤 큰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


두 번째 유형은 성인 래퍼 지망생이다.

이 친구들은 혼자서 수년간 랩을 해오다가 잘 안되고 막막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혼자 하면서 잘 안된 친구들에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나도 겪은)들이 있는데 자기 실력에 대한 과대평가다.

보통 래퍼를 꿈꾸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기가 평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박자를 제대로 맞추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중고등학생 중에 어릴 때 음악교육을 빡세게 받은 친구들만 몇 명 맞췄고 성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박자는 그래도 잘 맞춘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왜냐면 박자감이 없으면 자기가 잘 맞추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3년 전 블라세에게 배우다가 진전이 없어 나를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진짜 박치였다.

보통 박자를 잘 못 맞추더라도 첫밗은 그래도 잘 맞추는데 첫 박부터 엉망이었다.

블라세에게 몇 개월을 배웠다는데 수준이 말도 안 돼서 블라세에게 큰 실망을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학생에게 랩 가사를 쓰거나 카피랩을 하는 것이 아닌

메트로놈을 이용해서 박자를 맞추는 숙제를 내주었다.

근데 '다른 래퍼들은 이런 거 안 하지 않냐?', '왜 이런 걸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2주 만에 그만두었다.

'블라세도 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블라세에게 실망했던 게 미안했다.

또한 이런 친구들은 음악을 굉장히 좁게 본다.

혼자 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랩 실력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좁은 프레임 만들고 그것을 굳게 믿는다.

쉽게 풀이하자면 자신이 자신 있는 부분, 가령 목청이라고 해보겠다.

자신이 목소리가 크다면, 목소리가 작은 프로 래퍼들을 무시한다.

목소리가 크고 작음은 실력의 잣대가 아니지만, 실력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자신을 올려치기 하면서 위안을 얻는 것이다.

특히 가사에서 이런 것을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잘 쓴 글과 잘 쓴 랩 가사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반응이 좋다면 따로 작성하도록 하겠다.)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톤에 집착한다.

톤만 잡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톤을 잡는다는 표현 때문에 방법만 알아서 딱 잡기만 하면 한순간에 드라마틱 하게 변화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노력 없이 쉽게 얻고 싶은 마음에서 기반 된 것 같다.

하지만 톤은 몸을 만들듯이 근육의 힘과 사용하는 방법을 반복을 통해 익혔을 때 좋아진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실망하곤 한다.

어쨌든 레슨 하면서 이런 성인 래퍼 지망생 친구들도 결국 톤을 잡든 박자를 잘 맞추든 랩의 기술을 더 익힌다고 해서 인생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래퍼로 성공한다는 것은 랩의 기술 외에도 내가 가르쳐 줄 수 없는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 자체의 매력,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 삶의 경험 등 랩의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훨씬 많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기술적인 요소만 딱 필요한 사람에게는 랩 레슨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랩 레슨을 하는 사람 중에 기술적인 요소를 '느낌', '짜친다', '야마', '이거 좆 되는데?'와 같은

모호한 말이 아닌 이유를 분석하고 나아질 방향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맥랩의 유튜브에서 던말릭이 레슨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자신이 복식호흡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던말릭도 이런데 아마 다른 랩 레슨 하는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

'배로 들이마시고 배에 힘만 들어가면 복식호흡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학생에게, 콧소리 좀 빼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혀가 원인이라는 것을 짚어줄 수 있는 몇이나 될까?'

'나 또한 학생들에게 내가 믿는 것이 아닌 진실을 가르치고 있을까?'

이러한 생각 끝에 랩 레슨은 좃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레슨을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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