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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간판 치어리더 박기량(28·사진)은 이제 롯데 야구에도 익숙하다. 지난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던 ‘짤’(주로 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부터 언급했다.

지난 6월2일 사직 삼성전에서 유격수 신본기가 실수하자 치어리더 3명이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올 시즌 롯데에 들어온 안지현은 크게 아쉬워하는 반면 박기량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1년차, 2년차, 11년차’라는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다.

“저도 봤어요. 되게 웃기더라고요.”

그때 박기량의 심정은 어땠을까. 박기량은 “당연히 아쉽다. 그래도 11년 동안 많은 실수를 봐왔고 안타까워해봤기 때문에 단련이 돼 있다”고 했다.

처음 치어리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땐 마냥 춤을 출 수 있어 좋았다. 박기량은 “‘여기서는 공짜로 춤을 배우는데 돈까지 주는구나’라는 생각에 즐겁게 일했다. 처음에는 프로농구, 프로배구에서 2년 동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9년 롯데 경기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치어리더가 엄청난 수의 팬들 앞에서 응원을 리드하는 모습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면접을 봤고 그때부터 롯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롯데에 들어가자마자 ‘복덩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롯데는 2009년 정규시즌 4위로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상승 가도를 달렸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2010년 준플레이오프였다. 1~2차전을 잡고도 나머지 3경기를 내리 졌다. 박기량은 “생각지 못한 결과여서 안타까움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치어리더도 승부욕이 강해 중요한 경기에 지면 자존심까지 긁히곤 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제 가족 같은 느낌이다. 그는 “처음 롯데에 왔을 때 손아섭 선수가 신인이었다. 이런 선수들이 롯데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봐왔다”며 지난 시간을 더듬었다. 

관중석을 향해 있는 박기량이 가슴에 담아두는 건 사실 팬들의 표정이다. 박기량은 “간혹 혼자 오시는 분들도 있다. 치어리더가 오가는 입구에 한 아주머니가 자주 보여 여쭤보니 혼자 지하철 타고 오시더라. ‘우짜노’ 하면서 어머니처럼 보는 모습을 보면 팬들의 마음이 와닿는다”고 말했다.

먼 훗날 해보고 싶은 건 팬으로서 관중석에 앉는 일이다. 그는 “마음 편히 맥주 마시면서 야구를 보는 게 꿈”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만큼은 롯데에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고 했다. 박기량은 “롯데는 다른 팀 치어리더들도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 팀이다. 롯데 치어리더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박기량은 최하위로 몰린 팀 상황을 두고는 “가장 힘든 건 선수들일 것이다. 팬들이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항상 그날 경기가 시즌 첫 경기라는 마음으로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싶다”고 바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