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롯데 감독(58)은 지난 26일 사직구장에서 한동희(20)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고민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경남고를 졸업한 뒤 지난해 1군에서 프로데뷔 첫 시즌을 치른 한동희는 지난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0.232 4홈런 25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양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그를 주전 3루수로 낙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동희는 올해 다시 또 성장통을 겪고 있다. 26일 현재 37경기에서 타율 0.223 2홈런 7타점에 그치고 있다. 실책은 8개에 달한다.

양상문 감독은 “타격 코치와 동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커버해야될 지에 대해 의논 중이다”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한동희가 조금 더 대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취재진들에게 “대학교 1,2학년 때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갓 대학을 들어간 20살, 21살은 청춘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다. 마음껏 놀기도 하고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나이다. 1999년생 한동희가 그런 시기를 거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동희는 나이보다 더 점잖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다. 양 감독은 한동희가 앳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했다. 그는 “잘못한게 있더라도 머리 숙이고 ‘죄송합니다’하고 끝내면 되는데 본인이 너무 많은 걸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동희가 실수를 거듭하거나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의기소침하게 있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했다. 프로 2년차에 맞이한 주전의 무게가 컸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우리가 동희에게 이대호처럼 잘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부담이 큰 것 같다”고 했다.

KT와의 경기에서는 동갑내기 강백호를 예로 들기도 했다. 양 감독은 한동희에게 “백호를 보라,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느냐”고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다그치기도 어렵고 어르기만 할 수도 없다. 한동희 외에도 롯데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고 한동희 한 명만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동희는 양 감독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한동희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한동희에게 “네가 잘 해야 나도 잘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감독은 “성장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서 “많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