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요란스러운 외인 교체가 또 있을까.

롯데는 프런트와 현장의 부족한 역량을 자인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은 구단의 답답한 행보를 감수하고 대변해야 했다.

롯데가 외인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썼다. 10일 오전 "SK와 선수계약 양도 신청을 통해 브록 다익손(25)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오른팔 이두근 염좌로 재활 중인 제이크 톰슨(25)은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 타격이 부진한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28)도 교체한다. 주포지션은 3루수, 1루수로 소화할 수 있는 \'거포 기대주\' 제이콥 윌슨(29)을 영입한다. 올 시즌 워싱턴 산하 트리플A 팀 프레즈노 소속으로 타율 0.313·15홈런을 기록했다.

롯데의 외인 교체설과 영입전은 지난 한 주 동안 리그를 달군 이슈다. 리그 최하위로 증명한 야구 실력과 구단의 행정력이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외인 투수들이 부진하자 대만 리그에서 뛰고 있던 헨리 소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리그 1위 SK에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프런트의 추진력과 결단력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소사가 경쟁 팀과 교감이 깊어질 때까지도 기존 선수 교체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구단이 현재 처한 상황이 선수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안일했다. 영입전에서의 의도와 행보 자체가 간파당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 스카우트는 이전부터 대체 선수 물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몸값 상한선이 걸려 있기 때문에 이 지점은 모든 구단이 같은 조건이다. 결국 KBO리그에서 적응을 마친 다익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사를 두고 경쟁하던 SK가 방출한 선수다. 가능성이 제기되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자존심 대신 실리를 선택했다. 3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보여준 안정감을 믿었다.

이 선택은 당장 평가될 수 없다. 소사도 복귀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다익손은 반등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프런트와 현장 역량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며 입은 타격과 원인은 짚지 않을 수 없다.

톰슨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건 포수의 포구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진전이 없는 포수 육성 행보로 인해 스카우트팀의 안목은 정당한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 최하위로 떨어진 절박한 상황 탓에 부상이라는 평범한 변수에도 부산을 떨어야 해했다. 영입전에서 패한 상대가 버린 선수를 영입해야 할 만큼 말이다.

이런 상황은 보통 젊은 선수에게 기회다 해외 연수까지 보내며 성장을 유도한 윤성빈을 활용하려는 시도조차 주저하고 있다. \'최하위\'라는 숫자에만 매몰되 미래 대비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외인 교체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드러내려는 의도는 엿보인다. 명확하고 발전적 노선을 정하고 추진하는 모양새로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롯데는 막연한 기대감에 기댈 때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이 먼저다.

현장과 프런트의 엇박자도 여실히 드러났다. 소사 영입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양상문 감독은 침통한 심정을 갖추지 못했다. 평소와 달리 단호하게 말을 아꼈다. 무언의 시위이기도 했다. 다익손 영입설이 불거졌을 때는 마치 프런트 직원처럼 통상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웨이버 클레임을 걸 수 있는 마감일까지도 "다익손의 영입 결정과 성사됐을 때 방출할 선수를 정하지 않았다"며 구단의 행보를 대변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다익손의 영입 여부까지는 함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톰슨이 재발 가능성이 큰 부위에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자존심을 버리고 실리를 추가한 것이다. 그 당연한 얘기를 하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프런트의 부족한 행정력과 소통이 감독조차 옭아맸다고 볼 수 있다.

믿었던 주축 타자들의 기복이 예년보다 크고, 잠재력을 믿었던 마운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름값 높은 선수가 많지만 현실적으로 전력이 약하다. 문제는 10위라는 성적이 아니다. 참담한 결과를 수긍하게 하는 이런 행보들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내가 하고싶었던말 다 했네 ㅋㅋㅋ 참기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