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의 또 다른 공포는 여진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닥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진은 고용 시장에도 상당한 불확실성과 충격파를 던졌다. \'지진 피해→ 가동 중단(조업 감소)→ 잉여 노동→ 비용 절감→ 인원 정리\' 흐름에 따른 해고 러시 우려가 그렇다. 고용 약자인 파견 근로자를 필두로 한 해고 양상이 구체적이다. 

지진 이후 일본 재계는 고용 조정에 나섰다. 도요타자동차를 필두로 조업 차질을 경험한 자동차 업계의 파견 해고가 대표적이다. 일부 전기 메이커는 정규직까지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실제 도쿄는 물론 산업도시인 아이치현 등에서 대규모 파견 해고가 진행 중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열도 전역에서 실업자가 넘쳐흐를 것이란 지적도 많다. 한편에선 천재지변을 틈타 교묘하게 직원을 자르는 얌체 업체도 생겨났다. 지진 지역 3개 지자체 실업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후생성에 따르면 5월 중순까지 실업수당 신청자가 10만6000명에 달한다. 지진 이전(전년 동기)보다 2.4배 늘어난 수치다. 

도쿄·아이치현 등에서 대규모 파견 해고 진행 중 

\'마치코바(시내에 있는 소규모 공장)\' 분위기는 침울하다. 파견 사원을 상대로 하던 기숙사·식당·편의점 등은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일자리를 잃은 파견 근로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진 이후 유무형의 피해로 자택 대기령을 받은 파견 사원이 수두룩하다. 

말이 자택 대기지 실직과 다름없다. 대부분 1~3개월의 단기 계약자로 지진 전후(3월) 계약자라면 6월에 자동 해고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해고 권역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피해는 파견 근로에 한정되지 않는다. \'6월 위기\' 다음은 \'9월 위기\'다. 9월 위기는 반년 계약 중인 기간공의 대량 해고 위험이다. 그다음은 정규직 구조조정이다. 3개월이든 6개월이든 파견 해고야말로 연봉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고용 조정에 불과하다. 기대 효과가 별로다. 이 때문에 파견 해고는 정규직 구조조정의 전초전에 가깝다. 

실제 기업엔 고용 잉여감이 존재한다. 버블 시절 대량으로 채용된 40대 잉여 인원이 대표적이다. 숨어 지내며 무임승차를 즐기던 이들 잉여 근로자가 지진 이후 조업 중단 등으로 순식간에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소니·일본IBM 등이 정규직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다. 정규직 구조조정까지 포함하면 실업 규모는 사상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정규직은 해고 규제가 비교적 공고하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망은 별로다. 말로만 연대를 외칠 뿐 정책 차원의 근로 약자 보호 조치는 미미하다. 가령 후생성은 고용보험 실업급부 특례 조치를 만들어 지진 피해로 무급 휴업 실시 때 실업 급부를 제공했다. 단 이 경우는 직접 피해를 봤을 때다. 

계획 정전에 따른 휴업 등 2~3차 피해는 제외됐다. 긴급 고용 창출 사업 등도 있지만 고용 기간이 최장 1년에 불과해 보호 기능은 열악하다. 이 와중에 기업의 해외 이전 움직임은 또 다른 악재로 다가왔다. 공동화 현상에 따라 일자리를 둘러싼 취업 경쟁이 격화된다는 의미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재해 실업자가 45만~65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직접 피해를 포함한 전력 부족, 풍평(소문) 피해 등을 감안한 수치다. 15%의 전력 사용 제한이 적용될 여름에는 중소기업의 업적 악화, 비용 절감 차원의 비정규직 해고가 예상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