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16년 늦여름인걸로 기억한다

퇴근하고 지하철을 탄 후 수원역에서 내리고 집 앞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수원역 지하상가를 거쳐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와중이였다

병신 판붕이였으니까 퇴근길 내내 문피아 보고 있었고 아마 튜토어렵 보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 에스컬레이터 다 올라오고 나서 바로 앞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내 후드를 잡고 확 잡아당겼다

휘청거리면서 놀라 뒤돌아 봤는데 샌드카키 색의 아우터를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길거리에서 시비 걸린 적이 없는 병신찐따라 당연히 당황을 했고 잠깐 정적 뒤에 카키 남자가 지갑에서 공무원증 보여주면서 지금 에스컬레이터 타고 오면서 앞에 여자 몰카 찍지 않았냐고 추궁을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고개 쳐박고 웹소 보느라 앞에 여자가 있는 줄도 몰랐고 뭔소리냐고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는데 그 카키 남자는 자꾸 이러면 서로 가야된다고 협박했다

살면서 경찰서는 가본 적도 없으니까 존나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그럼 지금 내 폰 직접 확인 해보라고 하면서 내 폰 잠금 풀고 줬다

그 당시에 넷상에 별의별 병신 같은 사진들 저장해두는 습관이 있어서 자세히 설명 못할 사진들이 많았는데 일단 상황을 해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보여줬다

당연히 범죄사진은 없었고 그러니까 하는 말이 이거 다른 프로그램 써서 다른 곳에 사진 저장 되는거 아니냐고 되물었고 그래서 설치된 앱 목록이랑 핸드폰 내 모든 디렉토리를 확인 시켰다

그래도 이 카키 남자는 계속 의심하고 있고 이제 나는 공포감이 줄어들고 짜증이 슬슬 올라오길래 그럼 뭐 어떻게 해요라고 소리 한 번 크게 내니까 이번만 보내줄게요 하고 뒤돌아 갔다

잠깐을 넋 나가있다가 갑자기 부끄러움이 올라오길래 도망치듯 오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집으로 돌아갔었다

버스 타고 가는 동안 녹음을 했어야 했는데, 떳떳한데 큰 소리 좀 제대로 낼 걸 망상 딸딸이만 존나 쳤었다

그 사건 이후로 폰이나 워치를 통해 바로 녹음을 할 수 있게 설정 해뒀고 대놓고 보이기 부끄러운 사진들은 바로 클라우드에 저장해둔다
그리고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되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앞에 여자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다른 곳 응시하거나 딴청 피우는 병신같은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