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클로드의 가치......

‘파타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18:33:51
조회 94 추천 0 댓글 8
														


3fb2d32de0c678a06fb3daa658db343aa0ecaef43389efb1b22067


푸른빛의 이중성: 게오르그 트라클의 시에 나타난 아름다움과 몰락


책의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푸르스름한 기운. 민음사 세계시인선도 그렇지만, 트라클의 시에서 파란색은 도저히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이 파란색은 우수 어리면서 아름다운 색채이기도 하고, 죽은지 얼마 안 돼 "부드러운 시체"가 서서히 푸르딩딩하게 변해가는 끔찍한 색채이기도 하다. 푸른색에 대한 트라클의 이런 이중적인 시각은, 사실 전반적으로 트라클의 시상 전체를 요약하는 듯하다. 트라클이 그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이를 둘러싼 스산한 몰락의 예감이 그러한데, 자연 속의 푸른빛이 노발리스의 <푸른 꽃>처럼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를 상징하기도 하는 반면, 자연 속을 뚫고 나온 푸른빛은 이 부드럽고 따스한 세상을 에워싼 채 언제든 집어삼키려 하고 있는 불길한, 세상이 이미 멸망했다는 암시처럼 보인다.


트라클의 시에 나타나는 이러한 이중성은 그의 혼란스러운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적당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사랑을 받지는 못한 채 살았고, 누이동생에게 강한 친연성을 느꼈으며, 학창 시절부터 늘 상징주의 시인과 관념적인 것에 빠져 사는 괴짜였다. 트라클은 소위 저주받은 시인poète maudit이 되고 싶어 반쯤은 과시적으로 부르주아의 삶에서 일탈해 약물에 빠지고 시인의 삶을 살았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트라클의 시에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누이동생을 범했다는 죄책감은 그의 시에 나타나는 멸망과 쇠락에 대한 감정에 크게 일조했다.


트라클의 시 중 <헬리안>은 그의 시적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트라클 본인에게도 꽤나 뜻 깊은 시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는 이 시는 엘리엇의 <황무지>처럼 영적으로 황폐해진 세계를 돌아보고 있다. 풍요는 곧 찾아올 멸망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있고, 죽음과 나병으로 가득한 쇠락한 세상에서 영적인 구원 혹은 힘을 상징하는 헬리안은 그저 힘 없는 영혼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다가, 죽은 시체의 눈을 감겨줄 뿐이다. 이 정도의 영적 개입조차 다른 시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음울한 짐승이 노니는 와중에 들리는 초자연적인 누이의 목소리는 대체로 힘없기 그지없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존재는 이미 없거나, 있더래도 완전히 무력할 뿐이라는 현실 감각이 작용한 탓이리라.


그 현실 감각은 약물 중독이 더 심해지고 자살하는 해쯤에 쓴 <죽음의 일곱 노래>에서 더욱 강렬하게 드러난다. 아름다운 자연은 하나씩 죽어가며, 그를 보호해주는 것은 하나씩 점차 해체된다. 이미 스스로를 걸어다니는 시체로 여겨 집을 나서는 "시체 하나"는 "은결 반짝이는 강물"을 내려가는데, 그 정체는 시의 마지막 행에서야 드러난다. "은빛 구름으로 이루어진 양귀비". 그는 약물 이외에 자신과 함께 해줄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고, 이후 세계대전 중 의무병으로 90명 가량의 병사의 사지를-사망을 막기 위해-잘라야 할 상황을 앞두고 도저히 이를 버티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자살한다.


트라클의 비극적인 삶은 그의 시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아름다움과 몰락, 구원과 절망이 교차하는 그의 시는 20세기 초 유럽의 정신적 황폐함을 예견하고 있는 듯하다. 트라클의 시에서 우리는 세계대전의 참화를 예감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단순히 개인적인 고뇌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아픔을 예민하게 포착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트라클의 삶은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의 시에 나타난 푸른빛의 이중성은 우리 삶의 모순과 아이러니를 환기시키며, 우리로 하여금 존재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대충 감상 던져주고

한번 영어로 비평해보라고 하고 고치는 정도...

짧고 단순한 글이라 그건 그냥 잘하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6021051 닌쿠자 보고 우는 중 [2/1] 바보무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4 27 0
6021050 27인치 4k 144hz 모니터 ㄱㅊ은거 없나 [5] 도도가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3 20 0
6021049 오늘엄마한테 살짝 상처받음 [7] 분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3 55 0
6021048 나나오 다텐시짤 아쉬운거 [2]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3 26 0
6021046 팩트는 내 소설은 재밌다는거임. [2] 천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2 23 0
6021044 삶이란 남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1 9 0
6021043 흠근데 헬쿠폰4장이이게맞나 [4] ㅇㅇ(223.38) 02:01 27 0
6021042 아니 사실은 그냥 있는 척 하고 싶었던 거고 [2]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1 35 0
6021041 ㄴ 이녀석 보추임 ㅇㅇ(218.144) 02:01 8 0
6021040 이새끼들 dmz를 왜 들어가나했더니 [3] 설아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00 36 0
6021038 아진짜엘든링너무기다려지네 삐리릭빠바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9 10 0
6021037 형의 가슴에 안겨서 죽는다는거 진짜 미쳣네 [2]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9 66 0
6021036 근데 죄책감 들음 [12]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8 50 0
6021035 인간의 가장 심한 경향이 과거미화라는거임 [6] 위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7 48 0
6021034 아오 손심바 자짤 갖다버림 걍 [2]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6 39 0
6021033 난 글에 재능잇다고 생각해 [3] 김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6 30 0
6021032 판갤은 "인간의 끝없는 악의"가 없어서 좋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6 40 0
6021031 엘든링 들크 스포)메인보스 추억 연성 무기 좆되네ㅋㅋㅋㅋㅋ 삐리릭빠바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6 22 0
6021030 은하민이 웹소설 손심바라면 난 음악 손심바임.. [4] 고햐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6 37 0
6021029 닌쿠자 연출 미쳤네... 스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6 25 0
6021028 팩트는 다음화부터 방송씬을 써야된다는거임 [2] 천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5 24 0
6021027 영어로 네이밍하는걸아 한글로 네임이하는거 왤케 차이나지 [4] 엘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5 24 0
6021026 생동성알바라는거 해보고싶네 [1] 남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5 15 0
6021025 님ㄹ 모니터 하나살려느데 추천가능?? 도도가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5 6 0
6021024 악마 미소녀 vs 드래곤 미소녀… 뭐 선택? [1] 아니오아니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4 27 0
6021023 은하민 기어코 여장갤에 가게되다니 [1] 바보무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3 34 0
6021022 진짜로 글 딱 보면 재능있는지없는지 보이는데 [8]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3 63 0
6021021 조강현씨 때문에 타코 먹고싶네 크크 [1] 루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3 23 0
6021018 키 도 님 있나요??? 바보무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52 20 0
6021014 임산부생동성에 실수로 신청했는데 괜찮으니 오라고하면 [1] ㅇㅇ(218.144) 01:50 33 0
6021013 다크소울3 dlc 최종보수 ㄹㅇ 개빡세네 [3] 위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28 0
6021012 고양이그림그리기유토피아의 시대가 오면 나도 소설가가 될수있을텐데 [2]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27 0
6021010 워프레임 라이노 얘 간지나서 해보곤싶었는데ㄷ [6] 김태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24 0
6021009 팩트는 최신화를 40명이 봣는데 연중공지는 50명이봣단거임 [2] 김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47 0
6021008 시험끝나자마자 생동성 신청함 [1] 수구사응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21 0
6021007 근데진짜 몇년전까지만해도 판갤러글 << 떳나 못떳나 차이만잇지 [2] 고햐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9 38 0
6021006 글이란걸 쓸줄아는사람중에 퇴행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것이 얼마나 기쁜지 [2]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8 35 0
6021005 새벽만 되면 벼룩파리들이 포집기에 불타는 소리가 들려 [1] 바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8 19 0
6021003 방이 좁아서 컴퓨터 열이 방으로 확 퍼짐.. 화참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8 11 0
6021002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 이것도 좀 그럼 [1]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8 27 0
6021001 얼리버드 기상! 푼제리세이코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8 9 0
6021000 팩트는 나는 글을 잘쓴다는거임. [1] 천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24 0
6020999 저 야겜중독자 돼버렷음 [1] 고햐쿠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16 0
6020998 것보다 나 챌린지 작품 리세햇는데 봐주셈 [4] 김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25 0
6020997 손심바 << 이새끼를 자짤로쓰니까 정신에 악영향이 감 [2] 은하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42 0
6020996 팩트는 나한테는 글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재능이 없다는거임 [2] D4C서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7 29 0
6020994 이 게임 엄청 재밌다 [1] 판갤러(220.85) 01:46 22 0
6020993 글 쓰고 나서 뭔가 다시 생각해보니 잘못된 거 같네 [1] alemb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6 21 0
6020992 다시휴갤함. [1] 레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46 20 0
6020991 갑자기 너무 답답하네 ㅇㅇ(116.34) 01:45 7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