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애송이. 비록 꿈이지만 넌 나를 화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축하해."

쿠구구구구······!!!!

[12진법A: 인류는 왜 고대로부터 유일하게 이 부분을 퇴화하였는가?]

"보여주면 되잖아. 노력이고 재능이고,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바네인은 바로 특수능력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움직였다.

'온다······!!'

속도는 빠르지만 궤도는 단순하다. 에바스는 단련된 검사의 감각으로 이 자식이 공격할 방향을 포착하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 순간.

"어······!?

자신이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

쿠당탕탕탕탕탕!!

명치에 느껴지는 뒤늦은 고통. 맞았다. ······맞았다는 걸 알기도 전에 이미 맞았다!!

'이···이건 [빠르다] 수준이 아니야. 뭐, 뭐지!!'

"겁나나? 인지할 수 없는 고통이."

"······!!"

그 말에 에바스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돌격했다. 그러나 검을 휘두른 순간, 녀석은 그 궤도에 맞추어 옆으로 움직였다. 검은 이제 닿지도 않았다.

"공격력도 방어력도 속도도 그 어떤 것도, 지금 나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하지······알아먹겠어? 넌 10진법이고, 난 12진법이니까."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

"온다, 온다. 절대시간이 또 온다."

"뭐?"

에바스가 바네인의 말에 신경을 쓸 때 갑자기 시야가 또 바뀌었다. 어느새 그는 얼굴을 땅에 처박고 있었다.

'······!?'

이해할 수가 없다. 뭐지? 지금 뭐에 이렇게 당하고 있는 거지?

"네놈 뇌로 이해할 수가 없겠지. 아니, 10진법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겠지. 설명해주랴?"

"우욱······."

어지럽다. 어지럽다. 너무너무 어지럽다. 대체 뭐야?

"간단해. 너와 나의 '단위'가 다른 거야. 내가 10이라고 쓰면 너는 10으로 읽겠지. 하지만 나는 12로 읽어. 내가 100라고 쓰면 너는 100으로 읽겠지. 하지만 나는 144로 읽어."

10진법과 12진법 표기의 차이.

10진법의 10은 12진법으로 12다.

10진법의 100은 12진법으로 144다.

10진법의 1000은 12진법으로 1728이다.

표기된 숫자가 커질수록 점점 더 격차가 커진다. 그리고 10진법과 12진법의 괴리감도 커진다. 10의 경우에는 차이가 2. 100의 경우에는 차이가 44. 1000의 경우에는 차이가 728.

"그 차이만큼 너는 인식할 수가 없는 거야. [시간]과 [공간]상에서 나는 이 수치만큼 더 이득을 보는 거지. 왜냐고? 12진법을 쓰니까.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녀석이 검을 휘둘러도 자신은 여유롭게 피한다. 10진법이 인식할 수 없는 [공간]으로.

녀석이 검을 휘둘러도 자신은 여유롭게 피한다. 10진법이 인식할 수 없는 [시간]으로.

물론, 무한으로 능력이 발동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긴박한 전투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을 정도의 시공간은 있다.

"알아먹겠냐? 참고로 이건 이해가 가든 말든 상관없어. 알고도 대책이 없거든. 넌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10진법의 노예니까 말이야!!"

"무슨 개소리인지······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쿨럭."

"하아, 그래. 무식한 놈에게 설명을 해 봐야 내 성대낭비지."

기이이잉······.

바네인의 열두 손가락에 다시 빛이 모였다.

"끝내자. 인지할 수 없는 십이지광(未知十二指光)."

"······!!"

뭐야, 이대로 지는 건가? 이대로라면 지는 걸 인식조차 못하고 단숨에 지는 건가? 물론, 꿈이니까 현실의 자신이 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지는 건가?

정말로 저 자식 말대로, 절대로 넘어갈 수 없는 격차 앞에 지는 건가?

'넌 재능이 없어.'

"······!!!!!"

우주 최강의 검사는커녕,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인간일 뿐인가!!!!

"제기랄, 나도 뭐 하나 있으면 좋잖아!!! 왜 데쟈마리 자식만 그렇게 잘났어!!!"

에바스의 강렬한 외침이······.

[제2법칙A: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

어딘가에 닿았다.

"······!?"

나오라니까 나왔다. A급 개인 특수능력.

'뭐, 뭐야? 이거 뭐야!!'

에바스와 바네인은 둘 다 그 능력구슬을 입을 떡 벌리고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네인이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면서 외쳤다.

"고, 고작 내 꿈속의 상상의 존재 주제에 이 따위 능력까지 가져? 거, 거기다 능력이······."

물리법칙류의 특수능력. 바네인 플러스핑거는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아는 이 우주에서 가장 강한 개인 특수능력 2개가······물리법칙이었는데!! 저 자식 능력이 거기에 필적하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쿠오오오······!!!

에바스가 전과는 사뭇 다른 감각을 가지면서 서서히 일어섰다.

"아니지······그럴 리가. 어차피 너 따위는 내 12진법 밑으로 짓눌리게 되어 있어."

"그건 모르겠는데. 난 지금 질 것 같지가 않아."

슈웅!!

에바스가 대검을 한 번 허공에 휘둘러봤다. 다른 느낌. 다른 감촉.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라이, 능력이 생겼다고 뭐 어쩔 건데!! 이거나 먹어라!!"

아까 생성해둔 십이지광을 바네인은 지금 퍼부었다. 12개의 빛이 단숨에 에바스를 향해 달려왔다.

"······!!!"

파바바바바바!!!

엄청난 에너지가 대검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에바스는 그 찰나의 순간 무언가가 보였다. 힘의 흐름이었다.

'가속도의 방향······.'

세계의 흐름. 이 세계의 에너지들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에바스는 다시금 자신의 능력을 떠올렸다.

번쩍!!!

"······웃?"

바네인 플러스핑거의 십이지광을 에바스는 단숨에 하늘 저 멀리로 튕겨냈다.

'내 능력의 정체는······!!!'

[제2법칙A: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

······가속도의 방향 조종. 즉, 상대의 힘을 그대로 받아칠 수 있는 가공할만한 능력이었다.

"후,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그렇단 말이지. 그렇단 말이지!!! 이제 [힘]으로는 죽어도 밀리지 않는다!!"

이건 거의 [절대 반사] 수준의 능력. 아니, 거기다 자신의 힘까지 덧붙여서 튕겨낼 수 있는······사상 최강의 반격 능력!!

억지같지만 원래 그런 능력일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