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그럼 아즈텍이 사람 먹은 게 잘한 짓이란 거냐?

  그게 분명한 폭력이고 피지배집단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운 압제인 게 맞겠지만 그것과 지나간 역사에 대한 평가는 좀 다른 문제임. 과거사에 대한 평가를 해선 안 된다거나 하는 게 아예 무의미하단 말이 아니라, 현대인이 과거사를 해석하는 것에는 어쩔 수 없이 의도가 들어가고 또한 그 바탕에는 의도적으로 해석되어 내려온 방식들이 있음.

  나는 최근에 아즈텍 제국에 대한 일종의 수정주의적인 비난이 다분히 제국주의와 서구문명의 입장에 이입하기 편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예컨대 코르테스 이세계진입물 같은), 동시에 그런 이입은 21세기 체제의 정당화로, 야만과 대비되는 현대문명의 우월성을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이어졌음. 내가 아즈텍 욕하는 게 결정적으로 좆같아진 계기도, 그게 설령 문화적 차이일지리도 아즈텍은 문화적 차이에 의한 야만이며 우리는 야만세계가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거에 감사해야 한다~ 하는 사람을 봤기 때문인데

  이건 다분히 역사를 역사진보적인 관점에서, 과거 시대의 피해자들을 현재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인용하는 거라고 생각함. 첫 글에도 썼듯이 모든 체제에는 어차피 고유의 결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승리자인 21세기 서구문명의 입장에서 당시 아즈텍 치하의 패배자인 피지배•피식인 부족들을 인용하는 건 바르지 못하단 얘길 하려 했던 거임.

  21세기적 폭력과 야만은 정도가 덜하다 할지라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런 야만성은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들의 목록이나 과로사한 청소노동자의 부고와 같은 식으로 우리에게 드러남. 가끔은 돈을 벌기 위해 알바를 나간 친구가 산재로 다친 다음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치료비에 써야하는 경우도 생김. 과거사에 대한 역사진보적 입장에서의 비난은 이런 현대의 폭력을 희석하는 효과만을 낼 뿐, 결국 건설적인 비난은 아니란 거임.

  한편으로 이런 비난이 지나치게 대중화되면서 최근에는 남미쪽 전문연구자들에 대한 비난이나 트롤링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사람들 입장에서는 존나 난감할 거임....


1. 공장제 가축 이야기는 왜 나온 거냐?

  계속 얘기하지만 현대 사회의 결점 중 한 부분으로 언급한 것. 특별히 동물권 논의의 차원에서 언급한 게 아니라, 각 시대의 각 체제는 저마다의 결점이나 한계를 떠안고 있다는 거임. 그중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와닿을 예시가 그거라 생각하고.

  따라서 먼 미래의 어떤 체제가, 어떤 의미로는 여전히 야만적이지만 현대 문명과는 다른 방식으로 야만적인 체제가 공장제 축산 시스템을 비난한다고 생각해보셈. 순수하게 건설적인 비판이 아니라 일종의 프릭쇼나 미개한 야만족을 대하는 느낌으로. 그런 비난을 상상했을 때 순수하게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임.


2. 식인과 동물을 먹는 걸 동일하게 놓고 비교할 수 있나?

  애초에 예시자체를 딱히 동물권 때문에 든 건 아니긴 한데, 나는 이 점에서 일종의 현대적 윤리의 구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음.

  인간을 중심으로 히는 윤리, 인간이 척도가 되는 윤리가 정말로 보편적인가 아니면 근대의 정치철학적 구성물인가 하는 얘기는 길게 이어나가자면 끝이 없음. 다만 내가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인간중심적 윤리란 반드시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구성되는 것이란 말임. 그러니까 문화는 다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옳고 그름은 없다~ 하는 말이... 어느정도는 맞긴 한데, 요컨대 사회적 구성에 따라서는 동물을 섭취하는 게 식인만큼 끔찍한 행위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거임(육식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종교도 있잖음).

  따라서 그런 측면에서 볼때 인간이 윤리의 척도라는 관점을 나이브하게 적용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음. 어... 에... 어....



그리고

황올 사다리 하나 돌릴게

45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