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29년. 황해도 관찰사로부터 기근을 못 견딘 백성들이 인?육을 먹었다는 보고가 올라옴.

이를 들은 세종대마왕께서 형조[사법부]에 국문[심문]을 명하고 황해도로 조사단을 파견하심.

이에 조사단은 허위사실에 의한 해프닝으로 황급히 결론을 냈으나.. 과연 모두 허위사실이었을까?

<동부승지 이계전이 인?육을 먹은 것에 대한 처벌의 불가함을 아뢰다>

"해주(海州)는 여러 해 연거푸 흉년이 들어서 사람들의 사망율이 대개 5분의 1이나 되온즉, 그런 일이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헛말이 나는 것이 이치의 당연한 일이오니..."

『세종실록 119권, 세종 30년 1월 16일 계묘 1번째기사』

→ 위 기록으로 보아 인?육을 실제 먹었는지는 차치하고, 나라의 상황 자체가 인?육을 먹는 게 당연할 정도의 개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씨조선의 최전성기라는 세종 시기.. 도대체 조선의 백성들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인?육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놓였을까? 우리는 몇가지 기록으로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데..





① "굶주린 백성들이 이 흙을 파서 떡과 죽을 만들어 먹으매, 굶주림을 면하게 되었는데, 그 맛은 메밀[蕎麥] 음식과 비슷하였다"

『세종실록 19권, 세종 5년 3월 13일 갑오 6번째기사』


② "기근(飢饉)이 극심하여.. 늙은이와 어린이를 버린 것이 반드시 많을 것이다"

『세종실록 103권, 세종 26년 2월 19일 기해 1번째기사』


③ "해주 인민들이 흙을 파서 먹는 자가 무릇 30여 인이나 되었으며, 장연현(長淵縣)에서는 두 사람이 흙을 파서 먹다가 흙이 무너져 깔려 죽었다 하오나, 그렇게 대단한 기근은 아니었습니다."

『세종실록 104권, 세종 26년 4월 24일 계묘 2번째기사』



→ 백성들이 흙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 것도 모자라 어린아이를 내다 버릴 지경이었으며, 해주에서는 흙을 하도 파먹는 바람에 흙에 깔려 죽은 백성이 생겼는데 그마저도 대단한 기근은 아니었다고 함. 나는 옛날에 어른들이 심심하면 말씀하시던 "땅 파먹고 사냐"는 소리가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실제상황이었음ㅋ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당시 세종의 반응은 어땠을까?





ⓐ "고려(高麗) 5백 년 동안에 진실로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내가 덕스러운 정치로 백성에게 하여 준 것이 없고, 또 이러한 말이 있게 되니 마음에 심히 부끄럽다..."

『세종실록 119권, 세종 30년 1월 16일 계묘 1번째기사』



→ 아따 부유했던 코리아왕씨 500년 간 이런일이 없었는데 전주이씨로써 심히 부끄럽구먼..? 시..x ㅋㅋ



더 웃긴 건 이러한 세종의 발언이 그저 과거 시대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수사적 표현만은 아니었다는 것인데... 가령 실제 당시의 재정상황을 나타내는 자료들을 살펴보더라도 조선 최전성기라는 세종 시기의 국가재정은 고작 60만 석에 불과했으나 고려 전성기 때에는 개경의 태창이라는 창고에만 항시 300만 석의 미곡을 저장해 두었고(개경에는 태창 외에도 좌창, 우창, 용문창 등의 창고가 더 있었다고) 심지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고려 공양왕 시기의 국가 재정마저도 100만 석 규모는 되었다는 사실...

※ 참고로 조선 전기의 평균 재정은 20만 석이었음.

"우리 나라[조선]의 전성기(全盛期) 때에도 1년의 세수(稅收)가 양계(兩界)를 제외한 6도에서 받아들이는 쌀·콩·조가 겨우 23∼24만 석이었는데, 그 중에서 콩과 조를 빼고나면 쌀은 14만 석이 채 되지 않습니다. 중국 군사 2만 명이 1년 동안 먹는 양식에 대해 중국 승두(升斗)를 우리의 승두로 환산하여 계산하면, 1년 동안 필요한 쌀이 12만 석이나 되고... 종묘 사직의 제사도 궐(闕)하고 상공(上供)도 없애고 관원의 녹도 주지 않고서 온 나라의 전재(錢財)를 다 털어 오로지 중국 군사만을 먹인다 할지라도 지탱하기 어려운 형세입니다." 『선조실록 41권, 선조 26년 8월 10일 신묘 3번째기사』

한줄 요약: 조선의 태평성대가 정말 백성들에게도 태평성대가 맞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