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쓰고 나니 TS미소녀의 정신분석 얘기하면서 쓰고 싶었던 내용이 들어가버리네

이 이성애적 코미디란 게 내가 지금 TS물을 쓰는 가장 큰 이유 같은데 몰?루

  <한여름 밤의 꿈>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한 시기에 쓰인 셰익스피어의 초기작 중 하나로, 현대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 유사한 가벼운 분위기의 희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의한 비극과 파국을 다루었다면, 반대로 <한여름 밤의 꿈>은 사랑의 힘에 의해 갈라진 것들이 치유되며 결국에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코믹한 연애 극에 가까운 장면들이 여럿 있으며, 예컨대 꽃즙의 힘에 의해 라이샌더와 디미트리어스가 모두 헬레나에게 구애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 장면에서 헬레나는 화를 내며 말한다. ‘아, 염병할! 오, 빌어먹을! 이제 보니 둘이서 작당하고 날 조롱거리로 만드는군!’(윌리엄 셰익스피어, 박우수 역, <한여름 밤의 꿈>, 2019년, 열린책들. 이하의 인용들도 모두 해당 번역본의 번역을 따름.) 한편으로는 극중극 <젊은 피라모스와 그의 연인 티스베>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자체적으로 패러디하듯이 등장하며, 비극 속에서 엄숙하고 진지하게 다루어졌던 문제들을 하나의 웃음거리로 격하해버린다.

  주제적인 면에서 <한여름 밤의 꿈>은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남성의 가부장적 지배와 별개로 독해되기 어려울 듯하다. 시시어스 공작이 이지어스의 딸 허미아에게 하는 다음의 대사는 가부장적 지배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너에게 부친은 너를 아름답게 낳아 준 신과 같은 존재이니라. 그렇고말고, 부친에게 너는 그가 밀랍에 새겨 놓은 형상에 불과한 존재이니 그 형상을 보존하거나 아니면 지워 버릴 권한이 그 아비에게 있는 것이다.’ 또한 아마존의 정복자로서 시시어스 공작은 그곳의 여왕 히폴리타를 전리품으로 삼고 결혼을 위해 데려온다. 즉 <한여름 밤의 꿈>에서 치유되는 ‘갈라진 것’들이란 실제로는 남근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질서에서 벗어나 있는 것들, 절대적인 하나의 질서 하에 통합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다. 이것은 신의 지배-왕의 지배-가장의 지배가 단계적으로 이해되던 기독교의 이념 하에서는 진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도스토예프스키의 표현대로 신이 죽은 사회, 신이 죽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허용되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화합이란 일종의 코미디로 느껴진다.

  ㅠ따라서 다소간의 시대착오적 오류를 무릅쓰며 <한여름 밤의 꿈>을 독해한다면, 이것은 이성애적 세계의 코미디 측면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이해될 수 있다. ‘이성애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부 정신분석학자들의 극단적인 주장처럼, 이성애의 체계에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을지 모른다. 남성이 여성인 것을 소유하려 하고 여성은 ‘여성임’을 추구한다면, 여성의 ‘여성임’이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것(현실적으로 말한다면 여성의 ‘여성임’은 완벽할 수 없거나 일종의 특권이라는 점에서, 도식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그러한 ‘여성임’이 신적/가부장적 질서의 완전한 등가물일 수 없다는 점에서)인 이상 남성의 ‘여성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욕망은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불완전성으로부터 비롯되는 코미디와 간극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는가? 기독교에 호소하고 기독교의 체제를 ‘진실한’ 것으로 믿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은 기독교가 진실로써 주장되는 세계에서만 가능한 이성애적 코미디의 극복이다. 이런 방식의 극복은 오늘날 정상성에 대한 욕망이 로맨스 판타지나 주말드라마를 비롯한 장르 속에서 해소되는 방식을 떠올리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