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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첫대] 랜덤채팅의 그녀

남븝12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0 20:07:49
조회 53 추천 0 댓글 1

http://fangal.org/index.php?mid=freenovel&document_srl=622489


랜덤채팅에서 그녀를 만났다.
내가 16살일 때, 무료해 랜챗을 뒤적이다 그녀를 만났다.

랜챗을 해봤으면 알 것이다.
대부분 상대는 ㄵ을 치고, 답으로 ㅇㅈ가 나오지 않으면 칼같이 나간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ㄵ, 남자라는 초성을 치는 건.
남자, 좆의 숙주가 시사하는 바, "나는 섹스가 마려워요." 라는 함의가 담겨진 것만 같았다. 실제로 그렇고.
너무 빤하고 속보이지 않은가?

중딩이었던 나는 아다였고, 성욕에 미쳐 매일 딸쳤지만
그렇게까지 플러팅하고 싶지는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만나 섹스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녀와의 대화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안녕? 성적인 대화 말고 일반적인 대화하고 싶어.
그래.

그녀는 나와 동갑이었고, 여자였고, 공감대가 잘 맞았다.
랜챗을 너머 카톡에서까지 얘기는 이어졌다.
서로 온갖 얘기를 다했다. 많이. 정말 많이.

되돌아보면 그렇게 잘 맞진 않았다.
그녀는 연예를, 나는 소설을 주로 얘기했다.
서로 잘 모르는 분야였지만 그래, 그렇구나.
어떤 식으로든 얘기를 풀어놓고 공감해줄 상대가 있음에 좋았다.

16살의 겨울이 지나고, 17살이 되고 고등학교에 올라갔다.
나와 그녀는 고등학교를 얘기했다. 감상은 비슷했다.
새로운 교복, 새로운 사람들이 어색했고 학교가 싫었다.

카톡은 전화가 되었다.
매일 밤, 한두 시간씩 전화를 했다.
대화는 모든 주제로 흘러갔고 나는 그녀의 삶을, 그녀는 나의 삶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매일 그녀 생각을 했다. 단 한 순간도 그녀 없이는 삶이 이어지지 못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었다. 모든 마음을.

그러다 언젠가 내가 만나자 말했고 그녀는 긍정했다.
거리는 멀었다. 나는 서울, 그녀는 논산에 있었으니까.
무슨 상관일까. 난생 처음으로 고속버스를 끊었다.

논산은 육군훈련소가 있는 곳이라는 감상밖에 없었다.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더 촌이었다. 논산터미널은 작고 후줄근했다.

매표소에 서서 그녀를 기다렸다.
사실 그렇게 좋아한다 말했지만 그녀의 생김새를 몰랐다.
그녀는 한사코 사진을 보내길 거부했고 그래서 나는 내 사진만 보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냥 그녀가 좋았다.
어렸던 날, 어린 감정은 그렇게 작동했다.

어떤 여자애가 다가와 내 이름을 말했다. 그녀는 내가 맞냐고 물었다.
나는 맞다고 말했다. 그녀는 예쁘진 않았다. 못봐줄 외모는 아니었고 그냥 조금 통통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여자애였다.
적어도 그녀의 외견으로부터 실망하지 않았다. 그녀가 좋았다.

어색하게 손을 맞잡고 식당엘 갔다.
나는 우동을 먹었고, 그녀는 라면을 먹었다.
우동은 정말로 맛이 없었다.

노래방에 가서 어떤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모두 끊겼을 때, 정적 속에서 멍청한 색감의 노래방 빛이 그녀를 비췄다.
시선이 맞닿았고 분위기에 꼴려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짧은 키스 후에 그녀는 첫키스라고 말했다.
나도 처음이었다. 첫키스는 팝콘 맛이 났다. 노래방에는 팝콘이 있었다.

키스가 좋았다. 입술의 감촉이, 혀의 형태가.
그것이 좋아 또 미친 듯 몇 분이고 몇 분이고 키스를 했다.
노래방 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키스하며 몸을 더듬었는데 저항하지 않았다.
몸은 말랑했고 나는 더 바랐다.
그러나 그녀는 섹스는 싫다고 했다. 부끄럽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래, 이해할 수 있어.
나와서 영화를 한 편 보고,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얘기를 하고,
건물 계단에서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버스를 탔다.
버스가 떠나갈 때까지 그녀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만남 이후로 더욱 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더 자주 카톡하고, 더 길게 전화했다.

사귀는 사인가? 모르겠다. 그냥….
누구도 사귀자고 말하지 않았다. 남친과 여친 같은 말은 주워섬기지 않았다.
사귀자고 말하긴 조금 어색했다. 거리가 있고 고작 한 번 만났을 뿐이니까.

그녀의 감상은 모르겠다. 그녀에게 우리 사귀는 거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단 한 번도.
혹시 안좋은 말이 나올까 무서웠다.
다만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한다 말했다.

또 한 번의 만남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서울로 왔다.
없는 돈을 털어 그녀를 애슐리에 데려갔다.
그때나 지금이나 애슐리는 별로 맛이 없다. 없는 돈에 적당히 형식 잡힌 곳이 그곳뿐이었다.
음식보다는 그녀와의 만남이 좋았다.

노래방에서 키스했고 이번엔 그녀가 자지를 빨아줬다.
정말 서툴렀다. 별 느낌도 안나고 간지럽기만 했지만 아무래도 좋다.
그냥, 여자애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내 자지를 빨아준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녀의 머릿결 감촉을, 올려다보는 시선을 기억한다.

그녀의 입으로 싸진 못했다.
그녀의 손으로 사정에 가깝에 다다랐고, 싸는 시점에 먹어달라 부탁했다.
그녀는 먹어줬고 정말 맛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시 키스, 남아있던 정액 맛이 났다.
그녀 말이 맞았다. 비렸고, 끈적했고, 맛이 없었다.

그때도 그녀는 섹스는 싫다고 했다. 있다가. 조금 더 친해지면.
저녁이 되어 빠이했고, 너무나 행복했던 만남….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후로 소원해져 그냥,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왜 싸웠는진 모르겠다. 그녀와의 일들은 굉장히 명징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싸운 이유만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잊으려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 그래서일까, 정말로 잊었다.

연락하지 않고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죽을만큼 울었다. 눈물이 나오지 않을만큼.
몇 달을 혼이 빠진 듯 지냈다. 살이 빠졌고 성적이 떨어졌고 주변에서 무슨 일 있냐고 많이들 물어봤다.
그저 얕게 웃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이별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하려면 그녀와의 사이 전반을 말해야 하는데,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많이 사랑하는만큼 헤어짐이 힘들다는 것을.

이후로 만난 사람들 중에서 랜챗에서 만났던 그녀만큼 마음을 준 사람이 없다.
이후의 사랑에는 여지를 남겼다. 그래야 헤어질 때 덜 아프니까.
위안받지 못해도 상처 받을 일이 없어 좋았다.

고작해야 랜선의 인연이다.
정식으로 사귀었던 것도 아니고, 두 번의 만남과 헤어짐일 뿐이다.
그러나 그때의 감정과 기억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내 일부를 이룰만큼.

시간이 지나 스무 살의 언젠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임을 알았다.
잘 지내냐는 물음, 서로 잘 지내고 있다는 인사.
안녕을 말했고 끝.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만남으로부터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그녀의 이름을, 얼굴을, 번호를 기억한다.
이따금 그녀의 카톡 프사를 뒤적이며 옛 감상에 잠긴다.

*

실화다.
첫사랑을 주제로 고민을 조금 했다.
이 썰을 적을까, 아니면 정말로 제대로 사귀고 헤어진 썰을 적을까 사이에서.
그래도 이걸 적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군가 첫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랜챗에서 만난 그녀가 생각나기에.

지금 시점으로 보면 멍청한 잼민이의 맹목적인 사랑인데,
그땐 그게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어릴 때에만 가질 수 있는 좁은 관념과 풋풋함이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마음을 주었던 상대였다.

어렸기에 가능했던 첫사랑은 그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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