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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첫대] 나와 절친과 소꿉친구가 삼각관계로 행복한 건 무리무리!

김우무문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06 11:10:24
조회 166 추천 3 댓글 4
														

지론을 말해보자면, 세상에 생물학적 성별이 둘밖에 없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번호의 앞자리 숫자가 3, 혹은 4. 염색체가 XX, 또는 XY. 달려있든가 아니든가. 얼마나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가.

나는 호모섹슈얼 안드로진 에이섹슈얼이니, 아파치 공격헬기니, 페도필리아 엠브리오 투디다이스키 따위의 괴상한 용어들이 싫다. 그런 것들은 사랑을 복잡하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네가 아냐."

그리고 내 연애사는 더 복잡해지지 않아도 충분히 끔찍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연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도 침울한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연이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고선 웅얼거렸다.

"물론 너도 좋은 친구야. 앞으로도 그러면 좋겠어. 그러니까, 널 속이기는 싫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연우야."

나는 그만 끔찍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단순한 연애사의 실패 때문에 드는 감정이 아니었다.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고, 그냥 혼란스러웠다.

한 번이라도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지'라는 생각을 해봤다면 나를 이해할 것이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현실이 불길한 직감의 전철을 밟아갈 때. 그리고 끝끝내 상황이 예상했던 파국에 도달했을 때. 이런 기분이 든다.

나는 품에서 편지지 한 장을 꺼내들었다. 아기자기한 스티커까지 붙은 귀여운 모양새였다.

"이건 러브레터야. 굳이 내용을 읽지는 않을게."

"주지 마. 네가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어."

"설명이 부족한 것 같은데, 이건 내게 온 편지야."

아연이가 내 얼굴을 힐긋거렸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뒷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연우가, 내게, 보내온."

"..."

직후 아연이의 표정은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미묘하게 변했다.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이 각기 다른 말을 하려는 것처럼 입꼬리가 움찔거리더니, 아연이는 내 심정과 똑같은 소리를 뱉어냈다.

"으엑."

나는 그녀에게 차였다는 사실조차 잠깐 잊어버리고 동질감을 느껴버렸다. 으엑. 어쩌면 내가 느끼는 기분은 그 단어 하나로 종결될지도 몰랐다.

삼각관계. 갑자기 삼각관계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 남자를 두 여자가 좋아한다. 한 여자를 두 남자가 사랑한다. 하지만 틀렸다. 그런 단순한 건 삼각관계가 아니었다. 기껏해봤자 V자 관계지.

이렇게 어린이를 위한 가위 바위 보 도식처럼. 수요일날에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의 상징처럼. MC에셔의 착시나 제 꼬리를 문 뱀처럼, 보는 사람과 그 속의 것들을 모조리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것이 진정한 삼각관계였다.

"연우는 날 좋아하고 있어."

"거, 거짓말이야! 연우가 게이일 리가 없잖아. 내가 옆에서 봐온 시간이 얼마인데. 연우는 게이가 아니라고...!"

"아연이 말이 맞아. 나는 게이가 아니야."

등 뒤에서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귓가까지 내려오는 단발에 나보다 한 뼘만큼 작은 키. 연우가 쑥스러운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까지다 똥꼬충. 미안하지만 더 이상 접근하지 마."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어떻게 남의 순정을 깎아내릴 수가 있어?!"

아연이가 흥분한 채로 소리쳤다. 나도 순정을 짓밟힌 처지로써 할 말은 있었으나, 생각해보니 입 밖으로 꺼내봤자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았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는듯이 연우가 쥐어박고싶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괄약근에 환상통을 느끼고서 뒷걸음질쳤다.

"믿어줘. 정말 나는 게이가 아니야."

"게이가 할 법한 소리로군."

"너, 진짜─!"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자신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벨트가 풀리면서 짤랑거리고, 나는 경악했다. 주먹을 꽉 쥐고서 내게 오던 아연이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눈을 가렸다.

"이 미친 자식! 결국은 범죄자의 길을 걷는구나!"

"기다려 봐. 보여줄 게 있으니까."

"아흐아악!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아!"

풀썩. 사형장의 단두대처럼 연우의 바지가 내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은 속옷. 유명 브랜드의, 여성용 속옷이었다.

아연이는 이 모든 것이 나쁜 꿈이라 믿고 싶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거울을 보았다면 나 역시 비스무리한 모습이 아닐까.

"나는 남자가 아니야. 그러니까 남자를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는 않잖아?"

단지 시야에 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오염될 것 같은 기분이라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한때는 친구였던 자가 저런 괴물이 됐다니. 참혹한 심정이었다.

"나, 나, 나, 나는... 그러니까, 여, 여러가지 사람을 존중하지만... 그치만..."

안타깝게도 아연이의 정신은 이 모든 것을 감당치 못한듯했다. 나는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뒤돌아섰다.

"잠깐! 뭔가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나는 생물학적으로도 남자가 아니란 말이야!"

"인생의 비참함이란."

"증명할게!"

나는 뒤돌아서서 도망치려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다시 한 번, 천이 슥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 무슨 짓을 한거냐?"

"직접 봐서 확인해."

쉴 새 없이 중얼대던 아연이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홀린듯이 연우의 모습을 확인했다.

귓가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 여성의 굴곡은 찾아볼 수 없지만, 남성적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몸매. 발목까지 내린 바지와 속옷. 그리고 드러난 사타구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마네킹의 국부처럼, 연우의 허벅지 사이에는 그저 매끈한 살갗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체질이 특이해. 사귀는 사람에 따라서 성이 바뀌어."

"무슨...!"

무슨 흰동가리라도 되는거냐. 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연우가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한 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아. 나는, 널 위해서만 여자가 될거야!"

이 시점에서 공포와 두려움이 내 몸을 잠식했다. 나는 대꾸할 의지조차 꺾인 채로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아연이는. 아아, 불쌍한 아연이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는지 연우를 향해 다가섰다.

"네 마음 잘 알겠어. 연우야. 예전부터 비밀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럴 줄이야."

"...너만은 날 이해해주는구나."

"하지만 양보 못해."

아연이가 손가락을 쭉 피고서 삿대질했다.

"주변 사람들에 따라 성별이 바뀐다고? 그럼, 내가 남자로 만들어줄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날 좋아하게 될거야...!"

"나는 아연이 널 사랑하지 않아! 그렇게 억지를 부려서 뭘 어쩌겠다는거야?!"

"내기를 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나는 스스로 내뱉은 말에 놀라 흠칫 몸을 떨었다.

"앞으로 1년. 연우가 아연이에게 반한다면 남자가 되겠지. 그렇다면 아연. 네 승리가 되는거야."

"반대로 네가 연우에게 넘어가면?"

"..."

"내가 이기는 거네."

연우가 날 대신해서 대답했다.

우리 셋 모두 직감하고 있었다.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걸.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연우, 아연이는 바꿀 수 없는 친구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부극의 삼자대치나 다름없다. 여기서 나가떨어진 사람에게는 사랑도 우정도 남지 않는다.

"좋아. 난 찬성이야. 연우도 불만없지?"

"남은 건 이 방법밖에 없겠지. 공평해."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사실, 연우나 아연이는 내 제안을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테다.

연우와 아연이가 사귄다면 아연이의 승리다.

연우와 내가 사귄다면 연우의 승리다.

그렇다면 내 승리는? 나는 어느쪽이든 연애의 패배자가 되거나 똥꼬충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내 승리 조건은 연우에게 달려있지 않다.

연우가 내게 정을 떼고, 아연이를 반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의 승리 조건.

"그러면, 아무도 불만이 없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똥꼬충이 되지는 않겠다.

무슨 수가 있어도, 아연이를 홀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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