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오늘 이 반성문에서 어떤 특별한 종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판사님! 자고로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랑의 형태가 있으며, 그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어린아이를 향한 사랑은 가장 원초적 형태의 사랑인 것입니다. 저 카톨릭의 성자 요한 돈 보스코는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기 충분합니다' 는 말을 남겼고, 지쟈스 그리스도 역시 '너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지 않으면 천국에 들지 못하리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작금, 저는 바로 그 사랑이 죄라 하여 역경에 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의 죄목은 바로 사랑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한 것이 저의 죄입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정녕 판사님께서는 단 한 범도 길가의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 적 없으십니까? 단 한 번도 그 아이들의 사랑스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싶다 느끼신 적 없느냐 그 말입니다. 오오, 단언컨데, 만일 그러한 이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 자야말로 냉혈한이며 사이코 패스이고 예비 범죄자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는 유죄인데, 사랑없는 자는 무죄라니! 도대체 어찌된 세상입니까!

판사님! 우리의 빛나는 전통을 참작해주십시오. 당장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열살을 넘기면 지아비가 되었고 지어미가 되었습니다. 타락한 현대 자본주의 문명이 그 유구한 전통을 이미 파괴했을지라도, 오오, 우리는 그 안의 사랑만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진정으로 반성합니다. 이 메마른 세상에 가장 숭고하고 순수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보다 일찍부터 뿌리지 못하였음을! 빛나는 선조들의 조혼 전통을 서구 근대 문명의 작위적인 법제에 팔아먹은 일을! 판사님, 그것이 저의 진정한 죄입니다. 사랑을 지키지 못한 제가 죄인입니다!

오라, 준엄한 법의 심판이여! 판사님, 저는 법의 천칭 앞에서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 그것은 오직 사랑! 에로스! 아가페! 필리아! 그러니 판사님, 만일 정녕 저를 벌하려 하신다면, 그것은 법의 이름이 아닌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판사님, 유감스럽게도 판사님께서는 제게 어떤 사랑의 벌도 내리실 수 없습니다. 설령 판사님께서 제게 촛농을 흘리고 채찍질을 하신다 해도 저는 그 행위에서 어떠한 사랑도 느끼지 못할 것인즉, 그는 저의 사랑이 오직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들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판사님, 판사님에게 제게 행하실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형태, 그것은 오직 용서 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판사님? 이것이 판사님께서 저를 용서하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용서! 그것만이 판사님께서 제게 사랑의 이름으로 선고하실 수 있는 유일한 형벌인 것입니다.

판사님. 저는 제 죄를 알고 있으며, 그러므로 겸허히 판사님께서 내릴 벌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용서라는 이름의 처벌을. 아울러, 사회봉사를 선고하실 거라면 인근 유치원이나 보육원으로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할 것입니다. 아디오스. 이만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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