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비효율적인 무기체계라도,

'그 무기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과 빈번하게 마주하는 상황이라면

제아무리 돈 많이 들고 쓸모가 없는 거라도 조낸 끈덕지게 살아남는 경향이 있음.

왜냐하면 대안이 없고,

'그거 영 효율이 딸리니까 니들 몸으로 때우세요' 같은 소리를 할 수는 없는 거니까.

현대의 예시를 들자면, 교전거리가 엄청 벌어진 지금도

'새 쫓기'와 '도어 브리칭' 용도로 산탄총이 아직도 끈덕지게 군대에서 살아남은 거라던가.

2차 세계대전기의 기괴한 퍼니전차들이라던가.

이게 다용도로 쓸모 있고 괜찮은 화력을 지원해주고 가성비가 좋아서 살아남은 게 아니잖음.

그냥 얘들이 수행하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이 필요해서 살아남은 거지.

신기전도 같은 카테고리라고 생각함.

말박이 기병들이랑 기병으로든 보병으로든 맞딜을 하는 거 자체가

조선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출혈(군인은 머릿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원이다)일 수밖에 없는데,

원거리에서 말박이들을 쫓아낼 수 있으면서, 걍 당파 위에 얹어서도 쏠 수 있는 휴대하기 편한 무기체계라고 하는 건

그 가격이 얼마나 됐건, 전략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거지.

효율은 후대에서나 보이는 개념이고,

그 시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이거 없었음 어쩔 뻔했냐'에 가깝게 바라봤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