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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종착역 등산여행모바일에서 작성

(223.62) 2016.10.24 20:34:48
조회 1049 추천 19 댓글 10




















현실이 답답할 때마다 등산 자주 하는 젊은이입니다.
가장 가까운 역인 수원역에서 현실도피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1호선 광운대행 기차에 올라가 막차를 타고 결국 종착역인 소요산까지 가버렸습니다. 저번에도 비슷한 짓 했는데 그땐 도봉산역에서 내려서 정상찍고 돌아왔습니다.
소요산역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좀 넘은 상태였습니다.
소요산 입구에 발을 디디며 무조건 정상에 가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자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그땐 좀 무모했는게 일출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그냥 천천히 걸어가면 적어도 일출 전에 정상에 도착하겠지 하는 마음가짐 이었습니다. 하지만 전 집을 뛰쳐나오듯 나온터라 가진거라곤 버스 카드와 노스페이스 가방, 맨발에 샌들, 청바지와 후드긴팔 이었습니다. 적어도 개념은 있어서인지 입구 편의점에서 따뜻한 캔커피 한캔 마시고 초콜릿 하나 사서 올라갔습니다.

전 길을 한번 잃었습니다. 플래시 안키면 눈 감은거랑 똑같았어요. 20퍼센트인 휴대폰 배터리의 플래시에 의지한채 처음 가보는 야산등반을 하자니 시야가 극도로 좁았습니다. 바람에 낙엽이 스치는 소리만 들어도 식은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금방이라도 멧돼지가 튀어나올것 같아서 입니다. 길인줄 알고 갔던 길이 경사가 45도 이상으로 높아지길래 이곳은 길이라도 지금 가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시 내려가려니 거의 낭떠러지 수준으로 느껴졌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길을 찾으니 불빛에 반사되는 구조물을 찾았고 그쪽이 제대로 된 길이었습니다. 그쪽을 따라 올라가니 중간중간 낙석주의 표지판이 나오는데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후반엔 긴장을 너무 했던탓인지 너무 힘들었고  답답했던 현실 생각이 덮쳐오는바람에 헛구역질을 여러번 했습니다. 그리고 고생끝에 정상에 올라가서 동두천의 야경을 내려다보는데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쁜것도 잠시, 그때 시각은 새벽 3시였습니다. 바람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소용돌이치고 땀은 식어버려서 굉장히 추웠습니다. 일출 시간을 검색해보니 6시 반이었고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버킬지 생각하니 굉장히 막먹했지만 집을 나왔던 이유를 생각하니 추위의 고통마저 달콤했습니다. 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일출을 보겟다는 의지로 버티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배터리는 방전되었고 이 시간에 내려가면 더 위험할것 같았습니다.
저는 정상의 바위틈에 껴서 바람을 막으려고도 해봤고 맨발을 가방속에 집어넣어봤지만 추웠습니다. 1초가 지옥 같았습니다.
낙옆을 덮고 누워도 봤지만 바람에 다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낙엽을 끌어안고 엎드려 있는것이 그나마 가장 나았습니다. 발은 가방안에 낳은 상태로요.
시간이 흘러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6시반쯤 되었나 한 등산복 차림의 어르신이 도착했습니다. 제 몰골을 보고 놀라시는 눈치였습니다. 일출 시간을 여쭤보니 오늘은 날이 흐려서 해가 안뜬답니다. 시발 전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인상깊은 경험이었으므로 후회는 없습니다. 또 고단했던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고 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한단계 성장한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가끔 현실을 떠나 멀리 등산을 가 보십시오. 바뀌지 않는 현실에 머무는 것보단 약간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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