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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썰] 백두대간 실패기 하

약수터(210.205) 2011.12.21 15:36:13
조회 390 추천 2 댓글 11

춥고 먹은게 부실하니 자꾸만 잠이 깬다. 이제 새벽 3시쯤 됐겠지 하고 시계를 봤는데 아직 12시 밖에 안되었을때의 그 절망감과 다가올 고통에 대한 공포.....
...힘든 밤이 지나고 황학산(?) 오른쪽으로 하산을 감행한다.
근데 어휴 여기....장난 아니다. 지름 20cm가 넘을 참나무(?)들이 촘촘히 서 있고 그 사이를 덩쿨들이 빈틈없이 메꾸고... 마지막 비상수단으로 골치기도 하고 그러며 내려갔다.

 산아래 마을 윗자락 과수원이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나무에 자두가 주렁주렁...
워낙 배고프니 남의 것이라는 생각에 앞서 허겁지겁 손이 간다. 이틀? 3일? 좌우지간 미숫가루와 마가린 고추장볶음과 분유로 때우며 왔으니....
근데 "야 너 뭐꼬!!"하는 호통이 터져 나온다.
뒤돌아 보니 우비에 장화를 신은 농부가 손에 기다란 괭이라 그러나? 물길 트는것. 들고 째려보고 서있다.
아 네 죄송...! 근데 이 ㅅㅋ가 더 방방뜬다. ㅇㅇㅆ ㄱㅁㅎㄹ  ㅇㄱ ㅈㅇㄺ ㅃㅇㅆㄴ  나도 노려보고 서있으니 이게 후다닥 마을로 뛴다.
 청바지에 군화,  몰골도 산거지에 흉칙하게 생긴놈이 눈빛만 번쩍거리니 미친놈인줄 안 듯....
나도 약간 망설이다 천천히 마을로 따라 내려간다.

한 10여호나 될까? 산골 외진마을치곤 제법 규모가 있다. 경운기 길도 잘 나있고...
비를 맞으며 마을 안에 들어서니 정자나무아래 네댓명의 농부가 흉흉한 자세로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방자 놈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고민하듯....
여기서 마찰이 일어나면 안된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로 봐서 거수자로 이미 신고가 들어 갈 수도 있는 상황, 그중 나이 많은 분과 대화를 나눈다.
대학생인데 산길을 잘 못 들어 어쩌고.... 옆에선 자두밭 주인 농부가 계속 앵앵댄다. ㅆㄱㄴ...
갑자기 사람들이 길을 벌리며 4`50대 듬직한 남자와 아들인듯한 청년이 온다. 이 마을 새마을 지도자인듯...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잘 마무리돼 그 마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아 그 정자나무 옆에 창고같은 허름한 점빵에서 쌀은 없다기에 소주와 라면 다섯개와 계란 10개를 샀다.

지도자가 알려준대로 산위에서 보였던 저수지옆에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인다. 라면 3개에 계란 다섯개를 넣고 그걸 꾸역꾸역 먹는 모습을 보더니,
옆에 따라온 아들이 쌀이 없냐고 물어보더니 지 집에 가서 밥과 김치 낚시대를 갖고왔다. 그리고 수학책도....
보니 고등학생이고 화랑도라고 하는 무술 우단자란다.
여기서 텐트를 친 이유는 돈이 떨어져서다. 어떻게 된건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집으로 전보를 쳐서 우체국 온라인 송금하라고 하고 며칠 있을 생각이었다.
여기 주소는 지금도 기억난다. ㄱㅂ ㄱㄴㄱ ㄷㅎㅁ ㄷㅈㄹ ㄷㅅ.....
아들과 나란히 앉아 비오는 저수지에 낚시대를 담그고 매운탕 끓여먹으니 이거 참 기똥차다.

그냥 몇사람 안보고 이런 특징을 잡아낸다는것은 일반화의 오류가 크겠지만, 전라도 사람들은 얼굴 윤곽이 고아하고 기품이 있어보인다. 경상도 사람들은 눈이 또릿또릿하고 영리해 보인다.  
전라도 사람들은 유도나 태권도등 정통적인 것에 집중하고 경상도 사람들은 뫄한머루나 야라와, 화랑도등 신흥무술에 관심이 많다. 전라도는 기독교쪽이고 경상도는 불교쪽인듯 하다.
그리고 전라북도,경상북도는 말이 나긋나긋하고 부드럽고 전라남도,경상남도는 말이 강하고 딱딱 부러진다.
그냥 얘와 이런얘기 저런 얘기 하다보니 이 친구가 나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아마도 "혹시 크로마뇽인이 나포되어 어느집 머슴살이하다 탈출..."했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학생증은 그냥 길거리에서 줏은거고 읽는 책이야 가짜 대학생이 뭐~~하면서....
깊어가는 밤에 빗속에 고기 낚아 매운탕에 밥먹고 소주먹고 그러니 흥에 돋아 " 야 니 수학책 가져와" 그래본다.
문과 미적분학!!?? 그까이것 슥슥슥 풀어주니 애가 눈이 휘동그래진다. 마치 "혹성탈출"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이 말하는 원숭이들을 처음 본 모습을 상상하면 되겠다...
ㅋㅋ 짜식이....그래도 내가 왕년엔  전국구 랭킹도 있는 사람인데....
원래 제대하곤 문장 5형식 8품사 인수분해 암껏도 못했는데, 술한잔 들어가니 미적분이 술술술 풀린다.
부드럽고 나긋한 어투로  수학 강의를 해주니 애가 미칠려한다.
 생각해보라 투박한 머슴같이 생긴 산거지가 지 학교 선생보다도 쉽게문제를 풀고 술냄새 풀풀 풍기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설명해 주는데 제 정신이 들지...

하긴 나도 미치것다.
대간 탄다고 간 놈이 저수지에서 낚시하며 술먹고 수학문제 설명해 주다니.... 내 20대 시절은 항상 이 모양이다ㅠㅠㅠㅠㅠ

컴컴한 새벽에 텐트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끼며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내 평생 잊지못할 추억으로....
다음날 아들이 집에 돌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지도자 동지께서 동부인 하시고 먹을것 잔뜩 들고 훤한 얼굴로 웃으며 텐트까지 찾아오셨다.
며칠 자기 집에 거하라는 말씀과 함께.... 그냥 난 이대로가 좋아서 사양하고 며칠간 들고 간 책 노자의 도덕경이나 읽고 주변 산 어슬렁 거리며 아들 공부 좀 봐 주고는 훌쩍 떠났다.
집에 들어가긴 쪽 팔려서 그냥 유람하면서... 서해안 일주였나? 아 그건 고교때였나? 좌우지간  뭐 그런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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