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뭐 들고 다니는걸 거추장스러워 하는 편이라
그 동안 스틱을 사 말어 사 말어 하면서 망설이면서 등갤만 눈팅하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전반기에 여행을 다녀 오느라 산을 못 갔고
근래에 들어 원점 회귀 산행으로 근처에 있는 2시간짜리 수암봉만 매주 올라다니다가
수리산 종주를 한 번 해 볼까? 하고 수암봉에서 관모봉까지 종주를 해 봤는데
이 코스가 한 4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입니다.
병목안에서 병목안으로 돌아오는 풀 코스로 잡으면 6시간 정도 걸리지요.

저 같이 저질체력을 가진 대부분의 분들이라면 등산시작 후 2-3시간 사이 정도가 되면 육체적 피로가 느껴집니다.
특히 봉우리 하나 올라서 조금 휴식 하고 다시 출발하고 다음이나 다다음 봉우리의 중턱 쯤 올라가면 급 후달리면서 올라가기 싫어지죠.
처음 산행에서는 공식 그대로 수암봉에서 슬기봉(군부대가 있지만 슬기봉 근처라고 칩시다.)지나
군용도로 지나 태을봉 중턱에서 그랬습니다 불과 정상 200m여를 남겨 두고 털썩 주저 앉아서 20분이나 휴식을 취했지요.
저는 평소 40-5-40-5-30-5-30-5... 이렇게 산행을 합니다. 

하지만 스틱을 잡고 올라간 두 번째 산행에서는 태을봉까지 큰 피로감 없이 쑥 올라가지더군요.
그러면서 \'아, 스틱사길 잘한거 같아...\' 하는 뿌듯함이 밀려 오네요. 그리고 개운한 이튿날 아침.


스틱을 사니 달라진 점. 

1. 2-3시간 이상의 중장거리 산행에서 체력을 아껴주고 육체적 피로감을 덜어준다.

2. 등산 속도가 좀 빨라졌다. (단, 스틱 미숙으로 하산 속도는 좀 느려졌다. 대신 급히 내려오는 걸 막아 주기에 사고 예방)

3. 하체로 쏠리는 운동에너지를 상체로 분산시켜서 산행 다음날 다리에 알이 배기거나 무릎이 아파서 꼼짝 못하는 일이 없어졌다.

4. 스텝이 차분해졌다. (성급하게 산에 오르는 분들이야말로 스틱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할 듯. ) 
 

하지만 불편한 점으로 꼽으라면

역시 스틱을 잘못 휘두름으로 해서 주위 등산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
가방에 스틱 고리가 없으면 매달고 다니기가 조금 불편하다는 것.

스틱 좋습니다. 여유가 있으시면 한 짝 장만하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