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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Poon hill + ABC Trek. Day 7

Ru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2.25 00:35:56
조회 2846 추천 0 댓글 13


새벽에 옆방에서 자던 한국 청년들 둘 중 하나는 결국 내려갔습니다.
그 친구들 가이드가 고생이더군요. 자다 말고 일어나서 어두운 밤에 산길을 내려가니.. 
어쩌겠습니까.. 직업인 것을.

아침에 눈뜨자 마자 비니를 뒤집어쓰고 품고 자던 옷을 침낭에서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갑니다.
오늘도 개님은 제 방문 앞에서 자고 있습니다.

서서히 새벽 어스름이 밝아옵니다.
ABC는 어둡지만 안나푸르나 사우스는 멀리서 햇빛을 받아서 점차 밝아옵니다.


마차푸차레 뒤편으로 아침이 밝아옵니다.

주변 풍광에 감탄하느라 추운줄도 모릅니다.
벨기에 아저씨도 옆에서 사진찍느라 바쁩니다.

드디어 산이 붉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아침햇살에 물들어가는 안나푸르나와 주변 봉우리를 보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갑니다.

안나푸르나 사우스 - 안나푸르나 I

벨기에 아저씨랑 지도를 보면서 이 봉우리는 안나푸르나 사우스~
저 봉우리는 마차푸차레~
저건 안나푸르나 I, 
의사소통이 편하진 않아도 마냥 즐겁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르릉 소리가 빙하쪽에서 나길래 뒤돌아 보니..
와우. 눈사태(avalanche)!

북쪽에 보이는 산들..

적당히 해가 올라온 것 같아 내려가서 어제 저녁에 주문한 식사가 준비되었냐고 물어보니..
이런.. 제대로 주문이 안들어간 모양입니다.
그냥 레몬티나 한 잔 달라고 해서 한 잔 마십니다.

벨기에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ABC에서 하루 더 머무를 거라고 합니다.

한 잔 마시고 있으니 옆방에서 자던 한국 청년이 일어나서 라면을 주문하더군요.
"지금 일어난거야? 사진 안찍었으면 어여 가서 사진 좀 찍고 와."
"네."
"친구는 내려갔어? 자넨 괜찮고?"
...

레몬티를 다 마시고 패킹하고 서둘러 내려갑니다.
오늘은 꽤 멀리 지누단다(Jhinu danda)까지 갈 생각이라 마음이 급합니다.

대문에 적힌 글귀 처럼. 저도 다시 오고 싶습니다. 

돌아보니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마차푸차레는 구름과 함께 멋진 풍경을 보여줍니다.

곧 MBC 입니다.
오늘도 가이드 견. 시누와에서부터 같이 올라온 개님이 함께 합니다.

MBC를 지나갈 무렵 눈에 익은 우모복을 입은 사람들이 MBC에서 손을 흔듭니다.
셜리와 아담, 가이드 아저씨와 포터입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조금 앞에 서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동안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꽤 많이 올라오십니다.
"나마스떼!" 인사하고 한국분이시죠? 라고 물어보면 100% 한국 사람입니다. ^^
차림새만 봐도 한국 사람인지 중국 혹은 일본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앞서서 걷는 개님. 적당히 가다가 먹을걸 좀 줘야겠습니다.

어느덧 엊그제 묵었던 데우랄리입니다.
아침 식사를 안했기 때문에 비스킷을 하나 사서 먹고 가이드 견에게도 몇 개 줍니다. 
잠시 메모하고 있으니 셜리/아담 일행이 내려옵니다.
인사하고 그들이 잠시 차 한잔 하는 사이 저는 먼저 출발합니다.
"see you soon!"

가이드 견은 데우랄리에서 멈추고 저는 계속 내려갑니다.
엊그제 오후에 봤던 폭포는 얼음이 더 많이 얼어있습니다.

정신없이 힌쿠 동굴을 지나고 나니 살짝 남아있던 두통이 사라집니다.
히말라야 호텔에 도착해서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땀을 닦고 있으니.. 
금새 따라온 아담/셜리. 

"오늘 나랑 같이 지누(단다)까지 가는거 아냐?"
"그럴지도 ^^"
"그럼 좀 있다 보자!"

또 먼저 출발합니다. 
도반으로 가는 숲길로 들어서니 그제서야 계곡 안쪽으로 햇살이 들어옵니다.

도반을 지나서.. 뱀부까지는 프랑스 아저씨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같이 내려옵니다.
뱀부에 내려오니... 한국 사람들이 한 팀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잠시 쉬면서 스프라이트를 하나 마시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수통에 받습니다.
(정수제 넣어서 마셔야 한다고들 하던데 별 탈 없이 잘 마시고 다녔습니다. )

한국 아저씨들이 말린 바나나를 한웅큼 주시길래 
프랑스인 아저씨랑 나눠먹습니다. 

뭐... 네팔에서도 고양이는 느긋하네요 ^^

한국 사람들 중 어린 여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두통이 있다고 하는걸 보니..
역시 고소는 사람마다 다른가 봅니다. (뱀부.. 2310m)

아담/셜리 일행을 기다려 보지만.. 
이 친구들은 오늘 시누와까지만 갈 거라서 느긋하게 움직여도 된다는 생각을 하니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서두르다가 여행을 망치면 그것도 민폐지요.

뱀부에서 시누와 가는 오르막에 돌아다 본 마차푸차레.
언젠가 또 보러 올겁니다.

ABC(4100m)에서 뱀부(2310m)까지는 계속 내리막이지만..
뱀부에서 시누와 가는 길에 오르막을 하나 올라야합니다. 
오르고 오르고.. 간만에 오르니 힘듭니다. (어제까지 계속 올라갔지만.. ㅎ)

공사중인 길로 잘못 들어가서 길을 잃었습니다.
돌아갈까 생각하다가... 
뭐... 한국에서도 많이 하던 짓을 또 합니다.
그냥 돌파. 저기 길이 보입니다.

시누와에 도착하니 대략 점심 무렵입니다.
묵었던 guesthouse에 들어가니 아주머니가 일행들 어디있냐고 물어봅니다.

아마 뱀부 쯤에 있을거라고 답해주고... 
석류 주스를 하나 마시고 메모를 하고 잠시 쉬다가 길을 나섭니다.

시누와에서 또 계곡까지 내려갔다가 저기 보이는 촘롱까지 오르막을 올라가야합니다. 

한참을 내려가서... 
다시 한참을 올라온 다음에 뒤돌아 보니 
서둘러 떠나는 내가 미운지 산은 이미 구름에 뒤덮여 있습니다.

촘롱에서 길을 잘못들어 마을 뒷산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근처에 있던 네팔 처자에게 길을 물어 바른 길로 갑니다. 
촘롱에서 지누단다로 내려가는 길은... 오늘 내려온 내리막 중 가장 가파릅니다.
미국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옵니다.

한참을 내려와서 무릎에 무리가 갈듯말듯한 시점에 지누단다에 도착했습니다.
지누단다에는 Hot Spring. 온천이 있기 때문에 많이들 쉬어가는 곳입니다.
지누단다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16시 10분 정도이니 시간이 많을거란 생각에 물어물어 hot spring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꽤 멀고.. 내리막입니다.
숙소를 잡고 배낭을 던져놓고 내려갈 것을.. ㅜㅜ 온천에 몸 담궈도 올라오면서 또 땀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왕 나섰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갑니다.

결국 도착했는데..
...
아놔... 
그냥 물에 손만 담궜다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옆에서 세차게 흐르는 Modi Khola에 몸을 던지고 싶습니다. ㅜ.ㅜ 
...

어쨌든 다시 기를 쓰고 올라옵니다. 허탈한 마음에 몸이 더 힘듭니다.
올라와서는 괜찮아 보이는 숙소를 잡고..
땀에 절은 옷도 널고.. 샤워도 하고..
마당에 앉아서 오늘 미친듯이 내려오는 동안 있었던 일을 메모를 합니다.

저기 저 산 꼭대기에 촘롱이 있습니다. 

저녁엔 락시라는 술도 주문해서 마셔봅니다.
물탄 청주? 정도의 맛을 냅니다.


저녁을 주문하고 식당에 들어가 앉으니.. 
이 집에는 TV가 있습니다. 


바로 어제 저녁만 해도 춥고... 머리도 살짝살짝 아프고..
하지만 따뜻한 날씨와 TV까지 있는 동네로 오니
바로 오늘 아침에 있던 그 곳이 그립습니다.

벨기에 아저씨랑 하루 더 있다가 내려올걸 그랬습니다.

카레라이스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밖에서 하늘을 보다가 방안에 들어가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침낭을 덮고 잠이 듭니다.

ABC에서의 아침을 그리워하면서 네팔에서의 일곱번째 날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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