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퍼텐셜 우물로부터의 수기-에필로그.manhwa

Hann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2 21:25:36
조회 282 추천 13 댓글 5
														






---




a0500cab0022b44392ff5a4fc65ae8e196e1f10d5e327494eeae7f67813f66103c7756b11d80902318005c56d26635765c2613aa


a0500cab0022b44392ff5a4fc65ae8e196e1f10d5e327494eeae7f67813f66103c7755b11d80902318005c56d263367ccd58197c

a0500cab0022b44392ff5a4fc65ae8e196e1f10d5e327494eeae7f67813f66103c7754b11d80902318005c56d263337c8a582acd

----------


여기서부터 읽거나 말거나 한 후기

(내용이 매우 기니까 주의하세요)



a04634ac3d0207f63eee98bf06d60403bfdd236166b0bc5d1354


a04634ac3d0207f63eed98bf06d604039923c1d755981d782a66


a04634ac3d0207f63eec98bf06d60403dc552f04bb8438a5f4



2. 은둔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생각


[Hanna]

제가 생각하는 은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어떤 과제에 대해 "제대로 못해내는 나 자신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이건 당사자가 꼭 큰 실패나 상처를 겪어야만 발동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4년제 대학에 들어와서 첫 1년을 무사히 마친 학생이 있습니다. 이 학생은 1학년 땐 학점도 우수하고 동아리에, 각종 스펙, 교우 관계까지 많은 것을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학생이 1학년 과정에서 겪은 것들이 자신의 임계점을 아슬아슬하게 넘는 수준이었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 학생에게는 2학년부터의 과정이 거대한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1학년도 겨우겨우 해냈는데, 2학년을 또? 더 힘들게? 어쩌지? 나 못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해낼 여력이 있을지라도) 2학년 과정을 도저히 못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이 학생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A. 자신을 1학년 때보다 더 몰아붙인다. 

B. 어느 정도 성취의 기준을 낮춰서 자신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A와 B에서 밸런스를 잡기란 사실 무척 힘듭니다.

조금만 B로 치우쳐도 자신이 나약한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쉽거든요. 게다가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에서는 A만을 옳은 것으로 생각하고 B의 선택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하니까요.

하지만 A로 갈 경우, 당장의 퍼포먼스는 좋을 수 있지만 아차 하는 순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학교나 일터에서 그런 선택을 한 케이스가 있었죠.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번아웃이 오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이 두 가지 외에 가능한 선택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C. 상황 자체를 회피해 버린다.


이건 선택을 했다고 하긴 좀 애매합니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도 결국 그러기로 선택한 걸로 봐야겠죠. A의 경우에서 퍼포먼스가 잘 나온다면 사실 그건 결과론적인 것이고, 극단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C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선택을 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회피한 상황에 잠식되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 번 회피를 하면 그 다음 회피는 더 쉽게 하게 되고 그러면 만화에서 그린 것과 같이 퍼텐셜 우물 안으로 미끄러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주변에서 보기엔 생활을 열심히 잘 해오다가 갑자기 은둔으로 빠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주변의 시선으로는 의아하겠죠.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될 테니까요. 이건 당사자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상황이 내가 감당하기 힘들다 느끼게 되는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학교 시스템에서부터 평가받는 것을 피하고 귀하디 귀하게만 키워지다가 성인이 되는 순간, 사회에 나오는 순간 갑자기 평범(혹은 그 이하)으로 훅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는데 이게 정말로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실패할 기회가 차단되면 "좌절감"에 아예 면역이 없는 채로 크게 됩니다. 그러면 맨 처음 좌절을 했을 때, 그게 너무나 사소한 좌절이더라도 큰 충격이 되는 것이죠. 


사회적 고립, 이런저런 실패 경험들은 어쩌면 부차적인 요인일지 모릅니다. 대중들이 쉽게 말하듯 "배가 불러서", "당사자가 게을러서" 이런 것은 절대로 원인이 아니고요. 제 3자가 보기에 너무나 별것 아닌 것도 본인에게 크게 작용한다면 그건 은둔을 시작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반짝이별]

하나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시원하게 짚어낼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 하나의 요소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함이 있습니다. 학업, 대인관계, 가족, 진로, 중독... 가능한 원인은 무수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대체적인 도식을 그려 본다면 사회와 주변환경에서 비롯되는 '압박', 이를 통해 당사자가 느끼는 '불안', 구체적인 실패로 인한 '좌절',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장애'의 네 가지 요소가 작용하여 은둔을 심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경쟁적인 환경과 뛰어난 동료들 사이에서의 압박, 조금만 실수해도 뒤쳐진다는 불안, 유학 실패와 맞지 않는 전공 앞에서의 좌절, 해외에서의 고립이라는 장애가 있었습니다.






2-1. 게임은?


[반짝이별]

게임은 굳이 따진다면 원인이라기보다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게임중독자'나 '방에서 커뮤니티나 하는 백수' 같은 말들은 편리합니다. 팔자 좋게 탱자탱자 놀고 일이나 학업으로부터는 도피하는 게으름뱅이로 이해하면 간단하니까요. 하지만 은톨이들은 어떤 활동이 너무 재미있고 중독적이어서가 아니라, 나머지 삶이 너무나 무기력하고 두려워 그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제게서 컴퓨터를 빼앗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을 테고, 은둔에서 벗어나서도 게임을 끊으려는 노력은 별로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일상 속에 더 뜻깊고 재밌는 일들이 생기면(매일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하는 출근/등교라 하더라도)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리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에서 하는 소모적 활동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밖에 나가 몸을 움직이고 충실한 음식을 먹고 실제의 인간과 부대끼는 쪽이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즉각적 자극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매체들은 분명 무기력의 악화에 기여하는 부분이 큽니다. 다만 그러한 현상을 '자극에 굴복해 버린 나약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그들이 그렇게 취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맥락에 집중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들 중에는 의외로 이전까지 뛰어난 성취를 보였던 사람도 많이 있고, 극복 이후 세상 밖으로 나온 저나 다른 사례를 보아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나름대로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건강한 활동들에도 정력을 쏟을 수 있도록 하는 약간의 손길이지, 게임/커뮤니티/유튜브/넷플릭스는 끊고 더 열심히 살 생각이나 하라는 채찍질이 아니었습니다.



[Hanna]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게임 산업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께 실례가 되는 말일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요. 게임이 주요 원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부추기는 역할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은

- 캐릭터의 성장에 따른 보상이 즉각적으로 주어짐

- 난이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성취를 이룰 수 있음

등등의 특징으로 인해, 인스턴트성 성취감을 계속해서 얻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게임이란 사용자들이 계속 플레이를 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으니까요. 현실에서 당장 결과물을 얻기가 힘들고 특히 피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에 부닥쳤을 때 게임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2에서 말한 근원적 원인, "제대로 못해내는 나 자신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심리의 대척점에서 게임은 "뭐든지 잘 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온라인 채팅 등을 통해 타인과 하는 협동 플레이가 더해진다면 상황은 금세 안 좋은 쪽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만화에서 묘사됐던 것처럼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사회적 관계망을 온라인에서는 손쉽게 구축할 수 있죠. 이쪽으로부터 타인과 계속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게임이 좋다기보다 온라인에서라도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더 빠져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저조차도 아무 생각 없이 게임(제 경우는 문명)을 시작했다가 정신 차려 보니 밤이 새어 새벽이 되어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자제력이 있는 편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걸 선호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리고 사실 이때는 제가 심적으로 건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금방 정신을 차리고 게임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취약해져 있는 상태에서는 절제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절제하는 데에는 상당한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데,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는 그런 에너지를 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꼭 게임뿐만이 아니라 어느 것에든 중독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라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본인이 알아차리기가 힘듭니다. 주변에서 주의를 주고, 의도적으로 그 매체에 거리를 두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3. 은둔을 예방하거나 은둔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


[반짝이별]

간단히 말해 땅 위에 두 발 딛고 선 삶입니다. 진짜 쉽지만 한편으론 진짜 어려운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인생 고민의 9할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우울하고 쳐져도 무조건 하루 30분은 나가서 목적 없이 걷기라도 해 주세요. 하다 못해 바깥에 음식 사러 나갈 때라도 그렇게 걸으면 하루의 기분이 달랐습니다.

반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깊이 생각하기. 어떤 행동의 원인과 결과와 의미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이어지는 사고는 첫째로는 우울하고 둘째로는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맴돌아요. 라면을 대충 끓여 먹기로 했으면 그 대충 끓인 라면의 맛에, 카페에 가기로 했으면 가는 길과 카페에서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 주세요. 내가 오늘 무엇을 얼마만큼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만큼 달성하지 못했고 이런 페이스로 가다가는 어떠한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인데 이것은 과거 언젠가부터 내가 가진 고질적 문제고....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면 정말 한도 끝도 없습니다. JUST DO IT.



[Hanna]

예방 측면에서 먼저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는 지경까지 자기 자신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 수면 시간을 확보할 것.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힘듭니다.)

-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 매일 5분이라도 산책을 해서 바깥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체감할 것.

- 남들의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하지 말 것.

등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주변인의 입장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당사자분에게는 너무 진지하게 상황을 생각하지 말 것(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딱 이 순간만을, 이 행동만을 생각하면서 그냥 해 보자)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 것(어느 정도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가 쌓여야 일어설 수 있습니다)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의 자신을 구원하고 이끌어 줄 영웅적인 타인을 기대하지 말고, 가까운 주변인들의 인내, 호의, 배려, 정서적 지지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만화에서는 주인공 A에게 정말 좋은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었지만, 현실의 은둔형 외톨이들은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없을 경우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주변인들의 도움을 아예 안 받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이라도 어쨌든 본인이 지낼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고, 자기한테 타박만 하는 사람이라도 어쨌든 계속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것이잖아요.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빛을 찾아 아주 조금씩 움직여 보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여러분만큼 서툴 수 있는 거잖아요. 서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상 언젠가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따뜻한 무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내가 그렇게까지 해줘야 되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1에서도 말씀드렸듯 은둔은 여러분께도 생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스트레스 레벨은 본인만 압니다. 주변에서 보기에 "별것도 아닌" 이런 기준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진짜 별것 아니어도 급격한 환경 변화 등 여러 요소가 겹치면 스트레스 레벨이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약간의 일탈(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을 조금씩 하다 보면 모멘텀이 생기면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되는 거예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해 보면서 당사자가 필요한 것을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사자들은 그 누구보다 이렇게 된 자기 자신이 괴롭고 힘들 테니까요.






4. 다소 독특한 배경인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반짝이별]

해외 유학, 그리고 대학원이라는 배경이 특수하다고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속 편한 처지에 힘들다고 난리냐'고 하실 분들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은둔 속에서 겪는 좌절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보았고 그 점이 최대한 전달되도록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Hanna]

(이 앞의 답변들이 너무 무거워서 여기서부턴 좀 가볍게 가겠습니다 ㅎㅎ)

제 딴엔 아주 훌~~~륭한 만화를 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원작인 수기가 너무나 좋았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ㅎㅎㅎ 근데 결과는....

하지만 몇몇 분들이 계속해서 관심 갖고 지켜봐 주셔서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항상 댓글 달아주시던 분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정말 감사하단 말씀 드립니다!!






5. 작업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점


[반짝이별]

활자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고, 또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저는 제가 했던 생각과 느꼈던 감정이 시각적인 형태로 되살아나는 경험이 너무 새롭고 즐거웠습니다. 특히 어떤 심상을 가지고 추상적으로만 얘기했던 부분이 Hanna 작가님의 그림을 통해서 거의 온전하게(때로는 그보다도 더 풍성하게) 되살아날 때는 이것이 만화가 가진 힘이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개떡같이 말했는데 이 정도로까지 찰떡같이 알아먹는다고?' 했던 적도 많은....ㅎㅎ


그리고 제가 평소에도 만화와 웹툰을 즐겨 보는 편이어서 그 제작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설레는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매번 작품을 감상하고 평가하기만 해 왔지, 이렇게 직접 스토리를 짜고 각색을 하고 연출에 의견을 내는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지금도 사실은 조금 얼떨떨합니다ㅎㅎ 특히나 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과거의 저처럼 아파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작업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참 뜻깊었어요. 만화를 만드는 일은 사실 어디 가서 돈 주고도 하기 어려운 경험이고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 주신 Hanna 작가님, 그리고 제작을 지원해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다양성만화 제작지원사업>에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Hanna] 

처음으로 글이 따로 있는 내용을 만화로 각색해 본 것, 여러 가지 연출을 시험적으로 해 본 것, 이전과 조금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적용해 본 것 등등 작업 자체가 무척 재밌고 즐거웠으나 예상치 않게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원작자인 반짝이별님과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만화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까, 어떤 연출을 쓸까 하는 것에서부터 반짝이별님이 어떤 시점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감정이 어땠는지, 상세한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등을 듣고 상상하는 게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관찰자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깊고 상세하게 들여다보는 경험은 사실 하기가 쉽지 않은데, 저에게도 이번 작업은 아주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반짝이별님이 저에게 많이 맞춰줘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요 ㅎㅎ






6. 반대로 가장 어려웠던 점


[반짝이별] 

개인적인 경험을 그려내면서 디테일을 살림과 동시에 보편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부분이 늘 고민되었어요. 어떤 사람들에게 저는 그저 나약하고 게으를 뿐인 주제에 주저리주저리 자기합리화나 하는 패배자 내지 낙오자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래도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까지 하면서 유복하게 보내고 결국에는 크게 잃은 것도 없이 주변의 무한한 사랑과 도움으로 궤도를 되찾은 기만자일 수 있는 거죠. 그러한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으면서도 적당히 모두의 입맛에 맞게끔 실제의 경험을 과도하게 변형할 수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글작가인 저의 역량이 밑천을 드러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 한 분께라도 제가 전하고자 한 희망의 메시지가 가 닿았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은 없으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Hanna]

만화를 그릴 때 어려운 점은 언제나 제 모자란 작화 실력이 어려운 점입니다.

저는 제 만화를 사랑하지만 못난 자식을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수시로 생기네요...ㅎ






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반짝이별]

방 안에 숨어든 여러분, 언젠가는 날개를 펼쳐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나와 주세요. 그렇지 않은 여러분, 아픔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한 번이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봐 주세요. 서로가 서로에 기대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참으로 기쁘고 가슴 벅찰 거예요.



[Hanna]

"우울증"을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옛날에는 우울증이라는 병명 자체도 익숙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런 증세를 보이더라도 병원에 가기는커녕 "네가 나약해서 그렇다. 언제까지 그렇게 처져 있을래?" 이런 타박을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이제는 옆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병원에 가볼 것을 권하고 또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주게 되었잖아요.


은둔 문제도 마찬가지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뇌내 기전에 대해서는 우울증처럼 밝혀진 바가 없지만 저는 은둔 문제가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은둔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어야 은둔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은둔의 극복을 위해서는 주변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은둔은 은둔하고 있는 당사자 본인의 의지만으로 극복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당사자도 도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만화를 보신 분들이 "주인공 A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하시길 저는 오히려 바랬어요. 맞습니다. 은둔은 A의 경우와 같이 주변에서 도와줘야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예요. 이 만화를 통해 부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고, 은둔 문제로 괴로워하는 당사자들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만화 끝까지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 비추천

13

고정닉 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넷 이슈는? 운영자 24/12/23 - -
공지 연재 카툰이 있어야 합니다. [1294/1] 운영자 08.04.11 569503 537
698484 수상한 밴드부의 합주시간. manhwa [3] 짬통볶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4 105 3
698483 좆토피아5 카갤러(211.185) 01:02 70 2
698482 근육녀를 불러보았다 [8] 그림만올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7 220 8
698481 유후 사주팔자 취미로 풀이 보니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2 30 0
698480 [우마무스메X한마 바키 (특별편)-로드 싸이클] [4] TFEI단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4 103 6
698479 ( 푸키먼 ) 213. 아슬아슬 단편선 [7] 21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71 15
698478 인사 [6] 롤링고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88 10
698477 이세계에서 온 그녀. Manhwa 프롤로그 [7] 카갤러(1.222) 12.26 158 11
698476 내년엔 반드시 연애를 하고싶은 당신에게 이 제품을 추천합니다.Manhwa [24] YanBBBBBBB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005 68
698475 오세요 청와대1 [5] ㅇㅇ(211.234) 12.26 128 9
698474 [카최대]고블린1화 [5] 푸르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62 7
698472 [함자] BTS 무시하다 땅을 치고 후회하는 만화 (1) [16] 헬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060 54
698471 우주 카페 이모지 27~28화 - 죄책감 [2] 박창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51 4
698470 우당탕탕 3자매 7화 가재맨 [2] 사랑해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25 1
698469 메머리구의 흥신소 - 잘못된 만남 [8] FD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02 4
698466 알파메일로 사는.mαnhwα [9] ㅇㅇ(211.249) 12.26 444 13
698465 [카최대] 금속노조.manhwa2 [7] 록(RO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75 4
698464 [카최대] 금속노조.manhwa1 [4] 록(RO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262 5
698460 잘 그린 그림-상-.manhwa [17] May_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1087 44
698457 증조할배의 크리스마스 끝 만화 [24] 증조할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2260 72
698456 이세계보추 생활기2 [50] 식용토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2439 117
698455 켄타우로스에 대한 잡설.manhwa [30] 위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2357 104
698454 크리스마스 이브에 야스하는 만화 [45] 치킨머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3285 133
698446 지금봐야 좋은 크리스마스 단편(연필 주의) [7] ASMAS(203.234) 12.26 570 15
698445 [카최대] 리듬게임의 재미를 설명하기 위해 곡 하나 설명하는 만화 [8] 찐빵과소곤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6 414 6
698443 딸배마스터 김인맥 2화 [1] ㅇㅇ(118.235) 12.26 215 4
698441 딸배마스터 김인맥 1화 [1] ㅇㅇ(118.235) 12.25 220 4
698440 아빠찾는만화1(저퀄)(재업) [3] 카갤러(211.185) 12.25 185 3
698439 아빠찾는만화 프롤로그 카갤러(211.185) 12.25 161 3
698438 수룡 1 [22] 서리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1321 66
698437 북극곰과 다죽이는 마법소녀 만화.manhaa [47] 한번베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911 187
698436 13인의 크리스마스 파티 만화 [3] 털뭉치노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188 4
698434 현생을 살아라 모두 [5] 주운별농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94 4
698433 렌즈삽입술 EVO+아쿠아ICL 하는 만화下.....Manhwa [3] 개듣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01 9
698432 혹가이도를 추억하며(픽션) [173] 쏘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5130 235
698430 몬스터 4컷 시즌2 - 주말의 명화 [1] ㅇㅇ(106.101) 12.25 163 0
698429 선물주는 산타.manhwa [16] 러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1762 66
698428 첫사랑이 목각인형이 된manwha.34.5화 [18] 케챱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729 48
698427 점점 가까워지는 천사와 악마 2 [3] 밀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34 17
698426 멍청한 213 만화 [13] 213.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890 22
698425 미친 산타의 선물 [7] 달동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40 23
698424 크리스마스의 스승과 제자.manhwa [7] faraway828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400 20
698423 친오빠한테 진심으로 설렌 여동생.manhwa [26] 레순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788 61
698422 2024년도 이렇게 끝이나는구나 [1] 비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39 1
698421 크리스마스 우울증.manhwa [26] 만초정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368 58
698418 산타소녀 산타타 2.png [28] 아롬다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207 59
698417 크리스마스 좆같은 만와 [4] 단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28 10
698415 2024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군대 가는 만화 [39] 집구석날라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2762 110
698414 우당탕탕 3자매 6화 크리스마스 [4] 사랑해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56 3
뉴스 '나솔사계' 10기 정숙 VS 미스터 백김, 어깨동무가 불러온 파국 of 파국 디시트렌드 12.2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