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항공사 소속 항공기 기장 A씨(54)는 평소 괄괄하고 행동에도 거침이 없는 성격이었다.

A씨는 2008년 11월7일, 평소 좋아했던 인기 개그맨 김모씨(36)가 자신이 운항할 비행기에 탑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그맨 김씨를 만난 기장 A씨는 조종실에 타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며 김씨를 조종실에 태웠고, 기장의 호의 덕분에 여객기가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날아가는 동안 조종실 안팎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즐거운 한 때를 보냈지만 이들은 곧바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기장이 민간 탑승객을 조종실에 탑승시킨 행위가 현행법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현행 항공법은 탑승객을 무단으로 조종실에 출입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결국 A씨는 항공사 운항본부로부터 출입인가를 받은 자 외에는 조종실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함에도 인가 절차 없이 함부로 김씨를 탑승시킨 셈이다. 이는 명백한 징계사유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항공사는 서둘러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월7일 열린 인사위원회는 A씨에 대해 비행정지 및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고 다음달 A씨를 해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U>서울</U> 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부장판사 강인철)는 지난 22일 "일반 승객을 항공기 조종실에 탑승시킨 채 운항한 행위에 대해서는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러나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개그맨 김씨를 조종실에 탑승시킨 행위는 기장으로 순간적인 판단착오 내지 무사안일에 따른 우발적인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판부는 "기장은 사건 경위를 묻는 항공사 안전보안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바랐고, 개그맨 김씨는 조종실 내에서 운항 안전을 저해할 만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인물"이라며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높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조종실 무단출입 사례가 몇 차례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U>대한항공</U>은 2005년 자신의 어머니를 조종실에 무단출입시킨 기장에 대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인가를 받지 않은 탑승객을 2007년 조종실에 무단 탑승시킨 기장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타 항공사의 징계 수위에 비하면 기장에 대한 해고 처분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해고 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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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에 김씨인 개그맨이면 김제동인듯?? 신났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