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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처음으로 해봄앱에서 작성

생갤러(121.182) 2025.02.09 03:32:30
조회 567 추천 1 댓글 5

단기 계약이었고 잠깐 하다 그만 둠.
원래 하던 일이 있고 몇 달 여유가 생겨 몇 백 모아두려고 일 함
처음에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음. 위생복 입은 꼴이 우스웠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는 것도 배급받는 기분이 듦.
주변에 말을 안하고 일을 한 거라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나거나 나에 대해 물어볼까봐 겁내기도 함.
통근차도 타려면 뛰어야하는데 그게 싫었음
첫주는 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픔

그런데 신기하게 2주차가 되니 싹 사라짐
2주차 부터 일도 쉬워 짐
가끔 라인속도보다 내가 빠르면 괜히 뿌듯함. 칭찬도 들음ㅋㅋ
그런데 일이 손에 붙을 쯤 그만 둠.
지금 생각해도 넘 성급하게 그만두긴 함.
왜 그만뒀지? 싶은 생각도 듦ㅎㅎ

그런데 보통 일을 그만두면 돈이 아쉽지 일터가 그립진 않잖아?
그런데 되게 많이 생각나는거야? 대체 왜 그런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처음에 싫었던 것들이 나한테 되게 필요했던 것들이었더라고.

우습게 느껴졌던 위생복, 마스크, 모자는 나를 숨기고 싶었던 심리를 채워줬고, 구내식당도 떠올려보니 인스턴트가 한 번도 나온 적 없고 고기에서 가끔 냄새가 났지만ㅎㅎ 즉석밥이 아닌 갓 지은 밥과 국 고기 김치 그 외 반찬들.. 갖가지 반찬 직접 차려먹기 어렵고 사먹으면 비싸고 맛없음. 통근차도 공장안으로 데리러 와주니 되게 편하고 좋은 거였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았음. 텃세없고 다들 서로 공장에 일하러 온 데는 각자의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주는 느낌ㅎㅎ
쉬는 시간이 없어 화장실을 잠시 교대하고 가야하는데, 그런경우 혼내기도 한다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었음.
그래 화장실은 다녀와야지, 아니면 물이라도 먹고 와! 이런식으로 이해해줌.
그리고 내가 불면증 비슷한 게 있었는데 몸쓰는 일을 하니 잠도 잘오고 일찍 출근해야하니 일찍 일어나고 고봉밥 먹는데도 살이 빠짐ㅎㅎ

그리고 내가 원래 하던 일이 프리개념이긴한데 보통 저녁식사시간에 일을 해야 하고 딱히 정해진 쉬는 날이 없음. (물론, 프리의 장점도 있긴하지만!)
어쨌든 꽤 오랜세월을 하루종일 굶다가 밤에 일끝나고 와구와구 급하게 패스트푸드로 배 채울 때가 많았음. (아침, 점심은 내가 예민해서 일하기 전에 뭘 못 먹었기 때문에)
늦게 마치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음. 차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고, 돈은 많이 벌 때도 있었지만 일할 때 나가는 돈도 꽤 됐음.

그런데 여기는 시급으로 계산되니 뭐 하나 살 때 신중하게 생각하게 돼서 햄버거 세트 하나 사먹을 때도 이 돈이면 내가 한시간동안 힘들 게 일해야하는데!! 싶어서 고민 고민하다 제일 저렴한 단품 하나만 사먹거나 안 사먹음. 그리고 평일에는 일하고 잠자는 것 밖에 못하고 밥과 교통은 일터 제공. 주말에도 몸을 쉬게 해줘야 해서 집에 있으니까 버는 돈 대비 나가는 돈이 없음. 옷 신경 안써도 되니 그런 돈도 안 듦.
무엇보다 공휴일에 유급으로 처음 쉬어 봄!!!
프리는 유급 휴가가 당연히 없고 난 휴일에 일을 더 많이 했기에 돈 받고 맘편히 쉬어본 게 처음이었음ㅎㅎ
기분이 되게 이상했음ㅎㅎ
주휴수당도 비슷한 기분!!!

그리고 진정한 '노동'을 쉬지 않고 계속 하고, 그게 시급으로 계산되니까  뭐랄까.. 나의 모든 거품,허세,오만 같은 기름기를 싹 빼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편했음.
원래 하던 일이 몸이 힘든 건 아닌데 성과에 신경써야하고, 그러다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능력이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성과가 안 나오면 미안하기도 하고 난 아직 어린데(?) 뭘 책임지는게 버거운 적도 있었음. 그래서 일을 마쳐도 온,오프가 안되고 늘 켜져있는 상태였는데, 생산직은 내가 맡은 일 다 해내면 완성했다는 뿌듯함과 퇴근 후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음.

평생 직장으로 생각은 안해도 가끔 시간될때 알바로 괜찮겠다 싶어서 가끔 어떤 게 있나 알바천국 검색해 보는데, 맞는 게 잘 없더라. 내가 일요일에는 일을 못하는데 많은 공장들이 주5일이더라도 로테이션 휴일이거나 주야교대인 경우도 많고 통근차가 없거나 있어도 노선이 안맞고 너무 오래타야하고. 내가 했던 곳은 월~금(가끔 토) 근무에 통근차도 내가 제일 늦게 타고 제일 빨리 내렸었거든ㅎㅎ
그리고 원래하던 일은 혼자 하니까 편한점도 있지만 내가 온전히 해내야하는데, 라인 작업할 때는 내가 서툴면 옆사람이 도와주고, 내가 라인에 올려야 할 물건을 다 쓰면 담당 직원이 박스 가져와서 뜯어주고 하는 게 사실 분업이지만 협동의 느낌도 들어서 치유되는 느낌도 들었음.
인간관계 맺기 싫어서 난 혼자 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꼭 그런 성격의 사람이 아닐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쉽게 그만 둬버렸는데 장점도 많은 곳이었구나 싶고, 저기도 추노하기로 유명한 곳이고 생산직이 직업중에 ㅎㅌㅊ 이라고 표현되는 일인데, 난 그런 일을 하면서 성인 이후로 처음으로 제때 밥다운 밥 먹고,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나는 생활을 해봐서.. 그게 인간의 기본이잖아? 그런 기본적인 욕구를 처음 채워본거라.. 내가 여태까지 뭐하면서 살았나 싶고, 늘 일 했지만 공부나 여러가지 병행하느라 딱히 모은 게 없는데, 공장은 마음먹고 (특히 야간) 2,3년쯤 하면 돈도 꽤 모을 것 같은데, 난 성과없이 그냥 바쁘고 허덕이기만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런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냥 여기 써봄. 혹시 나같은 사람 또 있나 해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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