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허재 감독에게 있어..

크게(?) 생각치 못했던 소중한 \'저녁 초대\'가 있었던 건 지난달 23일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 야외 연회장이었다. 24일부터 열렸던 \' KCC 스위첸 페스타 온 아이스 2009\'를 앞두고 김연아 기자회견 및 만찬이 마련된 것. 그 하루 전인 22일, 서울 삼성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한 덕에 "3차전 승리를 하면 김연아와의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다"는 회사 사장단의 약속대로 \'피겨여왕\' 김연아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허재였다.

- 한때는 나랑 밥 한 번 먹자며 조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김연아랑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니.. 이를 두고 선인들은 \'격세지감\'이란 표현을 썼던가..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생각도 잠시..

- 앗~

기자회견을 마치고 만찬장에 들어서는 김연아였다.

이때 기자의 솔직한 바람은 이랬다.

"허 감독이든, 김연아든 누군라도 먼저 아는채 인사를 했으면 좋으련만.."의 약간은 긴장된 순간. 대세중의 대세 김연아와 마주친 \'농구대통령\' 허재는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를 살피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하지만 허재 감독, 김연아에게 슬쩍 눈길 한 번 준 것으로 끝내려는 눈치가 강했다. 김연아 또한 경호업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데만 열중했는데..

순간..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김연아.

"혹시 허재 감독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려는 건 아닐까?"란 강한 급기대가 이어졌다.

- 안녕하세요~

시선의 각도로 볼 때, 그보다 더 오른쪽 즉, 허재 감독 오른쪽에 위치했던 만찬 참석 KCC 관계자에게 인사를 하는 김연아였다.

그런데..

눈치빠른 김연아, 허재 감독을 알아본 듯 "어, 이 분은.."이란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과연?

그야말로 초면인 이유가 컸다.

서로를 알아본 건 확실했다. 다시말해 허재 감독 입장에서는 \'김연아와 함께하는\' 이 자리의 특성을 이미 알고 있었을테고, 김연아 입장에서는 \'허재 감독\'이란 걸 순간 감지했을 터다. 하지만 처음보는 사이인지라 먼저 다가가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모른채 그냥 지나치기도 쉽지 않은, 꽤 애매모호하면서도 어색하기도 한 두 스포츠 스타의 만남, 그리고 그 아쉬운 생이별의 순간이었다.

사실..

허재 감독은 가족들과 함께 김연아 피겨쇼를 다닐 만큼 김연아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또한 "아들보다 연상이기는 하지만, 김연아라면 며느리감으로도.."라며 속내를 밝혔을 정도로, 김연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대한민국 아버지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어쨌든..

2009 피겨 세계챔피언 \'피겨여왕\' 김연아와 2008~09 프로농구 우승 \'농구대통령\' 허재 두 자존심의 어떤 만남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무엇보다 체면 유지를 위해 \'먼 산 바라보기\'로 일관하려 했던 \'허체면\' 허재 감독의 시선 처리가 인상적인, 그날 저녁 만찬장의 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