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코트에서 피가 터진다. 경기 후 들어오는 수훈선수들의 팔에는 할퀸 자국들이 선명하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너무 과격하다. 삼성과 LG의 경기에서 \'레더 사건\'이 터졌다. KCC와 전자랜드전에서도 KCC 신명호 이중원이 실려나갔다. 전자랜드 서장훈은 " (하승진의) 팔꿈치에 너무 많이 맞는다 " 고 하소연한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왜 이렇게 살벌하게 됐을까.

▶약점공략이 승리의 지름길

　삼성은 LG 브랜든 크럼프의 자유투 약점에 대해 집요한 반칙작전을 구사했다. 그러자 LG 기승호는 3차전에서 테런스 레더를 괴롭혔다. 분통이 터진 레더는 3차전이 끝난 뒤 기승호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다. 두 팀간의 몸싸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갔다. KCC와 전자랜드의 3차전에서 테크니컬 파울만 6개가 나왔다.

　두 팀은 너무나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약점을 공략해야 승리가 보인다. 삼성은 LG의 약점인 자유투를 공략하고 있고, LG는 레더의 의존도가 높은 삼성의 약점을 잡아야 살 수 있다. 팀 컬러가 비슷한 KCC와 전자랜드는 거칠고 강한 수비로 기싸움에서 이겨야 유리하다.

　약점을 노골적으로 공략하는 네 팀의 신경전은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다.

▶우승팀은 며느리도 몰라

　플레이오프 6강부터 왜 이렇게 과열됐을까. 우승이 눈 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4강에 직행한 동부와 모비스가 만만하다. 6강팀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동부는 시즌 막판 1승8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올렸다. 조직력으로 우승까지 차지한 모비스도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없다. 극심한 6강 경쟁을 치렀던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예측불허의 판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그 어떤 전문가도 쉽게 우승팀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우승에 대한 희망은 서바이벌 게임인 플레이오프에서 양 팀의 극심한 신경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6강 플레이오프의 과격함에 미소짓는 팀들은 4강에 직행한 \'만만한\' 동부와 모비스다.

▶기준없는 휘슬

　플레이오프에서 심판의 휘슬은 정규리그보다 관대했다. 그럴 수 있었다.

　조금만 몸에 손이 닿아도 즉각 반칙지적을 받아 \'유리농구\'라 불리는 한국프로농구. 어느 정도 몸싸움은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현대농구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관성이 부족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 뛰고 있는 한 선수는 " 어떤 때는 손만 닿아도 불고,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치는데도 불지 않는다 " 고 말했다. 그러자 선수들 사이에서 \'이왕이면 세게 부딪치고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각 팀 감독들도 작전타임에 " 공격적으로 수비하라. 기싸움에서 지지 말라 " 고 가장 많이 주문한다. 많은 의미가 내포된 단어들이다. 당연히 경기는 과열될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과감하지 못한 휘슬도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