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가 그랬다.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 있다면 체념하는 것도 용기라고.

바둑은 3차원의 스포츠다.

가로 세로 시간의 축이 있다.

보통 기사라면 바로 앞을 보고, 다다음 수, 20수 앞의 그림, 그리고 바로 이전의 수를 비교할 거다.

이게 바로 시간의 축이다.


그런데 알파고에게는 시간의 축이 없다.

바로 앞의 한 수만 보고 이미 둔 돌은 그냥 잊어버린다.

놀랍지. 우리가 보기엔 20수가 아니라 200수 앞을 보는 것 같은데.

바로 한 수 앞만 보는 프로세스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효과를 만들어내는거다.



이런 원리다.

예를 들어 알파고 53 포석일 경우

알파고는 52개의 돌이 놓은 현재의 바둑판과 가장 흡사한 기보를 검색해서 추려낸다.

이 기보들이 png파일이라고 생각해라. 이 파일을 쭉 쌓아올리지.

그러면 가공의 정사각형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을거다. 거대한 문서더미.

만약 수십만건의 기보 중에서 c11에 놓은 경우의 수가 없다면

그 문서더미를 위에서 올려다 보았을 때

C11지점만 투명하게.. 마치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일거다.

C12에 놓은 경우가 두 번이라면 돌이 두 번 겹치겠지.

투명한 부분을 배제하고, 가장 많이 겹친 경우를 찾아내고, 집계산하고 이런 과정을 거쳐 돌을 놓는다.

이 기술은 이미 11번가 같은 곳에서도 쓰인다.

알파고는 이 기술을 극단적으로 향상시킨거고.

이런 식으로 매번 원점으로 돌아와서

딱 현재의 바둑판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좋은 다음 수만 추려낸다는거다.

마치 매 수 하나하나를 다른 기사가 와서 두는 것처럼

현재의 바둑판 전체에서 가장 시급히 차지해야하는 부분만 찍는데도

인간이 보기엔 마치 80수 앞을 내다보는 것 같겠지.

물론 결과적으로 보면 80수 앞을 내다본거지만

알파고는 정작 당장 앞만 보고 둔 것임.

이게 시사하는 바는 크지.

우리가 흔히 다섯수 앞을 봐라 이런 이론조차도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

시간적 연속성을 완전히 배제해버린 바둑

이런 것이다.